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칠레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 포도농가가 다 망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최근 D일보가 사설을 통해 ‘사사건건 반대를 일삼는’ 농민단체를 비난하며 주장한 내용 중 일부다.

지난 2014년 C일보의 ‘한·칠레 FTA 10년, 교역 4.5배 늘고 포도농가 소득 늘어’라는 제목의 기사(2014. 3 27일자)에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 있다. ‘한·칠레 FTA는 당초 예상과 달리 국내 농축산업계에 끼친 피해도 크지 않았다. 재배면적은 줄었지만 포도농가의 소득은 두배 가까이 증가했고, 계절관세 덕분에 국내 농가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고 있다.’ FTA 체결을 둘러싼 농업피해 규모 논란이 있을 때마다 일부 언론들이 내세우고 있는 논리다.

하지만 최근 본보가 직접 찾아 간 포도 주산지 상황은 그야말로 이들 신문의 보도와는 딴판이었다. 2004년 칠레와의 FTA가 발효된 이후 지난 12년간 국내 포도산업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포도재배면적은 2000년 2만9000ha에서 지난해 1만5397ha로 반토막이 났다. 재배면적이 준만큼 생산량도 줄었지만 시세는 더 떨어져 5년내 최저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의 과일 매대마다 넘쳐나는 칠레산, 페루산 포도를 비롯한 수입과일 탓이다. 포도즙, 주스 등을 생산하던 지역의 포도 가공공장은 먼지를 뒤집어 쓴채 그대로 멈춰서 있다.

지금 농촌 현장은 FTA로 인한 무차별 시장개방으로 농산물 가격은 떨어지고, 과수원을 갈아엎어도 마땅히 지을 품목이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최소한의 사실 확인도 없이 피해자인 농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는 일부 언론은 각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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