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2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오는 2000년까지 중앙회 인력의 20.2%인 3천6백명을, 회원농협은 18.6%인 1만명 등 총 1만3천6백50명을 감축하는강도 높은 구조조정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8월말 농협이 김성훈 농림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정부에제출한 중앙회 3천명, 회원조합 8천1백50명의 자체구조개혁안보다 한층 강력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농협은 이런 구조조정과 함께 농가부채대책의 일환으로 99년까지 상환기일이 돌아오는 조합원 상호금융 대출금을 2년간 상환유예하고, 현재 평균16.5%인 상호금융 대출금리를 조합 자율적으로 14.5%로 2% 포인트 내리기로했다. 우리는 이러한 구조조정의 수준이 적정한지의 여부는 다른 기회를 통해 검증하기로 하더라도, 일단 농협이 기득권을 버리고 강력한 자체구조조정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코자 한다. 사실 농협을 포함한 농림축수산 관련 협동조합들은 그동안 IMF로 인한 금융산업 구조조정 등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급급해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개혁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특히 서로 다른 개혁안을 내놓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협동조합의 주인인 농민들만 농산물가격의하락과 농가부채의 급증, 잇따른 재해로 큰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농협중앙회와 회원조합 모두 9월말 가결산시 당기 순손익이 흑자로나타나고 있으나, 이대로 가다가는 제충당금을 적립할 경우 흑자결산이 매우 어렵고, 상당수 조합이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따라서 농협의 이번 결정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더 이상 실기하기전에 강력한 자체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강력한 자체구조조정은 아직도 표류하고 있는 농·축·임·삼협의중앙회간, 조합간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이 되고, 무엇보다 농가부채해결을위한 유력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구조조정이 자체 구조조정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점을 분명히 확인하고자 한다. 최근 항간에서는 4개 협동조합이 자체적으로단일 개혁안을 내놓지 못하고 개혁과제가 국회로 넘어감으로써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협동조합들의 치열한 로비로 정치논리에 의해 협동조합 개혁 자체가 물건너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가 일각에서 유포되고 있다. 그렇기때문에 이번 구조조정은 곧바로 더 큰 개혁, 중앙회간, 조합간 구조조정이라는 개혁과제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여야지, 개혁의 종결일 수는없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 우리는 구조조정계획과 함께 발표된 상호금융 금리 2% 포인트인하의 내용이 조합에만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물론 중앙회도 경제위기로 인해 늘어만 가는 부실채권과 강화된 은감원의 충당금 적립기준 때문에 흑자결산이 매우 어려울 정도로 위기상황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상호금융 금리 인하에 중앙회 차원의 조치가 빠진 것은 유감이다. 상호금융 금리인하 문제를 협동조합에만 전가하는 정부가 문제라면 똑같은 논리로 중앙회가 고통분담에 동참하지 않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농협중앙회는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상호금융 농가부채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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