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은 다른 과일이 심어지고 있거나 방치된 채 풀만 무성해 있다. 지역의 포도 가공공장은 가동되지 못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소비지에선 국산 포도가 출하되는 여름철임에도 수입산 포도 판촉행사에 혈안이 돼 있다. 대한민국 포도가 한창 익어가야 할 2016년 7월, 포도 산업의 현주소다. 

한국농어민신문이 7월 찾은 포도 주산지와 가공 공장, 유통 현장에선 2004년 칠레와의 FTA 발효 이후 수입 포도 등으로 인해 무너진 12년간의 국내 포도 산업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FTA폐업지원금으로 인해 상당수의 포도밭이 복숭아 등 다른 작목으로 대체되고 있고, 이에 따라 포도를 넘어 국산 과일의 총체적인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관련 기관에 따르면 포도 재배 면적은 2000년 2만9000ha에서 2015년엔 1만5397ha까지 줄어들었다. 포도가 폐업지원금 품목에 들어간 올해 역시 감소 추세가 가파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재배 면적이 감소했고, 작황 호조로 품위는 상당히 좋아 평년 이상의 시세를 전망했던 포도 시세는 7월 현재 최근 5년 내 가장 좋지 못한 시세가 형성돼 있다. 현장에선 향후 몇 년 안에 복숭아, 자두 등 타 과일이 현재의 포도가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10여년 전만해도 포도즙, 주스 등으로 활기를 띠었던 지역의 포도 가공공장도 값싼 수입산 포도 주스에 공장 문을 닫은 지 여러 해다. 정부는 생산과 가공의 연계선상을 강조하지만, 현장에선 규제와 제도가 이와 정반대라고 밝히고 있다.

유통 현장에선 7월 말 국산 포도가 본격적으로 나와야 할 시기임에도 수입 포도 판촉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말 그대로 포도 산업의 위기감이 팽배해 있고, 이와 맞물려 국산 과일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이에 한국농어민신문은 ‘위기의 포도 산업, 흔들리는 국산 과일’이란 주제로 현장 취재 및 분석, 토론회 등 3회에 걸쳐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 마련을 모색해본다.

김경욱·고성진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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