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태백 지역의 배추 밭. 바이러스 피해로 인해 배추잎이 누렇게 변한 상태로 농가들은 행정당국의 늑장대응을 지적하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강원도 고랭지배추 농가들에게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출하가 한창인 배추밭이 녹색으로 가득해야 하지만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대부분 누렇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농연강원-도 농정국 간담회
배추밭 30~40% 피해 심각
병해충 발생해야 시료 채취 등
연구 차원 방제 대책 그쳐
"실효성 없다" 구조적 개선 촉구


현장농업인과 태백농협에 따르면 현재 출하예정인 배추밭의 30~40%가 바이러스 피해를 입었다. 배추농가 박모 씨는 7500㎡ 배추밭을 아예 포기했다. 정선, 평창, 영월, 삼척 등도 상황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7월 28일 고성에서 열린 한농연강원도연합회와 강원도 농정국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최흥식 한농연태백시연합회장은 “장마기에 고온이 반복되면서 바이러스에 의한 무름병으로 배추이 속이 썩어버리는 꿀통현상이 번지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그는 “해발 600~800미터 사이의 배추밭에서 이 현상이 특히 심하다”며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양을 개량하고 정기적인 병해충방제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행정당국이 이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농정국에서 토양개량 업무를, 농업기술원에서 병해충방지와 대책업무를 맡고 있다.

계재철 유통원예과장은 “가축질병에 대한 대책과 피해보상 등은 신속하고 확실하게 이뤄지는데 반해 식물에 대한 병해충확산에는 민감도 떨어지는 것 같다. 현장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으며, 어재영 농정국장은“바로 현장으로 가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현장농업인들은 농업기술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배추는 모종에서 밭으로 옮겨 심어 70일 정도면 수확하는 특성상 옮겨 심은 초반기부터 병해충에 대한 예찰과 조사가 필요한데 농업기술원은 농업인들이 발생 사실을 알리면 그때서야 시료를 채취하는 등 한 발 늦게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것도 연구차원으로 접근해 배추는 이미 다 망가진 후에 결과가 나오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랭지배추 농가들은 “최근 3년 동안 작황은 좋았지만 수입김치 증가 등 소비부진으로 가격이 없어 힘들었는데 올해는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생산과 소비의 조화로운 대책으로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태백=백종운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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