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 일반 소비가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시장에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영향 등으로 추석 이후에도 농산물 소비에 대한 우려스러움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추석 대목 마지막 날 경매였던 지난 13일 오전 과일 경매 후 시장 유통인들이 마지막 과일 물량을 나르고 있는 모습. 

추석 대목으로 갈수록 하락장이 형성되는 등 사과와 배, 배추와 무 등 주요 농산물 소비가 추석 대목에 원활치 않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추석 이후에도 이른 추석과 작황 악화로 나오지 못했던 물량이 출하되는 데다 소비 심리는 떨어져 주요 품목의 시세가 하락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시장에선 추석 이후 물량은 몰리고 소비 심리는 가라앉아 상품성이 떨어질 경우 소비는 더욱더 안 될 수 있어 철저한 상품성 위주의 출하가 요구되고 있다고 당부하고 있다.

중생종 몰려 하락폭 클 수도
부사까지 영향 미칠까 걱정


▲사과·배=사과와 배 모두 대목 전 고단가가 전망됐다. 폭염과 열대야로 인한 일소현상에 이른 추석까지 더해져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도 연일 과일값 급등 등의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물량은 예상보다 늘었고, 시세도 평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락시장 서울청과에 따르면 사과는 지난해 추석 대목 성수기(10일) 1263톤이 들어온 반면 올해는 1456톤이 시장에 반입됐다. 같은 기간 배도 지난해 1710톤에서 올해는 1915톤으로 늘어났다.

더욱이 지난해의 경우 추석 연휴가 가까워질수록 시세가 올라가는 상승장을 형성했다면 올해의 경우엔 갈수록 시세가 떨어졌다. 가락시장에서 홍로 5kg 상품 기준 추석 2주 전 3만원 초중반대까지 올라섰던 사과 시세는 추석 전주엔 3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배도 신고 7.5kg 상품 기준 추석 2주전 2만원 후반대에서 1주 전엔 2만원 초반대로 돌아섰다.

추석 이후에는 사과와 배 모두 하락세가 예측되고 있다. 특히 사과의 경우 이른 추석으로 나오지 못했던 중생종 품종까지 몰려 하락폭이 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흠 가락시장 서울청과 경매차장은 “추석 대목 소비가 썩 되지 않았다. 김영란법 때문인지 싼 것만 나가 시세가 지지되지도 않았다”며 “이른 추석으로 나오지 못했던 료까, 양광, 감홍 등 중만생종 물량까지 몰리면 추석 이후 사과 소비는 더 떨어질 수 있고 자칫 부사까지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영신 가락시장 중앙청과 과일본부장은 “추석 이후에는 여러 품종이 출하가 돼 소비자 선택 폭도 넓어지고 경기도 좋은 편이 아닌데다 김장철도 앞두고 있어 10월 사과와 배 모두 시세가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품위를 최대한 유지해 당도를 제대로 갖춰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산지에 당부했다.

당분간 평년비 높은값 기대
예상밖 무는 시세 꺾일 수도


▲배추·무=여름철 고온 현상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올 추석 대목 배추와 무 모두 평년 이상의 고단가가 유지됐다. 다만 채소류 특성상 평균적으로 추석 2주전 보다는 1주전 시세가 높으며 추석으로 갈수록 상승장을 타지만 올 추석엔 추석 직전으로 갈수록 물량이 몰린 반면 일반 소비는 둔해 시세는 갈수록 떨어졌다.

배추의 경우 가락시장에서 8월 30일 10kg 상품 기준 2만4060원까지 경락가격이 올라섰지만 이후 계속 떨어져 추석 대목 전주엔 1만원 후반으로 내려섰고, 추석 연휴 이틀 전인 12일엔 1만7480원까지 하락하며 사실상 추석 장을 마무리 지었다. 무도 18kg 상품 기준 9월 1일 2만7945원까지 올라섰지만 하락세로 이어져 9일 2만98원, 12일 1만9769원까지 내려갔다. 배추와 무 모두 물량이 급감해 시세가 올라섰지 일반 소비보다는 공장 수요가 소비와 시세를 주도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가락시장의 고행서 경매과장은 “작황 악화로 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김치공장의 보유 물량이 없어 시세가 높았다. 그러나 일반 소비는 고단가로 인해 활발하지 못했다”고 이번 추석 대목장을 분석했다.

추석 이후에도 당분간은 평년보다 높은 시세가 지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배추와 무의 시세 흐름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배추는 조기 출하가 많이 이뤄졌고, 추석 이후 고랭지 지역의 포전 물량이 많지 않아 추석 대목 이후에도 비교적 높은 단가가 전망되고 있다. 추석 이후라 일반 소비는 더 둔화되겠지만 공장 수요가 많은데다, 추후 나올 준고랭지 2기작 물량도 많지 않아 평년 이상의 시세가 전망된다. 다만 워낙 추석 이후엔 김장철까지 일반 수요가 없어 큰 폭의 상승 흐름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무도 물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배추가 당겨 출하됐다면 무는 출하가 지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위황병 발생이 많아 품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칫 시세가 크게 꺾일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고행서 과장은 “배추와 무 모두 추석 이후에도 물량이 많지는 않은 상황에 배추는 공장 수요가 많이 없고 물량도 당겨 출하돼 추석 대목보다는 떨어지지만 평년과 비교해선 강보합세가 전망된다. 다만 무의 경우 위황병 발생이 많아 전반적으로 소비 흐름이 꺾여있는데다 출하 물량도 지연돼 생각 외로 시세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단 추석 이후에는 소비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 거기에 상품성도 좋지 못하면 소비는 정말 최악으로 흐를 수 있다”며 “결구를 제대로 갖춰 상품성 있는 출하가 이어지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민·김경욱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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