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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정책 10년, 이제는 자녀교육에 달렸다 ④다문화가 낯설지 않은 농어촌학교/겉핧기식 다문화 이해교육 벗어나···함께 성장하는 통합교육 강화를

다문화교육 정책은 초창기 다문화학생을 구분해 ‘낙인효과’를 유발하는 등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현재는 일반학생과 다문화학생이 더불어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 다문화교육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이해교육과 교사연수를 통한 인식개선 등 상당부분에서 성과를 내고 있고, 일선 학교에서 ‘다문화’라는 이유로 학생을 차별하는 행태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다문화 이해교육과 관련된 교과과정은 여전히 부실하고, 주요 다문화교육 정책이 형식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학교 교과과정을 중심으로 다문화 이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홍천중학교 유숙연 교사가 한문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학교 현장
교과과정에 다문화이해 관련 내용 있지만 여전히 미흡
사춘기 정체성 등 혼란…고학년 학생 우선순위 둬야
한국어 교육하는 예비학교는 “수준별 교재 개발해야”


전북 장수초등학교는 전교생 400여명 중 40명이 다문화학생이다. 장수에서만 10년째 교직생활을 하고 있다는 장수초 양두희 교사는 “예전에는 장수초가 다문화연구학교로 지정된 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다문화학생들이 공부도 잘 하고 말썽을 피우지 않기 때문에 다문화에 대해 특별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며 “연말 학급배정 단계에서 다문화학생들이 한 반에 쏠리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장수초는 해마다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다문화축제를 열었다. 다문화가정의 엄마들이 고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음식과 문화를 소개했다. 양두희 교사는 “매년 다문화 수용성 향상을 위한 예산이 조금씩 내려오면 학년마다 교과와 연계해서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교과과정에 다문화 이해교육과 관련된 내용이 조금씩은 들어있지만 이벤트성으로 진행되는 등 미흡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근 계북초등학교는 재학생 40명 중 9명이 다문화학생이고, 현재 ‘다꿈키움학교’(다문화 중점학교)로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다꿈키움학교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 수용성과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수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계북초 전재완 교사는 “현재 초등학교 단계에선 다문화학생들이 큰 무리가 없기 때문에 사춘기를 겪고 정체성 혼란이 올 수 있는 고학년 학생들에게 정책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일반 아이들과 다문화아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통합교육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학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원도 홍천중학교는 지난해 ‘다문화 예비학교’로 지정됐다. 예비학교란 한국어가 서툰 중도입국자녀 및 외국인학생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 공교육 진입과 적응을 지원하는 학교를 말한다. 현재 전교생 709명 중 24명이 다문화학생이다. 정복선 홍천중 교육복지사는 “다문화가정 중 상당수가 취약계층이긴 하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는 일은 없다”며 “예전에는 다문화교육에 대한 예산도 없고, 인력도 없어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는데, 예비학교 지정 후에는 한국어강사가 관련 교육을 공식적으로 진행하다보니 교육효과가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홍천중학교 다문화업무를 맡고 있는 유숙연 교사는 “현재 한국어강사가 ‘중학생을 위한 표준한국어’를 교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아이들 수준에 맞는 다양한 교재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사회와 과학 등 학습한국어에 대한 교재가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교사는 “다문화 담당 교사는 관련연수를 꾸준히 받고 있는데, 대부분 연수가 ‘교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어강사는 연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어강사를 위한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해 다문화 교육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2006년 본보 창간특집 ‘그들도 우리처럼’에 소개된 초등학교 1학년 유진이와 7살 유정이가 어느새 여고생이 됐다. 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둘째 유진이(17), 막내 유리(7), 엄마 최핀키(44) 씨, 첫째 유정이(19).

