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중국 포도수출검역단지로 지정된 고산영농조합법인은 껍질째 먹는 것을 선호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성향을 감안해 캠벨얼리 대신 바로 먹을 수 있는 청포도, ‘샤인 머스캣’을 적극 재배해 중국 수출에 나선다.

중국산보다 가격 2~3배 높지만 현지 소비자 반응 좋은편
높은 당도·뛰어난 외관 장점…올해 '샤인머스켓' 수출길


국산 포도가 중국 시장에서 유통된 지는 아직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체 포도 수출물량(813톤, 2015년 기준)에서 차지하는 중국 수출 비중은 5.74%(46.7톤)에 불과하다. 주요 포도 수출국인 미국(262톤)과 싱가포르(173톤), 홍콩(102톤) 등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산 포도는 오는 8월 말 이후 본격적인 포도 생산이 이뤄지면 중국 시장을 두드리기 위해 넘어갈 전망이다. 이에 본보는 2년차를 맞은 대중국 포도 수출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포도 수출 상황 등을 점검한다.

▲수출 현황=포도는 과실류 중 처음으로 중국에 수출된 품목이다. 포도는 2009년 5월 포도 수입허용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검역문제로 중국 수출이 어려웠다. 하지만 지난해 4월 29일 중국과의 검역협상이 타결되면서 수출길이 열렸고 같은 해 9월 22일 천안(거봉 4.8톤)과 상주(5.72톤)에서 첫 포도 수출이 이뤄졌다. 지난해 중국으로 수출된 포도는 약 46.7톤(15만4766달러)으로 올해 중국에 포도를 수출할 수 있는 포도수출단지는 충남 천안과 경북 상주(2곳), 영천, 경기 화성 등 5곳이다.

수출된 국산 포도가 중국 포도와 비교해 가격이 2~3배 이상 높지만 국산 포도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실제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 거봉의 가격은 1㎏당 53위안으로 중국산 거봉(22위안) 보다 두 배 이상 높다. 1㎏당 70위안인 한국산 캠벨 가격도 중국산 롱앤포도(23위안)와 비교해 세 배 이상 높은 편이다. 하지만 높은 당도와 뛰어난 외관 및 착색도 등 고품질로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A수출단지 대표는 “중국 바이어들이 고품질의 포도만 갖고 오면 얼마든지 팔아주겠다고 한다”며 “지난해 보낸 포도의 경우 중국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예약 판매가 완료될 만큼 인기가 좋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캠벨과 거봉 품종의 포도가 수출됐지만 올해는 샤인머스캣 품종까지 중국 수출길에 오를 전망이다. 문용현 aT 농산수출부장은 “거봉과 캠벨, 샤인머스캣 모두 맛과 향이 강하기 때문에 국내 생산량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수출물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샤인머스캣 수출을 준비하고 있는 고산영농조합법인의 김형수 대표는 “중국 바이어가 샤인머스캣을 보기 위해 농장에 방문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일본산 샤인머스캣이 중국 내 백화점을 중심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우리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출 성공을 위한 조언1, 과당경쟁을 막자=수출업체들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국산 포도가 중국 시장에서 정착하려면 국내 업체 간 과당경쟁·저가경쟁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A수출단지 대표는 “중국 시장의 어느 곳에 진출할 지에 대해 업체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칫 우리 업체들끼리 경쟁하다 다 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시장에서 업체 간 과당 및 출혈경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출시장에서 업체 간 과당경쟁에 따른 부작용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유자차도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실제 국산 유자차의 경우 중국 내에서 건강음료로 인식되면서 수출물량이 늘어났지만 유자함량을 낮춘 저품질의 제품이 시장에 공급되고 저가의 제품이 유통되는 등 업체 간 저가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실제 aT의 수출통계에 따르면 2012년 1㎏당 2.92달러에 수출되던 유자차는 지난해 2.65달러까지 하락했다. 결국, 국산 유자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인식도 바뀌고 있다고 업체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데도 아직 포도는 수출업체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조율할 수 있는 수출협의회 조차 구성되지 않았다. B수출단지 관계자는 “중국시장은 수출 시작단계인 만큼 처음부터 수출시장에 대해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수출단지들의 모임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모든 의견을 조율할 수 있는 수출협의회가 구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출시장 분산, 수출협의회 구성 등에 정부가 적극 나서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출 성공을 위한 조언2, 취사선택=농식품부와 aT가 지난해 발표한 ‘중국 포도 시장 조사’ 보고서에 살펴보면 중국 소비자들의 포도 소비 유형을 대략 알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신맛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고 한국산 캠벨에서 상대적으로 신맛이 강하다고 느끼고 있다. 한국산 캠벨의 품질과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점은 공감했지만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시장을 조사한 수출업체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C지자체 관계자는 “캠벨 포도를 맛본 중국인들이 신맛이 난다며 다소 싫어하는 반응을 보였다”며 캠벨 포도의 수출 성공 가능성을 다소 낮게 전망했다. 또 캠벨은 중국 내에서도 재배되지 않아 중국 소비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품종이다. 한국산 캠벨의 수출 성공 가능성을 다른 품종 보다 낮게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거봉과 샤인머스캣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수출업체들은 판단하고 있다.

D수출단지 관계자는 “캠벨의 경우 내수 후 남는 물량을 수출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제품으로는 중국 등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출용 캠벨의 당도가 보통 14브릭스 정도인데 중국 내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포도가 훨씬 저렴하게 유통되고 있어 국내 캠벨이 가격과 품질면에서 모두 승산이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국시장에서 국내산 포도가 안착하려면 수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집중하거나 캠벨의 수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수출업체들은 조언한다. D수출단지 관계자는 “캠벨은 중국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품종”이라며 “캠벨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동시에 껍질째 먹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을 감안한 수출품목을 개발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수출 성공을 위한 조언3, 우수한 품질과 안전 제품 생산=국산 포도는 중국산 포도와 비교해 가격이 2~3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가격 경쟁력은 낮은 편이다. 결국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포도를 구매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의 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문용현 부장은 “한국산 포도라는 점을 내세워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해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안포도수출단지의 박용화 대표도 “올 8월 말 상해를 시작으로 수출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고품질로 상류층을 겨냥해 진행할 계획으로 높은 가격으로 시장에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품질의 포도를 수출하는 것은 물론 중국 소비자들이 최근 안전성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안전하다는 인식도 심어줘야 한다. 국산 포도를 취급하는 한 바이어는 “대부분의 수입 포도는 고가시장을 공략하며 일반적으로 식감이 좋고 단맛이 높다”면서 “가격경쟁력이 낮은 우리 포도는 고품질을 기반으로 고가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우 김효진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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