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 미래를 위한 유통, 조화와 상생 그리고 효율

한국식품유통학회는 지난 8월 18~19일 충북 보은 소재 레이크힐스 속리산 호텔에서 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농식품 미래를 위한 유통, 조화와 상생 그리고 효율’이라는 주제로 첫날인 18일 심포지엄을 학회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공동으로 주최해 학계와 정부기관의 협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김병률 한국식품유통학회장은 “농산물 유통의 발전을 위해서는 상생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과 특히 도매시장은 농산물 유통에서 가장 중요한 경로이자 효율성이 중요해 주제를 조화와 상생, 효율로 정했다”며 “다양한 주제와 의견이 향후 도매시장의 대응력과 혁신적인 마인드를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동열 aT 유통이사는 “학회와 aT가 공동으로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것이 처음이다. 단순히 학술행사로 그치지 않고 좋은 대안과 묘안이 나와 현장에 효율적으로 접목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식품유통학회 하계학술대회의 주요 내용과 토론을 정리했다.


“도매시장 활성화 동력, 내부서 찾아야”

 

▲권승구 동국대학교 교수(유통환경 변화와 도매시장의 비전)=도매시장을 둘러 싼 유통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 도매시장은 공존과 공멸의 기로에 서 있다. 특히 도매시장의 위기를 얘기할 때 외부로부터의 위기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는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내부적 갈등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다 보니 외부로 표출되거나 갈등 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또한 도매시장이 유통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여전히 소규모 농가와 다수의 중소 소매상이 도매시장의 고객이다 보니 사실 변화의 이유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과 정부의 유통정책의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 이러한 철학을 기본으로 정부는 도매시장의 문제에 대한 옥석을 가려야 한다.

도매시장 유통 주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우선 도매시장 내 유통주체들의 규모화, 전문화, 다양화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법인들도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화를 추진해 원활한 산지유통 전략과 산지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등 고비용 저수익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다. 또한 중도매인의 규모화, 전문화, 다양화를 통해 소비지 분산 대응 능력을 제고하고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다. 이러한 기본을 바탕으로 도매시장은 물류기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시설현대화가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설현대화는 소매유통업체의 도매시장으로의 흡입을 확대하는 시금석이 되는 동시에 물류환경 및 물류 동선의 개선을 통해 수송·배송시스템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도매시장은 다양한 유통주체가 유통의 효율성과 공정한 경쟁력을 발휘하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도매시장의 활성화와 긍정적 변화에 대한 동력은 시장 내부에서 스스로 찾아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시설정비사업 계획 수립 구체화해야”

 

▲전창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농산물 도매물류 실태와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정책방향)=도매시장의 전체 거래물량은 현재 지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도매시장의 거래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도시 중심 도매시장의 물류효율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현실을 보면 대부분의 도매시장은 경매장과 배송장을 함께 사용하면서 하역기계화를 하기에는 공간이 협소하다. 또한 도매시장에서 저장 수요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시장내 저장시설은 매우 부족해 농산물의 감모 요인이 되고 있다. 이렇듯 도매시장에서 농산물 체류 시간이 오래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도매시장에 유입되고 분산될 때까지의 물류를 어떻게 효율화하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도매시장에서만 물류효율화를 얘기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도매시장의 용적률을 살펴보면 중앙도매시장 경우 용적률이 지방도매시장에 비해 높다. 이는 거래물량에 비해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시설별 거래량 부하 실태를 살펴보면 중앙도매시장 부하율이 높아 향후 시설현대화의 우선 순위가 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부 중앙도매시장의 경우 시설현대화가 완료됐지만 여전히 부하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물류시설이 적정 규모로 배치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공영도매시장 건설 정책에 있어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도매시장은 농산물 공급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물류기능, 수출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소화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필요 시설들은 여전히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 시설현대화사업도 추진 중이지만 전체 도매시장 가운데 4곳만 진행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따라서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은 농산물 공급사슬관리의 핵심 주체로 육성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또한 시설정비에 있어 기존 도매시장의 구분 기준을 재검토하거나 중앙정부에서 도매시장 정비기본 방침을 고시하는 것도 고려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정비사업 계획 수립을 구체화하고 시설현대화 대상을 선정할 때도 공개적이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다양성·차별성 살린 특화시장 육성을”

 