■다문화 교육정책의 한계
적은 예산 탓…강사는 계약직, 교재도 마땅찮아

전체 학생 수 기준 예비·중점학교 선정
다문화학생 비중 높은 농어촌 소외
글로벌인재육성정책 “비현실적” 지적도


교육부는 다문화 중점학교(180교)와 예비학교(110교) 등 정책학교를 지정해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다문화 이해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적은 예산으로 인해 정책학교의 다문화교육이 내실을 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다문화 예비학교는 1교당 2800만원, 중점학교는 500만원 정도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책학교의 도입취지는 공감하지만 예산부족으로 예비학교의 경우 한국어강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마땅한 교육교재가 없다보니 한국어강사 재량으로 다문화 이해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어강사의 직업적 정착이 우선되지 않으면 양질의 다문화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다문화교육 정책에서 농어촌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문화 정책학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체 학생 수를 고려하기 때문에, 다문화학생 비중이 높더라도 전체 학생 수가 적은 농어촌학교가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학생을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일선 교사는 “최근 한 지역대학에서 다문화영재를 뽑는데 지원자가 한명도 없었다”며 “다문화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영재교육 프로그램이 별도로 있지만, 아무래도 농촌지역이다보니 부모님 관심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미란 지역고용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이제는 다문화교육을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가 관건”이라며 “몇몇 잘하는 소수의 다문화학생을 글로벌인재로 양성하는 것보다는, 교육과정 안에서 다문화 이해교육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10년 만에 다시 만난 유진이와 유정이
“음악·체육 좋아하는 여고생 됐어요”

유진이는 종양 극복후 검정고시
유정인 학교대표 육상선수 활약


대학교 입시를 준비 중인 유진(19) 양과 부안여고 1학년 유정(17) 양. 필리핀 엄마(최핀키·44)를 둔 이들 자매는 한국농어민신문과 인연이 있다. 꼭 10년 전, 유진이와 유정이는 본보 창간특집 기사 ‘그들도 우리처럼’에 다문화가족 자녀로 소개됐다.

10년 만에 그들을 다시 만났다. ‘태권도를 배워 자기를 놀리는 개구쟁이들을 혼내 주겠다’던 다부진 유정이와 언니 손을 꼭 잡고 있던 유정이의 모습은 없고, 수줍게 웃는 여고생 2명이 앞에 앉았다.

“요즘은 그냥 놀면서 지내요.” 첫째 유진이는 중학교 때 뇌에 종양이 생겨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지만 정규과정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준비해 지난 4월 고등학교 과정을 통과했다. 그간 태권도가 아닌 피아노를 배웠다는 유진이. 아직 진로를 정하지는 못했지만 ‘음악’ 쪽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둘째 유정이는 부안여고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얌전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육상이 특기다. 전북도민체전에 학교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주 종목은 100m 달리기. 유정이도 ‘체육’ 다음으로는 ‘음악’이 제일 좋다고 했다. 유정이의 꿈은 경찰관.

제일 어려운 과목은 뭐냐고 묻자 둘 다 ‘수학’이라고 말한다. 유진·유정의 엄마 최핀키 씨는 “수학은 다른 아이들도 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따라가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어려웠던 점은 없느냐고 묻자 “다른 부모도 마찬가지겠지만 아이들에 대한 욕심 때문에 힘들었던 것 같다”며 “유진이가 아프고 난 뒤에는 하고 싶은 데로 놔두는 편이지만 어릴 땐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초등학생 유진이는 학교 숙제를 잘 도와주지 못하는 엄마 대신 정읍에 사는 이모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곤 했다.

그는 “아이 둘 다 한국말과 영어, 필리핀어를 모두 하지만 영어라도 회화를 하는 것과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다르다”면서 “다행히 유진이와 유정이는 학업을 잘 따라간 편이지만 다른 다문화가족 자녀들은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농촌 현장에서 다문화가족을 꾸준히 지켜봐온 임덕규 부안여성농업인센터장은 “요즘 한국 엄마들도 아이들 숙제를 봐주기 힘든데 외국인 엄마들은 어려움이 더 크다”며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려면 초등학교 입학 이후 보다는 더 어릴 적부터 언어와 학습능력을 향상시켜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문화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그는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지만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해 교육이 훨씬 더 많이,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가정 내에서도 남편이나 시부모가 우리나라 문화를 받아들이라고만 하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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