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이지만 분명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진행된 ‘위기의 포도 산업, 흔들리는 국산 과일’ 토론회에 참석한 포도 농가들은 현재의 포도 및 국산 과일 산업을 위기라고 진단하면서도 생산 및 유통, 가공 등 각 분야에서 맞춤식 처방이 내려진다면 발전하는 기회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한국포도회와 김종태 새누리당(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농어민신문이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위기의 포도 산업을 넘어 흔들리는 국산 과일에 대한 진단과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됐다. 무엇보다 포도 생산 및 수확기임에도 50여명의 포도 농가들이 참석, 토론회장을 가득 매우며 열띤 질문 공세를 펼쳤다.
일시 : 2016년 8월 5일 오후 2시
장소 :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

참/석/자 
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주제발표)
박희승 중앙대 교수(좌장)
안형덕 농림축산식품부 원예경영과장
최인명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장
고길석 가락시장 중앙청과 과일팀장
박광복 농협유통 과일바이어
장한익 전 포도사랑동호회장
황의창 한국포도회장


“유색포도 등 재배 품종 다양화…농가·지역에 맞춰 선택을”

#인사말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 제시 첫걸음”

▲김종태 국회의원=최근 농민들은 정부의 시장 개방과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로 인해 값싼 수입산 농산물의 범람으로 농가 경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포도의 경우 2004년 한·칠레 FTA 체결 이후 수입량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재배 면적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포도 가격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국내 포도 산업은 점점 더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과 관심이 부족해 포도의 유통·가공·수출 등 우리나라 포도 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이번 토론회가 현재 침체돼 있는 포도 시장의 활성화와 포도 산업의 발전을 위한 과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활력을 잃어가는 포도농가에 지속가능한 발전의 길을 제시하는 첫 걸음이 되는 뜻 깊은 자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포도산업 살아날 수 있게 방안 모색”

▲황의창 한국포도회장=현재 위기의 포도 산업은 FTA 등 정부의 일방적인 개방이 절반의 원인을 제공했고, 우리 포도 농가가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것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런 책임만을 논할 시기는 지났다. 만일 포도 농가 폐원이 계속돼 다른 품목으로 전환된다면 우리 과수 농업은 그야말로 자멸할 수밖에 없다. 이제 어떻게 하면 포도 산업이 다시금 살아날 수 있을지 같이 토론하고 공유해 나가야 한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우리 스스로 이 어려움을 극복해 포도 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포도가 우리 대에서 끝나는 품목이 아닌 후세에 길이 물려줄 수 있는 과일 품목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

“국산 과일 소비자에 사랑받게 되길”

▲윤주이 한국농어민신문 대표이사 사장=산지에서 포도가 한창 익어가야 할 시기에 우리 포도 산업이 위기에 빠져 이를 극복하기 위한 토론회가 개최돼 한편으로는 의미가 있으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포도는 예로부터 우리와 함께 해온 국내 대표 과일 품목이다. 그런 포도가 수입산 포도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고 소비자들에게도 외면을 받고 있다. 산지에선 포도 폐원이 속출하고 있고, 이로 인해 특정 과수 품목의 재배가 늘어 이들 과일 품목에도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이번 토론회가 대한민국 포도 산업의 불씨를 되살리고 이를 넘어 국산 과일이 다시금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농어민의 권익대변을 최우선 기치로 삼고 있는 한국농어민신문도 우리 포도와 대한민국 과일 산업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나가겠다.


#주제발표/‘위기의 포도 산업, 흔들리는 국산 과일’(이용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소비자 기호 관측 필수…단맛·즙 많고 씨 없고 알 굵은 포도 선호”

수입과일 연 7%씩 증가…포도·체리 수입 늘고 석류·자몽 등 들어와
현재 포도산업 규모 2000년대비 반토막…농가 실질소득 감소 뚜렷
1~2인가구 겨냥 소포장, 과당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공 모색해야

▲흔들리는 국산과일=과일 생산액은 1990년대 중반 최고조로 올랐으나 1995년 WTO 체제에 편입되고 이후 개방화 시대를 맞아 생산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다시 증가했으나 FTA 체결이 늘어나면서 다시 감소, 최근 3조6000억원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2000년대 이후 과일 소비 동향을 보면 수입과일이 연 7%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게 눈에 띈다. 품목별로 보면 국내산 과일의 경우 포도를 비롯해 사과, 감귤, 배, 단감 품목이 감소했고, 여름 과일인 복숭아와 자두는 증가했다. 국내산 과채는 딸기와 수박, 참외가 줄어들었고, 토마토는 상승했다. 수입과일의 경우 증가 품목이 많은데 수입 포도를 비롯해 바나나, 파인애플, 체리, 레몬, 망고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오렌지와 키위는 감소했다. 수입과일이 많이 들어온 게 국내 과일 시장의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된 것이다.

