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추석 대목에 유통·식품 업계가 여러 부침으로 힘겨워하고 있다. 사진은 추석 연휴 일주일 전 서울 송파의 한 농산물 선물 매장.

올 추석 유통·식품 업계는 물가 폭등이라는 여론 형성, 시행을 목전에 둔 김영란법 등 여러 악재를 맞아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올 추석 선물 구입 비중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조사되는 등 상황이 녹록지 만은 않다. 이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높은 당도를 내세운 과일 시장, 낮은 가격대의 다양한 상품 구성 등 소비 반등을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통·식품 업계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과일 당도 높지만 소비자 외면
4만원 후반대 선물세트 증가


▲추석 대목, 유통 현장 스케치=추석 연휴를 꼭 일주일 남겨둔 지난 7일 서울 송파구의 한 대형마트. 이곳의 농산물 코너에 진입하자 추석 대목임을 확인시켜주듯 다양한 선물세트가 전시돼 있었다. 유통 업체별로 사전 예악 판매를 넘어 본판매가 시작된 것이다.

“TV를 봤는데 올해 과일 값이 비싸다고 하더라고….”

추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던 가운데 젊은 부부로 보이는 한 쌍의 커플이 무심한 듯 한마디 뱉으며 과일 매장을 지나쳤다. 이들 부부의 무심한 이 발언이 추석 대목 유통가에서는 비수로 꽂히고 있다. 이 부부처럼 비쌀까 되레 겁먹은(?) 소비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유통 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발언과 달리 추석 과일 선물세트는 평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대형마트를 방문한 날이었던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내놓은 추석 대목 과일관측에 따르면 추석 1주 전 사과·배 가격은 작년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 추석 유통가를 관통하는 또 다른 풍경은 4만원 후반대에 맞춰진 선물 가격대에 있었다. 눈짐작으로 봐도 4만9000원대의 선물이 주를 이뤘다. 주요 유통 업체에선 기존가격은 5만원을 넘지만 회원가는 4만9000원대로 맞춰 회원 확보를 유도하기도 했다.

과일 시장에서는 ‘당도 측정기’가 등장하는 등 ‘당도’가 마케팅의 중심이었다. 폭염으로 모양이나 빛깔은 좋지 못해도 풍부한 일조량 속에 당도는 높은 올 추석 대목 과일 특성을 감안해 당도 측정기를 직접 소비자들에게 보이며 높은 당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당장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 있을 내년 설 이후를 걱정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올해의 경우 목전이긴 해도 그래도 추석이 김영란법 시행 전이었지만 내년 설부터는 김영란법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우려스러움이었다.


전통식품 명절특수는 ‘옛말’
생활필수품 등 선물 대체도


▲식품업계 동향=고정적인 판로 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식품 업계의 명절 특수 효과는 점점 옛말이 돼 가고 있는 분위기다. 올해 역시 지난해에 비해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되면서 좀처럼 추석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양상이다. 업계에선 주문 물량이 예년보다 소폭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추석을 1주일여 앞둔 시점에 마감되는 우편(택배) 배송 물량은 대체로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 추석 이후 시행 방침을 최근에야 최종 확정한 ‘김영란법’도 추석 시장에 간접적으로나마 ‘악재’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설과 추석 등 명절 특수 효과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흐름에 대해 업계의 위기의식이 짙어져 가는 가운데 ‘김영란법’의 등장은 저가 선물세트와 고가 선물세트 시장 사이의 ‘양극화’ 간격을 더욱 벌려 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장단점이 각각 예상되고 있지만, 분명한 점은 저가 선물세트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품질이나 제품 구색, 패키지 등을 저렴한 가격대로 맞춰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부담은 업체가 일정 부분 감당해야 할 공산이 커졌다.

한과 업체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올해 추석 분위기 자체가 가라앉았다. 앞으로 명절 특수 분위기는 이런 추세에서 더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것 같진 않다”며 “김영란법 시행 등으로 인해 5만원 이하 저가 선물세트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기 위한 부담 역시 더욱 커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9월 초 주요 전통주 업체들의 주문 물량을 파악하면 대형마트·백화점 등 도매점과 음식점 등 소매점 간 유통채널에 차이를 둔 업체들의 매출이 차이를 보였는데, 전체적으로 예년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명절 대목은 사회적 여건들이 변화하면서 기대만큼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의 경우엔 김영란법의 간접 영향권도 없진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통식품 업체 관계자는 “‘김영란법’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얼어붙은 소비 심리 탓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체 구매물량과 택배물량이 지난해보다 15% 가량 줄었다”며 “농축산물과 이를 활용한 가공식품 선물 수요가 일부 실용적인 생활필수품 선물 등으로 빠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차례 준비 비용 30만원 예상
선물 선호도 ‘과일’ 가장 높아


▲추석을 맞는 소비자의 농식품 소비 행태=올 추석 선물 구입 비중은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선물 중에서는 과일 선호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5일 추석 명절 음식 구입 행태를 파악하기 위해 농업관측본부 소비자가구(주부) 패널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이 밝혔다. 소비자 조사 결과 추석 명절에 차례를 준비하는 소비자는 74.4%이며, 이 가운데 추석 차례음식을 예법에 따라 차리는 소비자 비중은 47.6%로 나타났다. 또 소비자의 추석 명절음식 주 구입 시기는 추석 2~4일 전이며, 예상 지출비용은 30만원대가 가장 많았다.

추석 제수용 햅쌀을 구입할 소비자는 59.8%로 차례를 지내는 소비자 보다 적었고, 추석 명절용 김치를 담그는 소비자는 43.3%로 작년 추석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다. 추석 명절용 과일 구입의향은 물량기준으로 사과, 배, 포도, 단감, 복숭아 등의 순서였으며, 차례상에 수입과일을 올리는 소비자도 23.8%나 됐다.

올 추석에 선물을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는 74.0%로 작년 대비 4.8% 감소했다. 선물용으로는 과일(40.6%)을 가장 많이 선호했다. 과일 중에서도 사과(41.5%), 배(21.9%), 사과·배 혼합(20.6%) 등 주 제수용 품목인 사과·배가 주를 이뤘고 이어 포도(8.6%), 복숭아(5.2%) 순으로 구입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끝>

김경욱·고성진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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