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정책에 관한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경영혁신과 조직개편을 서두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인원감축은 15% 전후로 하고 연봉제와 성과금제를 전면 도입한다는 내용은 이미확정, 발표됐고 연구조직 등 연구시스템을 개편하는 작업도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농경연은 외부로부터는 물론이고 내부로부터도 역할과 기능, 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서 문제가 많다는 비판적 지적을 많이 받아온게 사실이다.농민단체로부터는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정부대변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농림부로부터는 반대로 농정뒷받침을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새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권위와 전문성에 심각한손상을 입을 만큼 비판의 강도가 거세졌고, 내부적으로도 사기저하 등의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이었다. 최근에는 국회로부터 한국개발연구원이 유포하고 있는 농업지원 축소 논리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한다는 지적을 받기까지 했다. 이와 함께 농경연이 담당하고 있는 농림기술개발사업 관리분야도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농경연이 뒤늦게나마 연구기관으로서의 독자성 확립과 변화에 나서고 있는 것을 우리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번 개혁이 우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농업관련 연구사업 전체가 한층 생산적이게 되도록 연구관리체계도 획기적으로 달라지기를바란다. 나아가 농경연이 거듭나기 위한 몇가지 중요한 원칙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농경연 혁신과 개편이 일반적인 정부 산하기관의 개편이 아니라 연구기관이라는 특성을 가진 기관의 개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정부의 말을 잘 듣도록 한다거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에서가아니라 연구기관으로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한 조직체계와 연구제도를 갖추도록 해야 하고, 원장을 비롯한 간부와 연구원들의 자세도 새롭게 점검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득권이나 권위 등 변화를 가로막는 것들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필요할 것이다. 둘째는 농업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연구풍토가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내용은 물론이고 연구원 운영과정에도 농업인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이를 통해 한층 실사구시적인 연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 장기적으로 농경연의 개혁과 혁신은 그 자체로 끝날 것이 아니라농업관련 학계 전체의 분위기 쇄신과 개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출발점이 되도록 농업계 전체의 관심과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농업관련 연구사업에대한 부정적 여론이 잦아들 수 있도록 전반적인 연구개발사업과 관리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개선도 함께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경영혁신과 구조조정에는 반드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농경연이 국책연구기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외형과 내용을갖추게 되기를 바라는 농업계의 기대는 그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농경연 임직원들은 헤아려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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