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하는 기대를 걸었지만, ‘역시’였다. 국내 육계계열업체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시장점유율 쟁탈을 위해 도계량을 늘렸다. 올해 상반기 국내 육계 도계량은 총 3억7975만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억5210만수에 비해 2765만수(7.8%) 증가했다. 육계 도계량은 2013년부터 매년 7%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시장경쟁체제에서 육계계열업체들이 도계 물량을 늘렸다고 비판을 할 수는 없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표로 하고 있고,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육계계열업체들의 태도다. 도계 물량을 늘릴 때 정부나 생산자단체에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육계 가격 폭락을 우려하면 “수급은 시장 상황에 맡겨야 한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정작 가격 폭락이 장기화되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수급조절을 실시해야 한다”라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 도계 물량을 늘리는 건 자유이지만, 책임은 정부가 세금(닭고기자조금)으로 해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돼 여론이 육계계열업체에 불리하게 형성되면 주장하는 것도 해결방안도 매번 똑같다는 점이다. 육계계열업체가 도산하면 피해보는 건 결국 위탁사육농가가 될 것이라는 협박성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협박 결과 정부와 농가, 육계계열업체들이 닭고기 소비 홍보를 위해 조성한 닭고기자조금이 수급조절자금으로 쓰이고 있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 넣는 셈’이고, 육계계열업체들은 ‘도계량을 늘려 문제가 생기면 자조금을 이용해 수급조절을 하면 된다’라는 생각만 갖게 됐다.

업계 상위의 한 육계계열업체 사장은 공식석상에서 “국내 육계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켜 수입산 닭고기와 경쟁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내 계열업체들은 품질경쟁이 아닌, 대량생산으로 인한 생산비 이하의 ‘제 살 깎아 먹기식’의 가격경쟁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것이 진정한 경쟁력이 될 수 있는지는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육계계열업체들의 무의미한 시장점유율 경쟁을 잠시 멈추고, 국내 육계 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생각해야 할 때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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