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고급 슈퍼마켓으로 유명한 ‘올레(Ole)’에 진열된 풀무원의 중국산 한국식 김치 제품. 맛과 포장은 우리와 유사하나, 판매가격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수출 9만 달러 대 수입 5960만 달러. 올 상반기 우리나라와 중국 간의 김치 교역 규모다. 무려 660여배의 차이가 날 만큼, 무역수지의 비대칭 편차가 상당히 크다. 정부가 올 초 업무보고에서 한·중 FTA를 활용해 김치를 전략품목으로 육성, 대중국 수출 100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현지 프리미엄 김치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힌 것을 감안하면, 올 상반기 김치의 대중국 수출 9만 달러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고품질·안전성 내세워 프리미엄으로 중·고소득층 공략 본격화 불구 
국내 식품대기업 진출, 현지공장 생산…인지도·유통 장악력 등 우위
지역·특성 유사업체 조직체 구성, 공동 판로 구축 지원 등 서둘러야 


▲김치 중국수출 재개, 정부·김치업계 높은 기대=우리 정부는 2010년 이후 중국으로의 김치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중국 정부에 수입김치 위생기준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지난 2014년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김치의 수입위생기준 개정이 우선협력분야로 지정된데 이어, 지난해 10월 말 다시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 간 김치의 중국 수출재개 논의가 오간 이후, 지난해 12월 6일 0.9톤 규모의 대상FNF 김치가 중국의 통관절차를 거쳐 현지에 첫 공급됐다. 이후 NH무역·한성식품을 비롯한 수출업체들이 김치를 중국에 공급하며, 올 상반기부터 중국 내 한국산 김치가 본격 유통되고 있다. 

김치의 중국 수출재개에 정부와 김치업계 모두 기대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한류 인기가 높은 이웃 국가이면서 13억 명 인구 규모의 최대 식품 소비국이라는 장점과 함께, 홍보·마케팅이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면 그동안 일본 위주의 수출구조를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 김치업체 관계자는 “중국산에 비해 우리 김치가 품질·인지도 면에서 충분한 강점을 보일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에, 유통채널 확보 및 수출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일본까지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의 김치(파오차이)시장 규모는 2007년 1억490만 달러에서 매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4억8230만 달러(추정치)로 확대됐고, 한국식 김치시장 규모는 2020년 5900만 달러로 전망돼 수출유망시장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당시 중론이었다.

이런 이유를 들어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치의 중국 수출재개 전부터 이동필 장관 주재로 김치업계와 간담회를 갖고 중국시장 공략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대중국 김치 수출 TF팀 운영, 박람회·판촉행사를 통한 홍보로 분위기 띄우기에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올 초 업무보고를 통해 고품질과 높은 안전성을 갖춘 프리미엄 김치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 중국의 중·고소득층 공략을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낮은 가격경쟁력·고급판로 개척 어려워 수출 난항=이렇듯 김치의 중국시장 수출 재개에 대한 기대감은 높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9만 달러(22.9톤), 올해 목표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이는 올 상반기 김치 전체 수출실적 3918만 달러의 0.23%에 불과한 수치다. 중국에서의 우리 김치 판매가 부진한 주된 이유로 현지 바이어는 높은 판매가격을, 김치업계는 판로 개척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수출업계에 따르면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의 일부 대도시 위주로 유통되는 우리 김치는 주로 포기(배추)김치·맛김치·깍두기 제품이며, 판매가격은 200g 기준 평균 16~18위안(한화 약 2700~3000원), 400g은 30~35위안(5100~6000원)으로 제품별 가격은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대상 종가집·풀무원 등 국내 식품대기업들이 중국에 자체 공장을 세워 생산한 한국식 김치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200g 중량 포기김치가 6.5~8.5위안(한화 약 1100~1450원), 400g은 14~17위안(2400~2900원) 정도다. 교포기업인 부자아빠 김치 제품은 이보다 15~20% 정도 저렴하다.

