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협회 하반기 세미나

일본과 우리나라 사과·배 생산 농가의 노동시간이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자가노동 비율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외부 노동력 투입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국내 사과·배 생산 농가의 생산 시스템의 점검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국과수협회가 지난 8월 31일 대전 선샤인 호텔에서 개최한 하반기 세미나에서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장은 일본의 사과, 배 노동력 투입 시간과 경제성에 대해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일본 사과농가, 
전체 노동시간의 85%가 
가족노동인 반면
우리나라는 64% 불과

일본은 배 무봉지 재배로
자가노동비율 94%
국내 농가는 69%로 
외부 노동력 투입 많아

노동력 투입 수준 논의하고
과실 크기·색택보다
‘맛’으로 소비자 평가받아야 


▲일본 사과 노동시간=일본의 사과 재배면적은 감소 추세에 있지만 수확량은 재배면적 감소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 실제로 2005년 일본의 사과 재배면적은 4만800ha에서 2015년 3만7000ha로 감소했지만 전체 수확량은 같은 기간 81만9000톤에서 81만1000톤으로 줄어든 것.

일본의 사과 품종별 재배 현황을 살펴보면 일본은 전국적으로 87종이 재배돼 품종이 매우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후지가 총 생산량의 53.1%를 차지하고 쓰가루가 11.1%, 오린이 7.6%, 조나골드가 6.9%의 비중을 보인다.

사과 작업 단계별 노동시간은 자영농업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2007년 10a당 273시간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이라는 시기가 다소 지났지만 노동력 투입 시간은 큰 변화가 없다는 전제로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인 150시간에 비해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가족이 노동시간에 참여하는 시간은 233시간으로 전체 노동시간의 85%를 차지했다. 그 반면 우리나라는 총 150시간의 노동시간 가운데 가족이 참여하는 시간은 96시간으로 64%를 보여 큰 차이가 났다. 이는 일본은 자가 노동 비율이 높지만 우리나라는 외부 노동력 의존 비율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주목할 것은 우리나라는 여성의 노동시간이 58%에 달하지만 일본은 44%로 남성과 여성의 노동시간 비율이 반대되는 현상을 보였다.

▲일본 배 노동시간=이러한 경향은 배 재배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일본의 배 작업 단계별 노동시간은 10a당 367시간으로 이 가운데 가족노동 비율, 다시 말해 자가 노동 비율은 345시간으로 94%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176시간이며, 이 가운데 자가 노동 비율은 122시간으로 69%로 조사됐다.

일본은 배 재배에서 노동력 감소를 위해 수형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존의 3~4본 주지 재배나 2본 주지 재배에서 현재 조인트 재배로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조인트 재배의 경우 작업자의 동선을 단순화 시킬 수 있고, 숙련자와 비숙련자 간의 작업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김명수 소장은 “일본은 무봉지 재배가 사실 일반화돼 있고, 과실의 색택 보다는 맛으로 소비자에게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다”며 “우리나라도 고품질 과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고품질의 과일 생산을 위해서는 노동력을 어느 수준까지 투입해야 하는지의 논의와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는 과실의 크기나 색택 등 외형적 품질 기준이 내부 품질 보다 우위를 점하다 보니 노동력이 과도하게 투입된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업계와 생산농가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소장은 또 “특정 품종의 과점유로 과일의 소비, 유통, 산업 체질이 약화될 수 있다”며 “지역별 특화 품종 정착으로 브랜드 가치를 제공하거나 배의 경우 서양배 등의 산업화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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