내용 : 최근 전국적으로 가축이 먹을 사료를 달라는 축산농가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당장 사료를 공급해 주지 않으면 가축이 죽어가 축산업을 스스로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IMF한파로 환율폭등과 외화난으로 사료원료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축산농가에 불어닥친 최대의 시련인 것이다.
그동안 축산물의 생산비중 50~60%를 차지하는 배합사료의 원료는 거의 대부분 외국산 수입에 의존해 왔다. 옥수수와 소맥 등 배합사료 주원료인 곡물은 주로 수입국인 미국, 중남미 국가와 신용장으로 거래하고 있는 것이현실이다. 최근 환율폭등으로 원가부담이 2배이상 늘고 국내 은행의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신용장 개설이 어려워지면서 현찰을 주지 않으면 사료곡물수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사료원료확보가 불투명해지자 일부 업체들은 사실상 생산중단에 돌입하고 대부분의 업체들은 조업단축에 나서는 급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사태는 사료구입난으로 이어져 양축농가에게 파급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동안 보통 3개월, 길면 5~6개월 정도를 외상으로 사료를 구매할 수있었지만 이제는 현금을 주지 않고 사료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지어일부 업체들은 그동안 밀린 외상대금을 갚아야 사료를 팔고 있다. 결국 환율폭등에 따라 사료값이 인상됐고 사료구매조차 어려워졌다. 가축의 투·방매현상이 다발하면서 가격 폭락사태까지 우려되는 등 축산업의 최대 위기를맞고 있다.
축산업에 불어닥친 이러한 일련의 심각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국내 축산업의 붕괴는 시간문제이다. 물론 환율폭등사태로 발생하는 문제는사회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어 범 국가적으로 대책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료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간접적으로 국민의 식량을 생산하는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외환위기에 따른 국내 은행의 대외신용도 하락으로 신용장을 개설하지못해 원료확보난을 겪고 있는 국내 사료업체에 사료원료수입을 위한 연지급신용장을 개설해 주어야 한다. 다행히 정부가 지난 10일 2백65만달러, 15일1백31만달러의 사료원료수입을 위한 연지급 신용장을 개설해 주고 있지만관련업체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사료업체들은 이 시점에서 제대로 사료곡물을 구입할 수 있도록 특별지원금을 더 늘려 주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 사료업체들은 현재 환율폭등사태를 빌미로 사료가격을 최고 45%까지인상했다는 소식이다. 최근 환율이 안정기조로 돌아서고 있는 만큼 사료가격을 이에따라 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환율이 떨어지는데도 그동안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사료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사료업계의 기업윤리가 의심스러워진다.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이번 기회에 국내 사료산업이 과감히 구조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사료시장은 정체단계를 거듭하면서도과잉생산과 과당경쟁으로 제살깎기식 경영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이번 기회에 부실한 업체들은 합병돼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축산농가들도 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배합사료 의존에서 탈피해 조사료을 이용, 축산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위해서 정부는 암모니아처리 볏짚이나 연맥, 호맥, 이탈리안 라이그래스 등조사료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배합사료의 비중을 낮출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조사료기반대책들이 마련됐지만 제대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해 현실에 맞는 대책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어떻든 현 축산업의 난국을 정부, 축산농가,그리고, 관련업체가 고통을 함께 분담하면서신속하고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한국농어민신문webmaster@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