수입과일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수입규모는 물량 기준 7%, 금액 기준 9% 증가하고 있다. 물량 증가율보다 금액 증가율이 더 빠른 것이다. 이는 기존 바나나나 파인애플 위주의 저가 품목에서 점점 더 품목 구성이 고가 품목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망고, 블루베리 등 단가 높은 품목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칠레, 페루, EU, 미국 등 FTA 체결국이 늘어나면서 기존 바나나와 오렌지 수입은 줄어든 반면 포도와 체리 수입이 늘었고, 석류, 자몽 등 다양한 품목이 들어오고 있다.

▲위기의 포도 산업=포도의 경우 현 산업규모가 2000년의 절반 수준이다. 48만톤까지 육박한 생산량은 26만톤까지 감소했고, 면적도 3만ha에 근접했지만 지금은 절반인 1만5000ha까지 떨어졌다. 생산규모가 줄어들면 가격이 올라야하는데 가격도 떨어졌다. 지난해 가격을 보면 그 이전과 비교해 특정 달에 관계없이 12개월 모든 달에 가격이 떨어졌다. 시설이나 노지 재배 모두 하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같은 여름에 소비되는 복숭아나 자두와는 반대 현상이다. 자두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올랐고, 복숭아도 그랬다. 그러나 올해 자두 가격은 폭락했다. 드디어 공급 압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복숭아도 계속 면적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공급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도 포도의 경우 FTA 폐업지원금 등으로 재배 면적이 감소, 생산량도 줄어들고 있지만 가격은 여전히 지난해보다 밑돌고 있다. 단지 포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계절에 나오는 다른 과일도 이런 경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포도 가격이 떨어지다 보니 재배 농가들의 실질소득도 감소했다. 300평(990㎡)당 소득이 380만원 수준이다. 3000평을 해야 3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건데 보통 농가 평균 경작 규모가 1900평 정도에 불과하다. 소득이 굉장히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시설 농가의 경우 최근 유가가 하락하고 있음에도 소득도 떨어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면 수입과일이 국내산 과일·과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입 포도가 수입되는 시기는 3~4월이고 집중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시기는 3~5월이다. 이에 수입 포도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국내 품목이 참외, 수박 등이다. 포도는 수입 포도에 대한 영향도 받겠지만 무엇보다 체리 영향을 크게 받는다. 최근 10년간 체리 수입이 급증하면서 국내 포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수입 포도의 경우 소비자들이 겨울이나 봄 등 여름 이외 계절에 많이 먹으면서 정작 국산 포도가 나오는 여름철 소비를 덜 하는 경향도 보인다. 또한 포도 주산국 중 한 곳인 페루와의 FTA 체결 이후 가을철에 페루 포도 수입이 늘면서 이 페루 포도가 국내산 포도와 배, 사과 등 가을 과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입 포도 물량은 2004년 한·칠레 FTA 발효 이후 계속 늘고 있다. 최근 칠레뿐만 아니라 FTA 체결국인 미국, 페루, 호주 등의 물량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농가 소득이 어려워지니 작년에 무려 포도 폐업 신청 면적이 1100ha나 됐다. 농가 수로는 3200호다. 이는 전체 포도 면적 대비 7%, 농가 수의 10%나 되는 규모다. 올해도 FTA 폐업지원 대상 품목에 포도가 들어가면서 내년에는 폐원 규모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나의 산업을 이끌려면 젊은 층이 진입해야 하는데 포도 재배농가 10명 중 4명이 70대 이상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너무나 고령화돼 있다.

포도 가공시장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포도 가공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당시 1만톤 규모에서 지금은 7000톤까지 가공 규모가 줄어들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지금은 소비자가 왕인 시대다. 소비자 기호를 제대로 관측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비자의 기호도를 보면 소비자들은 달콤한 맛을 선호하고 다음으로 새콤달콤한 맛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새콤달콤이 예전과 다르다. 새콤이 옅어지고 달콤이 중요해진 것이다.

또 과일 선택 이유를 보면 성인과 청소년 모두 맛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다음이 성인은 건강기능성인 반면 청소년은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설문조사 항목에도 들어가지 못했던 간편성 부분을 성인과 청소년 모두 최근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맛을 중시하면서도 간편성을 따지는 것이다.

