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발 물류대란…농식품 수출업체 피해 눈덩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가 발생한지 이십여일이 지났다. 미국 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스테이오더(압류금지조치)를 승인, 지난 11일 자정부터 일부 한진해운 선박의 하역작업이 개시되면서 급한 불은 꺼졌다. 하지만 대체 선사 확보의 어려움과 함께 운임상승으로 가격경쟁력이 지속 하락하고, 제품의 대외 신뢰도에 타격이 미칠 것으로 예상돼 앞으로 우리 농식품의 수출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납기일 넘겨 품질 불량 우려·하역비까지 떠안을 상황
추가운임 주고 외항선사 이용…고스란히 제품가격 상승
정부 물류비 긴급지원 대책에 업계 "지원규모 다소 부족"


▲납기일 지연·바이어 클레임 등 수출업체 고스란히 부담=한진해운은 97척의 컨테이너선을 보유하고 해외에 23개 법인을 둔 국내 최대 규모의 글로벌 컨테이너선사다. 특히 전세계 해상 항로 시장점유율에서 미주 7.4%, 유럽 4.1%를 차지할 만큼 미주 및 유럽지역 수송서비스 비중이 크다. 또한 다른 국내 및 외항 선사들보다 운임·하역비용이 10~20% 정도 저렴하고, 냉장컨테이너 등 서비스를 제공해, 미주·유럽시장에 진출하는 대부분의 국내 식품업체들은 한진해운 선박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번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국내 식품 수출업체들은 아무런 대비 없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신선 배 수출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하순 올해산 신선 배를 한진해운 선박을 통해 미국에 첫 선적했는데, 아직 물건 하역도 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미 납기일을 넘긴 상태에서 품질 불량의 우려가 커 미국 바이어와 약속한 마케팅 및 판매에 큰 차질을 빚고 있고, 늘어난 하역비 부담도 우리가 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치업체 관계자는 “대기기간 동안 컨테이너보관료 등 추가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납기 지연으로 수입벤더가 김치 제품 재공급을 요청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출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 1개당 하역비용은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미주는 평균 300달러 수준이며, 하루당 컨테이너 보관료는 20피트 2~3달러, 40피트 5달러 내외 정도다. 하지만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선박 입항거부로 대기기간만큼 보관료 증가는 물론, 하역비도 현지 인건비 상승으로 400달러 이상 치솟았다. 또한 해상운송 손해보험에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선사·선주의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피해는 보상받기 힘들어 수출업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경쟁력 하락으로 수출확대 발목 우려=더 큰 문제는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사태가 향후 우리 농식품의 수출경쟁력을 떨어트려 수출 확대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특히 운임·하역비용 급등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 및 대외 이미지 타격이 예견된다.

농식품 무역업체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해상 수송노선에서 사실상 퇴출되면서 일부 화주(수출업체)들은 평소보다 30~40% 이상의 추가 운임을 지급해 울며 겨자먹기로 외항선사를 이용하고 있고, 하역비도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화주들의 부담은 제품 가격상승으로 반영돼, 결과적으로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현대상선 등 국적 선사 선박을 긴급 투입하고 있지만, 수송규모·운임비용 등 여러 면에서 한진해운보다 뒤져 대체선사로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과실 수확기를 고려해 보통 하반기에 수출물량이 집중되는 우리 농식품의 특성을 감안하면, 일부 국적 선사로 소화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수산가공업체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미국 수출계약을 맺어 이달부터 LA지역 한인마트에서 제품을 판매하기로 했는데, 한진해운 사태로 납품을 제때 못하고 있다”며 “신생 수출업체 입장에서 한진해운 사태는 우리 식품기업의 신뢰도 타격은 물론, 앞으로의 우리 농식품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입힐 수 있다”며 우려했다.

▲운임 및 하역비용 지원 현실화 시급=정부는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피해를 줄이고자 7일 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 등이 참여한 범정부 차원의 ‘합동대책 TF’를 구성해 수출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출보증 및 정책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으며, 신선식품 등 시한이 촉박한 화물을 우선 해결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도로 농림축산식품부는 12일 미주·유럽 노선 선박을 이용한 농식품 수출업체에게 한시적으로 40피트 컨테이너당 평균 450달러의 물류비를 긴급 추가하는 등 자체적인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농식품부는 이번 지원 효과가 한진해운 사태로 상승한 운임(미주 600달러·유럽 300달러)을 충분히 보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식품 수출업계는 가장 큰 애로인 운임 및 하역비용의 현실적인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무역업체 관계자는 “미주노선(부산항-LA롱비치항) 기준 컨테이너당 해상운임이 1100달러에서 1700달러까지 대폭 상승됐고,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하역비까지 수출업체가 고스란히 부담을 져야 할 상황이다”며 “여전히 해상에 80여척의 한진해운 선박이 발이 묶여 대기기간 만큼 컨테이너보관료 및 하역비용이 점점 늘기 때문에, 농식품부의 물류비 추가 지원 규모가 다소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해상운임 상승폭의 평균치를 근거로, 한진해운 선박 이용 유무에 상관없이 미주·유럽지역 수출업체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며 “하역비용은 합동대책 TF가 지난 11일 발표를 통해 4000억 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중소 수출 포워딩업체에 즉시 지원하는 만큼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성은 기자 parks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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