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명의 농축수산인들이 일손을 내려놓은 채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제외시킬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꽃은 뇌물이 아니다’며 화훼농가들의 피끓는 외침이 여의도 도심 한복판에 울려 퍼진지 22일만에 전국의 농축수산인이 또다시 찾은 것이다. 이들은 35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서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를 막자는 법안 취지는 십분 공감하지만 시장개방의 파고 속에서 갈수록 어려워가는 농업·농촌의 현실을 반영해 농축수산물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선물 상한액을 상향 조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만약 이런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보다 더 강력한 투쟁과 저항에 나설 것임을 천명하기도 했다. 

농축수산인들은 이번 청탁금지법이 생존권과 직결된다고 본다. 농축수산물의 40~60%가 명절에 판매되고, 그 금액은 약 6조원에 달한다. 청탁금지법이 발효되면 농업 생산액이 최고 9600억원이나 감소할 것이란 정부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도 나왔다. 직접적인 영향은 물론 간접 피해도 불가피하다. 고품질화 전략을 추진했던 농가들의 혼란과 급격한 생산조정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그만큼 우리 농업·농촌에 궤멸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의 심각성을 인식한 농식품부도 농축산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식사, 선물, 경조사비 상한 금액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서를 규제위에 제출했다. 시행시기 조정도 덧붙였다. 해당 부처의 정식입장으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더 이상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을 개정하거나 관련법 시행령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해선 결코 안된다. 전국의 농축수산인들이 길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 있는 외침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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