포도의 경우 외관을 볼 때 고려 비중으로는 껍질 및 흠집 상태 고려가 36%에 이른다. 그 다음에 다른 품목보다 중요하게 보는 게 열매모양이다. 31%나 된다. 과거에는 촘촘한 포도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씻기 좋고 한손에 놓고 먹기 좋은 포도를 선호한다. 포도의 전체적인 선호도를 보면 단맛과 즙이 많으면서 씨가 없고 알이 굵은 포도를 선호한다. 이런 하나의 사례로 현재 농가 재배가 늘고 있는 샤인마스캇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과일 거래를 가장 많이 하는 도매시장 내 두 개의 도매법인 자료를 토대로 다른 특성이 다 동일하다면 품종 특성에 의해 가격이 얼마나 편차가 있을지 분석한 결과 캠벨얼리보다 샤인마스캇은 kg당 3330원 더 받았다. 블랙올림피아는 1570원 더 받을 수 있다. 이렇듯 품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샤인마스캇만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아닌, 농가와 지역에 맞는 품종을 재배해 프리미엄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포도 포장 단위는 1~2인 가구 증가에 따라 소포장이 바람직하다. 올해 조사한 포도 1회당 구입단위별 비중을 보면 1kg 이하가 34.3%, 2~4kg이 29.8%, 5~9kg이 22.8%였다.

당류 저감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당 저감정책을 추진하는 국가에서도 과일·채소 섭취량 증대 운동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국산 가공음료 시장도 생과즙과 즉석에서 갈아 먹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과일 산업은 소비자 행동과 선호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최근의 10여년간 변화상을 보면 소비자들이 굉장히 까다로워졌다는 특징이 있다. 가공-관광과 연계한 6차 산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충북 영동에 있는 와인코리아의 경우 포도 농가 300여명이 주주로 참여하며 지역에서 생산된 포도를 1차적으로 수매하고 이를 통한 포도주 등 가공품을 연간 750톤이나 생산해낸다. 와인트레인 운영 등 체험관광도 활성화 돼 있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생산현장에서는 유색 포도 등 다양한 품종의 재배가 이뤄져야 하고, 가공분야에서는 과당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공 산업이 전개돼야 한다. 또한 로컬푸드와 체험 농장 등을 통해 좀 더 소비자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 ‘위기의 포도 산업, 흔들리는 국산 과일’ 토론회에선 포도 및 국산 과일 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특히 포도 농가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을 전달하며 정책 및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김흥진 기자

“폐업 지원정책 손질…농가 손실 보전·고품질 생산 유도를”

#종합토론

수입 포도 많아지면서 소비패턴 변화…‘껍질째 먹기’ 거부감 적어져
폐원 이후 다른작목으로 전환 관리, 재배면적·생산량 과잉 조절해야
가격 아닌 품질로 경쟁·농가 가공품 생산규제 풀어 부가가치 제고를


종합토론에 참석한 포도 산업 관계자들은 “우리 대에서 포도 및 우리 과일 산업을 끝낼 수 없고 끝내서도 안 된다”고 강조하며 위기의 포도 산업과 흔들리는 국산 과일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과 이에 대한 진단, 대응방안 등을 모색했다.


|수입과일이 가장 큰 문제

▲장한익 전 회장=현재 포도 등 국산 과일의 위기감을 제공한 가장 큰 원인은 수입농산물이다. 단순히 수입포도 뿐만이 아니라 체리 등 수입과일 품목이 늘어나고 있다. 또 수입산 소고기 등 육류 수입이 증가해도 그 수입에 의한 풍선 효과로 국산 과일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럼 WTO나 FTA를 막을 수 없다면 정부에서 나서서 소득 보장 정책이라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지 않겠는가.

▲황의창 회장=칠레와의 FTA 체결 직전 정부 연구기관에선 수입 포도가 국산 포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10년 지나도 1만7000톤 수입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7만톤 가까이 들어온다. 당시 수입 포도에 대해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

▲박광복 바이어=샤인마스캇이 수입포도가 들어오기 전에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까. 당시엔 포도를 껍질째 먹는다는 것과 씨 없는 부분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국산 포도의 경우 씨 있는 것이 주종인데 영향이 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먹는 패턴의 변화만으로도 수입 포도는 국산 포도에 영향을 미쳤다.


|손실 보전 및 고품질 유도로

▲황의창 회장=포도 산업이 무너지고 있는데 무작정 폐업시켜 포도 농사를 못 짓게 하는 게 옳은 방향인가. 다들 복숭아나 자두, 사과 등 특정 품목으로 움직인다. 그럼 그 품목도 엎어지게 돼 있다. 그런데도 폐업자금만 지원해주고 있다. 폐업자금을 지원해주는 것보다 포도 농사를 지어서 생기는 손실분을 보전해줘 고품질 유도로 정책 방향이 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우리 과수 산업을 살릴 수 있다.

