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4년까지 총 57조원이 투자되는 ‘농어촌구조개선투자가 엄청난 비리속에 수백억원이 증발하고 있음이 최근의 검찰조사결과 드러났다. 이 사업은 지난 문민정부가 UR협상 타결에 따라 쌀시장 개방이후 불거진 농업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생산기반정비, 농업기계화, 축산업구조개선, 어업시설현대화 등 12개 분야에 걸쳐 보조금이나 융자금 형태로 지원, 농어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목적을 두고 추진돼온 것으로 구조개선자금 42조원과 농특세사업 15조원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번 검찰의 조사결과는 과거 농정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농업계 전체는 겸허한 마음으로 검찰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농업예산을 유용한 범죄는 철저히 조사되고 관련자는 엄단되어야 마땅하다.또한 귀중한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자금이 제대로 쓰여지는가에 대해철저한 사후관리를 했어야 할 공무원들이 이를 소홀히 하고 심지어 뇌물을받아 챙기는 등의 범죄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도 일벌백계의 단죄가 필요하다. 나아가 다시는 이같은 부조리가 농어촌투자에 나타나지 않도록 사업의개발과 기획단계에서부터 사업자선정, 자금집행관리 등 사후관리까지 제도적 점검과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꼭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은 이번 조사결과가 자칫 대다수선량한 농민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농업투자삭감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점이다. 그것은 적발된 사례가 농어촌투자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 때문만이 아니라, 식량안보와 국민경제의균형있는 발전, 환경보전 등 농업이 갖는 다원적기능은 유지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농어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는 계속돼야 한다는 조건은 변하지않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투자사업을 투명화, 효율화하고 방법을 바꾸어 바로잡아야지, 농어촌투자 자체를 줄이고 없애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 발표에서 보듯 이번 편취규모는 3백38억원에 달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서 사소한 것까지 따진다면 농어민중 3분의 1가량이 기금을편취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말대로라면 농어민들은 모두 국민앞에 사죄해야 하는 죄인이 돼버린 것이다. 더구나 정부가 농업예산을 5.1% 줄여99년도 예산안을 확정, 발표한 바로 그날 농어촌투자가 부조리와 세금낭비의 온상인양 검찰발표가 있었던 것을 바라보며 그것이 우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농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은 당초 UR협상 타결직후 농촌붕괴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우고 농업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서둘러 추진됐기 때문에 다소의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이미 농업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구조개선사업의 효과마저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사후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부실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당시의 정부와 정책담당자들의 책임이 먼저 분명히 가려져야 한다. 그럼에도 검찰이 적발한 비리사실을 스스로 만들어온 농업계 전체는 함께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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