상하이에서 부자아빠 김치를 유통한 경험이 있다는 현지 바이어는 “중국산 한국식 김치의 품질 및 위생관리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맛·포장 등에서 한국산과 차이가 큰 편은 아니다”며 “중국산 제품과 차별될만한 요소들이 잘 보이지 않은데, 가격대는 두 배 이상 돼 중국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우리 김치가 중국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되기 위한 지름길 중 하나는 고급 판로를 구축하는데 있다. 중국산보다 낮은 가격경쟁력을 상쇄하면서도 저가경쟁을 막을 수 있고, 프리미엄 이미지 형성을 통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현재 수출용 김치 대부분은 상하이 지역 롯데마트 등 한국계 유통업체에 공급되고, 중국의 중·고소득층이 자주 이용하는 시티슈퍼(City Super)·올레(Ole)를 비롯한 고급슈퍼 체인은 대상 종가집·풀무원 등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에 자체 생산을 하고 있는 대기업 김치 브랜드가 진출한 상황이다.

중국 수출을 계획했다가 포기한 B 김치업체 관계자는 “일찍부터 중국에 진출한 대기업 김치 브랜드가 인지도와 공급물량, 유통 장악력 등에서 우위에 있어, 영세한 김치업체가 중국의 고급김치시장을 진출하는 자체가 무척 힘든 일”이라며 “중국의 고급판로 개척에 대한 방안이나 지원 없이, 굳이 이윤이 나지 않는 중국 진출을 시도할 김치업체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김치의 중국 수출 활성화에 대한 고민이 깊다. 중국 내 비교품목이 없어 특수성을 내세울 수 있는 삼계탕과 달리, 김치는 중국에서도 생산이 활발하고 판매품목 종류가 다양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은영 농식품부 식품산업진흥과 사무관은 “중국에서 우리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판촉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지만, 특수성이 떨어져 현지에서의 매출확대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직체 구성해 공동 판로개척 접근=전문가와 김치업계는 우리 김치가 중국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특성 등 이해관계가 유사한 업체들이 조직체를 구성해 공동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등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C 김치업체 관계자는 “개별업체가 판로를 뚫기에는 시간·비용 부담이 크고, 자칫하다간 우리끼리 가격경쟁으로 품질 저하·이미지 훼손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지자체 지원을 통해 이해관계가 비슷한 김치업체들이 협의체를 만든다면, 생산·물류비용 절감, 공동브랜드 도입 등 경쟁력을 높여 판로 개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국내 김치의 중국 수출협의체를 구성 및 지원해, 중국시장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판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농업회사법인 ㈜대일을 비롯한 강원지역 김치업체들은 강원도청 등 지자체의 지원 아래 대중국 수출을 위한 컨소시엄(이하 강원김치 컨소시엄)을 구성, 지난 6월 중국의 대기업 완다그룹이 운영하는 ‘완다플라자’ 백화점에 배추김치 등 8종의 공급계약 체결에 성공한 예가 있다. 컨소시엄 구성으로 생산·물류비 절감에 따른 가격경쟁력 향상, 안정적인 물량 확보, 품질관리 표준화 등 개별 김치업체가 중국 수출 시 애로로 작용되는 부분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홍창영 ㈜대일 대리는 “컨소시엄 참여업체가 각각 1~2개 김치 품목만 맡아 생산비를 절감하면서도 공급창구 단일화로 경쟁력을 높였고, 백화점 내 반찬코너에 입점해 벌크로 판매하기 때문에 상품진열 비용은 줄이면서 소비자 접근성은 높였다”며 “이르면 이달 말부터 매월 24톤씩 연간 300여톤의 김치가 공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에 박은영 사무관은 “강원김치 컨소시엄의 예는 지난해 정부가 주최한 한·중 발효식품 정보교류회를 계기로 이뤄진 만큼, 앞으로 김치업체의 중국시장 진출에 측면 지원을 꾸준히 하겠다”며 “올 하반기에는 중국산과 차별화되는 제품 발굴을 위해 한국산 김치의 인지도가 높은 요우커(중국인관광객)를 대상으로 김치의 풍미·특색 등을 묻는 선호도 설문조사를 실시, 김치업계와 함께 중국의 고급김치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신상품 개발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한 박 사무관은 “고급판로 개척 지원은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케이푸드 페어 등을 통해 김치업체와 바이어 간의 알선을 주선하고, 칭다오 물류기지를 거점으로 8개 공동물류센터를 연결하는 김치 냉장유통체계를 구축해 물류 경쟁력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박성은 기자 parks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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