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 밝은 마음으로 신년의 한해를 설계해야 할 새해아침에 어느때 보다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금융대란으로 시작된 국가경제위기가 농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새 대통령이 당선되고 새시대를구상할 중요한 시기에 모든 사람들은 내일의 불안감으로 걱정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고, 미래보다는 과거를 탓하며 불안해 하고 있다.그러나 새해아침을 기점으로 새 기분을 가지고, 새롭게 출발하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이다. 우리는 그동안 숱한시련을 당했지만 지혜롭게 극복해 온 저력이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또다시 위기극복의 지혜를 모아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수술을 가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 정진해야 할 때이다. 어두운 그림자가 한껏 드리워진 새해아침을 우리 스스로가밝게 만드는 노력을 해 나가야 하겠다.국가가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 우리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온갖 물가가 오르고 물자부족이 심각한 현재 혹시 주식인 쌀이라도 부족했더라면 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가뜩이나 심리적인 공황상태가 팽배한 지금 쌀마저 부족했더라면 민심이반은 극에 달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다행이 올해 우리는 풍년농사를 지어 곡간을 그득하게 채워놓고 있다. 주식인 쌀은 우리가 현재 자급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에위급한 상황속에서도 불안감을 주지 않고 지나고 있다. 그러나 전적으로 대외의존적인 사료곡물의 경우 현재 치솟는 사료값과 수급불안정 상태만 봐도무엇이 문제인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다시 한번 식량안보에 대한 인식을새롭게 할 때이다.그리고 농업에 대한 국가적 위상을 새롭게 할 때이다. 이는 어느 누구도대신 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오로지 우리 농업인들이 힘을 합해서함께 이뤄 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86년부터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후 우리는 지난 10년동안 농업구조조정을 실행해 왔다. 개방화의 거센 폭풍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규모화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당위성 아래 42조원과 15조원의 농특세를투자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투자효율성에 대해서 이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투자방향에 대해서는 중지를 모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대규모 경지정리가 진행되고, 온실이 전국 곳곳에 건설되고 있으며, 대단위 축산단지가 수십곳 조성되었다.그러나 순간적으로 맞은 IMF한파앞에 지난 10년동안의 투자는 어떤 힘을발휘하고 있는가. 사료공급이 중단되어 돼지와 닭이 굶어죽고, 하늘모르게치솟는 유류대를 감당하지 못하여 유리온실속에는 냉기만 가득하다. 구조조정의 핵심이랄 수 있는 축산과 원예산업의 기반이 이렇게 붕괴되는 현실은분명히 지난 10년의 투자방향에 대한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농업기계화 정책도 원화의 평가절하에 따라 엄청난 환차손을 감내해야 할 사태를 맞고 있다.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이 궁극적으로 생존을 위한 대책이라면 바로 이러한 IMF와 같은 한파가운데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 수립돼야할 것이다. 그동안의 상황설정이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추진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도 아울러 해 볼 필요가 있다.지난 10년의 농업투자에 대한 심판은 IMF로만 내려진게 아니다. 농업인은지난 12월18일에 있은 대통령선거의 투표에서 표로도 심판을 내렸다. 47.7%의 농업인들이 야당에 표를 던져 현 정부의 농정에 반발한 것이다. 우리는돈만 투자하면 농업문제가 해결되고, 농업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현실과 유리된 착각이라는 것을 지적해 둔다. 민심은 전혀다른 것을 요구하고 있었음에도 정부는 모든 것을 돈으로 포장하려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다. 그리고 정부의 투자라는 것도 거의 하드웨어에 치중하여궁극적으로는 농업인들을 빚쟁이로 만드는 역효과를 표출하고 있다.98년 새해와 함께 출범하는 김대중 정부는 농업인들의 이러한 민심을 정확하게 읽어 나가야 할 것이다. 국제 경쟁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농가에 모든 것을 떠 넘기기 보다는 정부가 그 위험부담을 안을 준비를 해야 한다. 대단위 수출농단을 만들어도 수출이 되지 않으면 생산된 농산물도, 투자비에 대한 부담도 결국은 농가가 지고 마는 현재의 투자구조는 혁신되지 않으면 안된다.농가가 손쉽게 정보를 획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정보인프라의 구축이나 농업분야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강화하여 농가의 직접적인 투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돼야 한다. 그리고 한계산업일 수 밖에 없는 농업의 특성을 감안하여 농가 소득보전 차원에서 직접지불제의 즉각 실행이 이뤄져야한다. 47.7%의 농업인들이 표를 몰아준 것은 분명 새정치국민회의의 농정공약을 믿고 표를 던진 경향이 강하므로 공약이 또다시 헛공약으로 되는 우는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새로 출범하는 정권이 제대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집권당의 의지가 관건이다. 그렇지만 또다른 한편으로는 농업인들이 얼마나적극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확보하는가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농업인들이 국민으로서 주권을 제대로 확립할 수 있기 위해서는 농업인 스스로의 의식개혁을 단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농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농업인들의 역할도 그 못지 않게 크다. 험난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갈 마음의 준비는 제대로 갖추었는지, 생산성이나 마케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제대로하고 있는지 하는 수많은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농업인들이 얼마나 될 지 한 번쯤 반성해 볼 일이다. 지방의회가 확인한 바로는 정부가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 등이 회계처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고, 시설에 맞는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해 생산성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현상 등은 농업인들의 의식개혁을 통해 극복해야할 과제임이 틀림없을 것이다.우리는 5월이면 전면적인 지방자치 선거를 치룬다. 지방정책의 조타수를새로 뽑고, 주민의 대의기구를 새로 구성하게 된다. 또다른 4년을 준비하게되는 것이다. 역사발전은 기회를 적극 활용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 누구를탓하기 전에 자치단체장의 선출과 의회의원들의 선출과정에서 다시 한번 한국농업의 위기탈출과 21세기를 향한 기반조성의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98년 새해아침, 우리는 21세기를 맞는 가파른 문턱에 서 있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수 있는 공간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 주변에 더 뺄 수 있는 거품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며, 위기를 기회로 삼는 지혜모으기에 모두가 나서자.발행일 : 97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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