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고량 증가와 가격하락으로 인해 전국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의 경영난이 위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농협 RPC의 누적 적자가 1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누적 적자를 이기지 못해 문을 닫는 사업장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농업계가 RPC 도정시설에 대한 농사용 전기요금 적용을 재차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절박한 상황과 맞닿아 있다.

현재 RPC의 건조·저장시설은 농사용 혜택을 받지만, 도정시설에는 산업용 요금이 적용되고 있다. 2011년 한·미FTA 대책 수립 당시 쌀이 ‘미개방품목’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도정시설을 농사용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지금까지 요금체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중FTA 대책을 논의할 때도 이에 대한 요구가 거셌지만 정부의 반대로 현행 요금을 20% 할인하는 선에서 논의가 마무리됐다.

정부는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농사용’ 적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정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도정시설을 가공과정으로 보는 것은 타당치 않다. 또한 정부 추곡수매제 폐지 이후 수확기 벼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흡수하며 RPC가 쌀 수급조절이라는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RPC의 경영난은 쌀 수매가 하락 등 고스란히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 마땅하다.

도정시설 전기요금이 ‘농사용’으로 전환될 경우 전국적으로 연간 100억원 가량의 전기료 절감이 가능하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조9000억원에 이르는 한국전력공사의 경영 상황으로 보면 결코 부담스러운 액수가 아니다. 조속한 시일내에 관련 조항을 개선, RPC 경영난을 덜어주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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