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계물량 몰리는데 작업 지연…시간 맞추기 빠듯”

▲ 삼복 시즌을 맞이해 육계계열업체들의 도계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 2014년에 도입된 도계장 검사 업무 공영화제도로 인해 도계 지연을 호소하고 있다.

공수의사 수 부족해…과거 책임수의사제도 때보다 ‘시간 두 배로’
소비자 신선육 구매 한계…“복시즌엔 탄력적 예외사항 둬야” 목청


초복을 이틀 앞둔 지난 7월 15일, 전남 나주에 위치한 육계계열업체인 사조화인코리아의 도계장에선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를 삼계의 도계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도계된 삼계는 총 16만수로, 평소 도계량인 4만수에 비해 4배나 많은 물량이다. 삼계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사조화인코리아의 초복 대비 생산 계획은 총 100만수로, 지난 12일부터 도계장을 쉴 새 없이 가동하고 있다.

평소에는 45명의 인력만 투입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도계를 하지만, 복 시즌에는 100명의 인력이 투입돼 아침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도계를 진행하고 있다. 모두들 정해진 공급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각자 파트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연이은 도계 작업에 따라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안이석 사조화인코리아 나주본부장에 따르면 삼복 시즌 삼계 도계 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작업 시간이다. 2013년까지는 철야 근무와 주말 작업을 통해 3일이면 도계 물량을 충족할 수 있었지만, 2014년 도계장 검사 업무 공영화제도 도입으로 공수의사들이 철야와 주말 근무를 꺼려하기 때문에 현재 도계 작업 기간이 6일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정부는 2013년 7월 도계장 위생 향상을 위해 기존에 계열업체가 고용한 수의사가 위생을 관리하던 것에서 시·도가 지정한 공수의사들이 도계장의 위생을 관리·감독하게끔 하도록 축산물위생관리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도계 지연 등이 발생해 계열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안이석 본부장은 “도계장 검사 업무 공영화제도 도입 전에는 24시간 교대 근무와 주말 근무로 초복 대비 물량을 3일 만에 작업을 끝냈지만, 지금은 6일에 걸쳐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 도계장의 경우 초복까지는 주말에 공수의사가 근무를 하도록 합의를 했지만, 중복과 말복에는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도계 물량을 제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사조화인코리아 측은 공수의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도계장이 대부분 전북이나 전남 등 수도권에서 비교적 먼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모집 공고를 내도 지원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창주 사조화인코리아 대표는 “과거 책임수의사 제도 때에는 복 시즌처럼 업무가 과중되면 계열업체가 돈을 더 들여 수의사를 추가 충원하는 등 탄력적으로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정된 공수의사로 위생 업무를 하려다 보니 도계가 지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검사관이 업무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검사원들도 업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사조화인코리아의 경우 1명의 검사관과 3명의 검사원이 있는데, 검사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수동적인 관리·감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창주 대표는 “책임수의사 때에는 수의사들이 계열업체 소속이다 보니 도계장 위생 점검에 있어 더 적극적이었는데, 도계장 검사 업무 공영화제도로 바뀌고 나서는 검사관의 지시에만 따르다보니 수동적인 위생 점검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도계장 검사 업무 공영화제도 도입으로 계열업체의 도계 지연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가 신선한 육계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수의사들이 주말에 근무를 하지 않으면 도계를 할 수 없게 되고, 월요일에 닭고기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금요일에 도계된 비교적 덜 신선한 닭고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창주 대표는 현행 도계장 검사 업무 공영화제도를 과거 계열업체 책임수의사제도로 복구시켜 주거나, 삼복 시즌에는 탄력적으로 예외사항을 둬 계열업체에서 수의사를 별도로 고용해 위생 검사를 할 수 있게끔 하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주장했다. 위생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위생적인 도계품 발생 시 계열업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제도 도입 전과 후가 똑같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창주 대표는 “도계제품이 해당 계열업체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건데 계열업체가 위생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 “과거와 비교해 위생에 대한 관리·감독 주체만 바뀌었을 뿐, 처벌 규정은 똑같아 위생에 대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도계장 검사 업무 공영화제도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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