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난 STX 팬오션, 법정관리 들어간 한진해운 등에 투자
충북지역만 수백억…전국적으로 해운업 부실 후유증 클 듯

지역농협들이 조선 해운업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 해운업 채권 투자액이 충북지역에서만 족히 수백억은 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가늠이 어려울 정도다. 농협은행이 수조원대의 대출부실을 떠안는 상황에서 지역농협도 조선 해운업 부실 여파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음성군의 한 농협은 오래 전에 부도가 난 STX 팬오션,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 채권에 투자했다.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을 투자한 것이다. STX에 투자한 채권은 날린 지 오래다. 한진해운 채권 10억원도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농협은 조선 해운업 채권외에도 최근까지 250억원대의 채권에 투자해왔다. 올해 만기 도래한 채권을 처분하면서 현재는 160억원에서 170억원 정도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 농협 조합장은 “대부분 채권투자를 한다. 음성지역은 최소 100억원 이상들은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음성군의 또 다른 농협 한 곳도 현대상선에 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농협에 따르면 만기도래한 5억원중 절반은 주식으로 받고 나머지 절반은 상환연장을 했다. 조합장 모씨는 “한진해운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을 들어서 작년에 대손충당을 했다. 경영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곳처럼 현대상선에 투자한 곳이 여러 농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상선의 경우 주식으로 50%를 상환하고 나머지는 금리 1%에 상환연장을 한다. 지역농협 입장에서는 투자손실은 물론 주식으로 상환받으면서 원금까지 까먹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된 것이다.
 
음성군의 또 다른 농협 한 곳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채권에 투자했다. 조합장 모씨는 “정확한 투자액을 밝히기는 그렇다. 한진 것은 손실이 불가피하고 현대는 그나마 큰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지역 농협 대부분도 채권투자를 하고 있다. 한 농협 조합장은 “내년에 만기도래하는 현대상선 채권에 15억원을 투자했다. 한진해운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농협은 현대상선외에도 50억원대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청주시 또 다른 농협 조합장 한 명도 “현대상선에 6억원을 투자했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온다. 총 50억 정도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외에는 대부분 우량기업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농협들이 채권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금융환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에는 중앙회에 예치를 했으나 금리가 1%대여서 매리트가 적다는 것이다. 또 농촌지역일수록 대출이 어려워 신용사업 수익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의 적극적인 마케팅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역 농협 한 조합장은 “다른 증권사도 있는데 대다수 농협들이 NH투자증권의 권유로 채권투자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농협의 투자가 조합원들로부터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협의 한 신용담당 상무는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어 여기서 결정을 한다. 그러나 농민들은 채권에 대해 거의 모른다. 전무나 조합장이 사실상 결정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충북=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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