▲위태석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박사(지방도매시장 어떻게 활성화해야 하나)=중앙도매시장은 전국 단위 산지의 유통을 상정하고 있는 시장이고 지방도매시장은 지역 단위 산지의 유통을 상정하고 있는 시장이다. 그런데 중앙도매시장의 개설 허가권이 지자체에 이관돼 있다. 개설자가 자신이 개설하고 허가까지 내 주는 구조다. 중앙정부는 조례 개선 승인권을 갖고 있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엇박자가 나면서 유통주체들의 반목과 갈등이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경우 중앙도매시장 개설권은 중앙정부가 갖고 지방도매시장은 도지사가 갖고 있다. 지방과 역할 분담이 명확히 돼 있는데 우리는 사실 미흡하다. 따라서 도매시장 개설권에 대한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중앙도매시장과 지방도매시장의 분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과거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인구 100만명 이상이거나 도매시장 취급물량 20만톤 이상은 중앙도매시장으로 분류하고 이 가운데 하나에도 해당되지 않는 곳은 지방도매시장으로 분류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또한 이 가운데 하나만 충족을 하면 해당 도매시장이 자율적으로 선택을 보장하는 방식이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자율권 부여를 위한 방법론으로는 일본과 같이 공영도매시장의 기본적인 원칙은 준수하면서 개설자가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승인권은 중앙정부가 유지를 하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도매시장에 대한 일관된 정책방향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도매시장 제도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적용돼 왔다. 도매시장별로 취급 품목과 지리적 위치에 따라 요구되는 기능이 다르다는 측면을 볼 때 앞으로의 도매시장은 획일적인 운영에서 탈피해 다양성과 차별성이 결합된 특화된 시장으로의 육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여기에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지방도매시장 육성을 위해서는 개설자의 일방적인 진행이 아니라 도매시장 종사자의 주도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 ‘농식품 미래를 위한 유통, 조화와 상생 그리고 효율’을 주제로 한 한국식품유통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선 학계와 정부 기관은 물론 농민단체, 관련 협회, 도매시장 관계자 등 농산물 유통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 농식품 유통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종합토론

시장기능 유지하면서 매매방법·시설에 변화 주며 발전해야
중도매인 규모화 필요·제대로 된 중장기 계획 세워 실천을
개설자에 맡기지 말고 도매시장 관리감독 중앙정부 나서야 


▲오세복 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협회 사무국장=도매시장 정책은 그동안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진행돼 온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다만 정책의 수립이나 시행과정에서 다소 명쾌하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예를 들어 정권 교체기나 특정 품목의 수급불안 여론에 밀려 진행돼 온 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 훼손되는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공영도매시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시장의 기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매매방법과 시설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된다. 시설현대화나 물류 효율화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지방도매시장의 활성화와 자율성 확대를 위해서는 시장관리에 어떤 방식으로라도 시장 내 유통주체들이 참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농가들은 좋은 농산물 생산이 책무이고 도매시장은 가격형성이 이뤄지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를 관리하는 정부가 일관된 정책으로 추진해 온 것에는 다소 소홀했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회의 판매장려금 인상이나 광주광역시의 상장예외 도입, 울산광역시의 표준하역비 문제 등의 문제는 제도적으로 미비한 사항을 미리 보완했다면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중앙정부의 관리나 감독이 취약하다 보니 일련의 사태들이 발생했다고 본다. 앞으로 도매시장의 관리 감독에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단순히 시장 개설권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엄밀하게 개입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의 개정도 이제는 준비하고 논의해야 한다. 또한 농식품부의 조직 체계도 다시 한번 논의해 봐야 한다. 현재는 소수의 인력으로 전국의 모든 도매시장을 관리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인력을 보강하고 조직도 개편해야 한다. 도매시장법인들의 평가도 형식적으로 하기 보다는 도매시장법인들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할 것이다.

▲김홍배 농협중앙회 채소수급단장=산지의 입장에서 도매시장에 바라는 바는 우선 중도매인의 규모화가 필요하다. 현재 농협의 공동선별 출하 물량이 15%로 팰릿 형태로 출하된다. 그런데 도매시장에서는 이 팰릿을 다시 재분류한다. 중도매인들이 영세하다 보니 이 팰릿 출하를 분산할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도매인의 규모화가 필요하다. 또한 산지 조직화를 위해 공동선별 출하회도 조직해 오고 있는데 오히려 대형유통업체들이 이를 와해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이 공동선별 출하회 보다는 개별 조합만을 상대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런 부분들은 정책적으로 견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계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강서지사장=서울 가락시장은 개설 이후 사실 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쟁 당시의 사안을 보면 심각해 보이지만 그 과정을 보면 조금씩 양보하고 공감하면 해결이 가능한 문제였다고 본다. 도매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농안법 얘기를 많이 하는데 도매시장에는 농안법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약 130개의 법안이 연관돼 있다. 그렇다 보니 중앙정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구조다. 오히려 지방정부가 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장의 유통주체들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황형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유통조성처장=도매시장 발전을 위해 유통효율성 추구, 거래확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매시장 종사자들의 자발적이고 주도적 역할수행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유통환경 변화와 연계해 공영도매시장 운영과 관리를 위한 제대로 된 중장기 계획을 설정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도매시장의 시설현대화에 있어 개설자 및 시장관계자들의 이해가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단순히 시설을 확장한다는 개념에서 접근하다 보니 실제 정책의 근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시설현대화의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방도매시장의 활성을 위해서는 개설자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도매시장법인이 실질적으로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겸영사업의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유통정책과장=농안법 개정에 대한 의견이 많은데 검토를 하고 있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개정할 것인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좀 부족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 보니 무조건 개정을 할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중장기적 계획이 정리가 된 후에 개정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매시장은 시장 내 주체들의 경쟁을 통해 활성화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시설현대화를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도매시장 현대화를 통해 어떤 이익이 생기는지 고민하다 보니 지지부진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시설현대화를 하면 어떤 이익이 있는지 계량화가 필요하다. 또한 도매시장법인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과 정리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만으로는 힘들고 함께 극복하고 노력해야 할 과제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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