▲박광복 바이어=폐원하고 다른 작목으로 전환할 때는 관리가 필요하다. 재배 면적이나 생산량이 지나치게 과잉되는 것을 조절해달라는 의미다. 올해 복숭아도 힘들다. 다시 복숭아가 힘들면 다른 과수 품목도 영향을 받는다. 자기가 짓고 싶은 품목을 한다고 정부가 나서서 막을 수 없지만 적어도 폐업지원 같은 정부 지원책은 작목 선택에도 관여할 수 있다고 본다.


|유통·가공 구조도 문제

▲고길석 팀장=솔직히 국산 포도가 예전보다 맛이 없어졌다. 그럼 무엇이 우리 포도를 맛없게 만들었을까. 그 중심에는 대형마트가 있다고 본다. 대형마트가 행사를 하면 캠벨 한 박스에 8000원대에 판다. 이런데 어떻게 가격이 오르겠나. 농가가 아무리 농사를 잘 짓는다 해도 더 이상 가격은 올라가지 않는다. 샤인마스캇도 지금은 고단가로 주목받고 있지만 대형마트에서 손을 대 행사를 걸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앞으로는 대형마트도 최저 단가를 제시하고 가격이 아닌 품질로 경쟁하면 우리 과일산업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박광복 바이어=소비지에서 먼저 고민하고 이를 생산지에 적용하면서 생산 농가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품종도 만들어 놓고 유통매장에서 팔아달라고 하는데 매장에서는 싫어한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먹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판매장이나 판촉 시식 행사 등을 통해 소비자 의견을 구하고 작업 단계나 생산단계에서 지적사항 등을 보완해 상품화시키는 단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장한익 전 회장=포도 농가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럼 부가가치라도 높여서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포도주나 주스, 식초 등 가공품을 만들 때 대기업과 같은 규제를 농가들에게 적용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포도주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꿔줄 필요가 있다. 농민이 농민주 조금 생산하기 위해 오비맥주처럼 허가를 받게 해선 안 된다.


|산업 인프라 보강 필요

▲황의창 회장=샤인마스캇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달라고 농촌진흥청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런데 외국 품종이라고 재배 매뉴얼 등의 연구를 하지 않았다. 결국 농가가 2년6개월간 스스로 매뉴얼을 만들어 다른 농가들에 보급했다. 외국 품종이라고 연구를 안 한다고 하는데 그럼 캠벨얼리나 거봉도 우리나라 품종이 아니지 않는가. 물론 국산 품종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력이 필요한데 10여년 전 12명이었던 국립포도연구센터에 지금 3명만이 활동한다. 이 3명이 전국을 다 돌아다니는데 어떤 품종 연구가 되겠는가.

▲장한익 전 회장=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현장지원단을 만들어 현장에서 기술 지원도 해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진단이나 처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는 농가들이 농사짓기도 바쁜데 여러 곳에 돌아다니면서 교육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현장지원단을 만들면 현장에서 재배에 집중할 수 있고 품질이나 부가가치 향상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 답변

품질 위주의 정책 개발 주력

▲안형덕 과장=과수 산업에선 고령농이 많다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다. 시설원예 분야에선 젊은 층이 많은데 유독 포도 등 과일 산업에선 나이 드신 분들이 많다. 시설원예를 벤치마킹하고 이와 연계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 소득보장 부분은 여러 가지가 얽혀있고  과거 쌀 수매하듯이 할 수도 없다. 그래서 작년부터 수입보장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과실주 등 가공산업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전문가 지원 같은 방안도 추진해나가겠다. 농가 의견 수렴도 올해 한 번 했는데 앞으로 좀 더 자주해나가고 유통 하시는 분들과도 공유하겠다.

폐업지원 부분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논란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포도 폐업농가들이 특정 품목으로 재배를 전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많이 나오고 있는데 품목 제한은 특별한 사항이 아니면 정부에서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런 방향으로 준비해나가겠다.

포도 소비가 줄어든다고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품목 소비가 이를 대체한다. 이제 품질 위주로 가면서 소비가 되는 쪽으로 과수 산업이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정책 개발을 해나가겠다. 국내 소비자를 잡고 해외 시장도 뚫는 식으로 가겠다. 그러면서 크게는 생산자단체 중심의 의무자조금으로 가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춰 나가겠다.


