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경기에도 불구하고 산지 쌀값이 올라설 줄을 모르고 여전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데 올해 쌀값은 그런 ‘날개’가 없어 보인다. 정부는 지난 3월말 뒤늦은 14만3000톤 추가격리대책 후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통계청이 조사한 산지 쌀값은 정곡 20kg을 기준으로 3만5725원. 지난해 수확기, 정확하게 말해서 10월 5일 기준 조사가격 4만849원과 비교하면 5000원 넘게 떨어졌다. 그리고 단 한번 4만원대를 찍은 산지쌀값은 이후 9개월 동안 거의 계속해서 내리막길만 걸었고, 급기야 그것도 단경기가 시작되는 7월에 최저가격을 경신했다. 

농경연이 단경기 쌀값 상승 전망이 내놨을 때도 바닥에서는 가격이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전망대로 올라주면 다행이겠지만 바닥에서는 ‘소비는 줄어드는데 재고는 늘었다’는 데서 가격상승이 어려운 이유를 찾았었다.

전조는 이미 지난달부터 나타났다. 통상 단경기가 시작되는 7월을 앞두고 6월부터 서서히 산지가격이 오름세를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양상도 없었다. 이대로 단경기가 지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쌀값은 왜 떨어지기만 하는 것일까? 우선 재고가 많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004년 정부 수매제가 폐지된 후 산지쌀 수급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오고 있는 농협이 그렇다. 5월말을 기준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4만톤 가량 재고량이 많은 것으로 집계가 됐었다. 정부의 추가격리대책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기도 하다.

2015년산 쌀 4~5만톤. ‘뭐 그리 많은 양인가?’ 싶지만 국민 1인당 쌀 1kg가량을 더 먹어야 하는 물량이다.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소비추세에 비추어 볼 때 사실상 시장자율로는 소진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1분기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쌀 소비액은 월 평균 1만4000원가량. 속칭 ‘별다방’ 커피 3잔 값. 그럼에도 소비는 늘지 않는다. 

그간 정부는 ‘산지 쌀값이 떨어져도 고정·변동직불금으로 목표가격을 보전해 주기 때문에 생산농가의 소득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손실이 나도 그건 RPC의 문제일 뿐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농업직불제에 대한 전면검토가 진행 중이고, 변동직불금이 주요 논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산지 쌀값이 지지되지 않으면 농가소득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정부도 직불제 검토에 앞서 ‘변동직불금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 쌀 수급에서 정부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지는 것’이란 점을 깊게 인식해야 한다. ‘대농에 직불금이 편중되는 것 아니냐’, ‘변동직불금 때문에 생산량 줄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 규모화를 주도한 것도, 추곡수매제 폐지와 함께 소득안정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변동직불제를 도입한 것도 정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양곡정책은 정부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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