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지난 12월 국내 수출용 쌀 가공공장을 둘러보고(아래) 승인함에 따라 농식품부는 지난 1월 29일 군산항에서 우리 쌀의 첫 중국 수출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위)하고 수출목표를 2000톤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 분석 및 홍보 부족과 단가 등의 이유로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은 우리 농식품 수출시장의 15.9%(2016년 상반기 금액 기준)를 차지한다. 일본에 이어 제2의 수출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국산 농식품의 수출물량을 늘리기 위해 쌀과 김치, 삼계탕 등을 앞세워 중국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본보는 대중국 주요 수출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는 쌀과 김치, 삼계탕, 포도, 조제분유 등의 현지 반응, 국내 준비상황 등 수출상황을 점검하고자 한다.

시장조사 부실       중국에선 장립종 선호·우리는 중단립종 수출
현지바이어 확보 난항       관세 1%냐 65%냐 좌우·유통경쟁력 월등
저조한 인지도       "수출 사실도 대부분 몰라" 홍보·마케팅 부족   


▲지지부진한 쌀 수출=지난 1월 29일, 전북 군산항에서는 ‘대중국 쌀 첫 수출 기념식’이 진행됐다. 2009년 5월 중국 정부에 우리 쌀 수입 허용을 요청한 이래 약 7년 만에 빗장이 열린 것이다. 국산 쌀의 재고물량 증가 등을 감안하면 중국 수출은 큰 의미가 있다. 이후 2월 27일 평택항에서 72톤의 쌀이 추가로 선적됐고 조만간 3차 물량이 수출될 전망이다.

첫 수출 선적이 진행된 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쌀 수출물량은 237톤(7월14일 기준)에 불과하다. 이 물량은 농식품부의 대 중국 쌀 수출목표(2000톤)의 11.9%에 그친다. 수출업계는 올해 수출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원인 하나, 부실한 시장 조사=중국의 수입 쌀 시장은 연간 532만톤(수입쿼터)에 달한다. 중국으로 쌀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태국, 베트남, 일본, 우루과이, 파키스탄, 캄보디아, 인도, 대만 등 9개국이다. 가장 많은 양을 수출하는 국가는 베트남으로 연간 135만톤(2014년)에 이른다. 태국과 파키스탄이 각각 75만톤, 40만톤으로 뒤를 잇고 있다.

문제는 주요 수출국인 베트남과 태국, 파키스탄이 대부분 장립종 쌀을 수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내 생산량도 장립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2014년 중국의 쌀 생산량 2억500만톤 중 장립종(인디카)이 차지하는 비중은 66%(1억3525만톤)다.

한국의 수출용 쌀인 중단립종(자포니카)의 생산량은 34%(6975만톤)이고 중국 쌀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연간 1000톤을 넘지 않는다. 2014년에도 대만 466톤, 미국 260톤, 일본 89톤, 북한 60톤 등 875톤에 그쳤다. 중국 쌀 시장에서 중단립종의 수요가 많지 않은 것이다. 쌀 수출업체 및 전문가들이 쌀 수출실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부실한 시장 조사에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쌀 수출 전문가 A씨는 “중국의 마트에는 태국과 일본, 대만 등 많은 국가와 다양한 품종의 쌀이 판매될 만큼 쌀 소비시장이 크다”며 “하지만 우리는 탄탄한 준비 없이 수출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aT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 중국 쌀 시장조사 보고서 외에는 관련 자료를 찾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B수출업체 관계자도 “지난 7년 동안 수입만 요청했을 뿐, 관련 준비가 이뤄진 것은 최근 몇 개월”이라며 “중국 쌀 시장은 우리와 달리 규모가 크고 경쟁제품이 많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계획, 방법 없이 1년 만에 2000톤 수출은 어림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일부 쌀 수출업체들은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품종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포천 동송농협의 관계자는 “광동성 등의 지역에서는 동남아지역에서 생산되는 찰지지 않은 쌀을 선호한다”며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쌀을 생산할 수 있는 수출단지를 조성했다”고 말했다.

▲원인 둘, 현지 바이어 확보 난항=C수출업체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소위 능력 있는 바이어나 업체를 만나는 것이 급선무”라며 “중국 내 수입 쌀 쿼터가 500만톤이 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수출업체들이 수입 쿼터를 보유한 현지 바이어(또는 업체)를 선호하는 이유는 관세 차이 때문이다. 수입 쿼터를 가진 바이어가 유통을 할 경우 관세 1%만 부과한 채 수출할 수 있다. 수입 쿼터가 없다면 65%의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유통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다르다. 1차로 선적된 쌀(30톤)은 중국 내 롯데마트 68개 매장에서 판매됐지만 일부 물량이 여전히 남은 반면 2차로 선적된 쌀을 유통한 중국 국영무역기업, 코프코는 72톤의 쌀을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D수출업체 관계자는 “우리 쌀을 현장에서 팔아줄 수 있는 바이어나 유통업체, 즉 능력 있는 수입업자를 만나야 쌀 수출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인 셋, 인지도가 없다=농식품부는 그동안 중국에서 국산 쌀 판촉행사를 다양하게 진행했지만 여전히 한국산 쌀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한건희 쌀 수출협의회장은 “우리 쌀이 중국에 수출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바이어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쌀 판매가 답보 상태인 또 다른 이유다.

특히 일각에서는 쌀 수출이 4월 시작돼 우리 쌀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기간이 짧은 것도 있지만 그동안 추진한 홍보 및 마케팅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코프코가 취급한 쌀의 판매가격 37위안(6265원)으로 롯데마트가 취급한 쌀의 판매가격, 26~27위안(4402~4572원) 보다 높았지만 롯데마트와 달리 전량 판매됐다. 한국 기업인 롯데마트 보다는 중국 내 다른 대형유통업체를 통한 공략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 현지의 쌀 유통 전문가 E씨는 “우리 쌀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고 전제하고 “중국 내 다른 대형유통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처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1일 열린 쌀 수출협의회에서는 예산 등의 이유로 인천공항 출국장에 한국쌀 홍보 전광판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수출업체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홍보가 효과적일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쌀 수출 확대를 위한 조언=전문가들은 정확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공략 시장을 설정한 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실제 중국에서는 고가인 쌀의 경우 부유층 및 기업을 대상으로 선물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 등 고급유통매장에서는 5㎏ 이내 소포장 고급제품이 대부분이고 학교급식과 유아용 쌀도 고가인 기능성 쌀로 유통되고 있다. 고급쌀로 유통하려면 안전 관련 다양한 인증을 획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건희 회장은 “중국인들은 추석 등 명절에 선물로 고급쌀을 주고 받는다”며 “선물용 고급쌀 상품을 개발하고 판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병서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최근 중국 현지에서는 인증 받은 쌀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안전에 초점을 맞춘 인증,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인증을 획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수출업체 관계자도 “중국인들이 우리 쌀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여러 유통업체를 통해 판매하고 홍보 및 판촉활동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내 바이어들과의 연계도 필요하다. C업체 관계자는 “바이어들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것은 물론 검증도 안됐기 때문에 좋은 바이어를 만나기 어렵다”며 “정부가 중간다리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는 중국 도시별 소비자 선호 조사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 중국 쌀 전문 바이어와 수출업체 간 매칭 상담회 개최를 조만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중국 백화점과 온라인 몰, 현지 TV홈쇼핑 등 입점을 지원하는 한편 K-Food Fair와 안테나숍 등을 활용한 현지 홍보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현우, 김효진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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