시장 요구 반영해 정보 제공

▲최인명 과장=저희들도 새로운 품종, 좋은 품종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 기술개발도 해 많이 전달해야 하는데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저희들이 요즘 들어 패턴이 바뀐 게 유통이나 소비자가 원하는 쪽으로 연구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요즘 연구를 위해 시장에서 연구 패널을 찾고 있다. 시장에서 어떤 것을 요청하는지 파악해 연구 사업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 농업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포도의 경우 좀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찾도록 하자는 게 기본 방침이다.

하나의 육종을 연구하는데 10여년이 걸리는데 그럼 칠레와의 FTA 체결 이후 지금쯤 좋은 육종 결과가 나왔어야 했는데 아직 그러지 못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좋은 품종이 나와 농가 소득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품종 매뉴얼을 연구해 어느 국가에서 만들어졌는지보다 농업인이 소득을 올릴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해 현장에서 도움 될 수 있게끔 하겠다.

연구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저희도 인식하고 행정자치부에 요구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 현재 포도 연구하는 동료들도 힘들어하고 있는데 농가 분들도 좀 더 도와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청중토론

중국 검역 까다로워 수출 걸림돌
정부 권유 인증제 소비 도움 의문
고품질 과일 제값 받는 풍토 조성


종합토론 이후 진행된 청중토론에서도 포도 농가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됐다. 수입산 및 폐업지원금 문제 등 종합토론에서 지적한 문제를 다시 한 번 강조한 내용도 있었던 반면 수출 문제 등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새로운 내용을 중심으로 청중토론에서 제기된 내용을 정리했다.

▲이인철 상주포도연구회장=자기가 짓고 있는 과원을 전부 다 폐기해야 폐업지원금을 주는데 만약 저에게 현 7000평 중 3000평의 폐업자금을 지원해주면 저는 3000평에 다른 과수를 심지 않겠다. 대신 이 자금을 받아 나머지 4000평의 포도 과원 품질을 고급화하는 쪽에 쓸 것이다.

▲이정열 김천포도회 부회장=폐업지원금은 무조건 줄 게 아니라 고품질 과실을 생산할 수 있는 과원 쪽에 지원해주고, 또 5년 후 다시 심을 수 있게 하는 정책도 바꿔, 평생 그 업을 못하게 하거나 적어도 10~15년 이상 못 심게 해야 한다. 5년은 금방 지나간다. 현재의 폐업지원금은 정부도 돈만 버리는 것에 불과하다.

▲강명옥 천안수출작목반 회장=중국 수출단지 지정을 받아서 수출을 해봤는데 중국이라는 곳이 검역과정이 상당히 까다롭다. 그 검역과정에서 손실되는 부분이 많다. 이에 대한 손실분을 보존해주지 않으면 농가가 따라갈 수 없다. 검역과정이 간소화되도록 하든지 아니면 보상을 해주면 중국 수출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정열 김천포도회장=3년 전부터 동남아 쪽으로 수출하고 있는데 동남아로 수출하니 검역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는데 물류 항공 지원이 사라졌다. 수출업체에서는 좋은 품질의 포도를 원하면서 가격은 대형마트 가격 기준에 조금 더 얹어주는 쪽으로 책정한다. 정부에선 수출로 내수 시장의 위기를 뚫어야 한다고 하는데 보조가 아주 없다. 또한 정부에선 GAP 인증, 지리적 표시 인증 등 다양한 인증을 받으라고 하는데 정작 이 인증이 소비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이영신 중앙청과 전무이사=다른 품목은 몰라도 나무 과실은 사람 손이 안 가고 할 수가 없다. 1만평 농사지으면 1억을 못해도 3000평 농사지으면서 1억을 할 수 있는 게 과수 품목이다. 이는 고품질과 더불어 소비자 패턴에 맞춰 소포장으로 가는 등 변화를 통해 가능하다. 정부도 물가 안정을 내세워 농산물 가격을 잡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맛있는 과일을 제값주고 사서 먹는 풍토가 자리잡아 나가야 한다.

▲유복형 한국포도회 사무국장=공직 생활을 하다 현재는 포도회에 몸담고 있는데 공직생활하면서는 정부 정책을 열심히 홍보하는 역할을, 현재는 현장에서 농민의 애로사항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오늘과 같은 토론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길 바란다. 산지에서선 유통업계에서건 이런 토론회가 정기적으로 열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면 위기의 포도 산업이 아니라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포도산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영민·김경욱·고성진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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