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희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신선편이 농산물의 저온유통기간을 2배나 연장한 기술을 개발해 어린잎 채소를 싱가포르, 홍콩 등지로 수출하는 것을 뒷받침했다. 농자재전문기업 ㈜부전은 화염의 확산을 억제하는 농업용 알루미늄 스크린을 개발해 유럽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원장 이상길, 이하 농기평)이 지원한 ‘수출전략기술개발사업’의 성과다. 국내 농식품산업의 수출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농식품R&D(연구개발)현장을 찾았다.


▲수출R&D 추진현황=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 51개 국가와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 중이고, 200여개 국가와 농식품을 교역한다. 또 2000년 15억 달러에 불과했던 농식품 수출액이 2016년에는 61억700달러로 4배 넘게 성장했다. FTA 등 시장개방 확대로 농식품 수입의 증가가 우려되지만, 역으로 국내산 농식품 및 관련제품의 수출증대를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와 농기평은 수출관련 R&D를 꾸준하게 추진하면서 수출국 기준이나 건강, 기능성, 안전성 등 세계시장의 트렌드에 맞춘 전략형 상품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산업분야의 수출활성화를 위해서다.

특히 2010년까지 ‘농림기술개발사업’ 개별과제로 추진되던 관련연구를 2011년부터 ‘수출전략기술개발사업’으로 분리해 단위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수출활성화 R&D투자액을 늘려왔다. 농기평에 따르면 수출R&D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354억원, 연평균 135억4000만원이 투자됐다. 이중 ‘수출전략형 상품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113개 과제에 946억원을 지원해 674건의 산업재산권(특허 및 품종출원), 143건의 사업화상품이 개발됐다. 또 ‘유통·검역·수출지원을 위한 연구개발’의 경우 10년간(2005~2014년) 간 79과제에 408억원이 지원돼 산업재산권 185건, 사업화·실용화 성공건수 49건 등의 성과를 냈다. 연간사업비도 늘어나는 추세다. 농기평에 따르면 2015년 166억원에 이어 올해는 179억원의 예산을 수출R&D에 지원한다.

이와 관련 이상길 원장은 “농식품부와 농기평은 FTA 대응력을 높이고, 우리 농산물의 해외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2011년부터 수출전략기술개발사업이라는 R&D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며 “2016년에는 179억원의 예산으로 인삼, 화훼류, 농기계의 해외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기술, 농산물 부패방지, 검역기술 등에 대해 R&D투자를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올 하반기에는 트랙터, 콤바인 등 동남아 시장에 적합한 농기계 개발, 개발도상국에 적합한 젖소품종개량 및 사양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추진한다”며 “특히 하반기에 수출확대를 위한 자유연구도 지원할 예정이므로 관심 있는 기업 및 연구자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신선편이 농산물 수출사업화 성공=농식품R&D사업이 수출활성화에 기여한 사례 중 하나가 신선편이 농산물의 저온유통기간을 2배 연장하고, 수출사업화에 성공한 것이다.

 

신선편이 농산물은 구입 후 다듬거나 세척할 필요 없이 바로 먹거나 조리에 사용할 수 있는 농산물이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의 증가, 외식산업의 발달 등에 의해 신선편이 농산물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아세안 등 인접국가와의 FTA체결로 수출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신선편이 농산물의 경우 선도유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유통기한을 연장하는 기술이 확보돼야 한다. 이에 따라 농기평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최정희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주도한 ‘신선편이 농산물의 수출시장개척을 위한 선도유지기술 및 유통체계 확립 연구’를 지원했다. 또한 R&D지원의 결과물로 4~5일인 신선편이 농산물의 선도유지기간을 10일 이상으로 연장하고 어린잎 채소를 싱가포르와 홍콩 등지로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선도유지기간을 늘리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원료생산단계에서부터 소비현장에 이르기까지 미생물 등 오염원을 관리하고, 유통과정 중 선도를 유지하며,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박수출의 경우 운송기간을 포함 10일 이상 선도를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며, 이것 때문에 신선편이 농산물의 수출실적이 없었다”는 것이 최정희 책임연구원의 설명. 따라서 그는 선도를 연장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농식품R&D사업을 지원받아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 공정설계를 다시하고 각 단계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 이결과, 신선편이 농산물 수출을 위한 원재료 생산시스템 구축, 신선편이 농산물의 유통관리 핵심기술 개발 등의 성과를 냈다. 즉, 신선편이 제품화를 위한 품종선발, 안정적 생산을 위한 농가보급형 수경재배 매뉴얼 작성, 신선편이 어린잎 제품의 갈변 및 미생물 증식억제를 위한 기술 등을 개발한 것. 그는 “원재료의 생산방식에 따른 신선편이 가공적성 및 안전성, 품질유지를 위한 효과적 제어기술을 밝혀내고, 선도유지 기술개발을 위한 이론적 기반을 확립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신선편이 제품의 선도유지기술 확립을 통해 수출 가능성을 높였고, 농가형 수경재배 체계 보급을 통해 원료관리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다른 신선농산물 수출을 위한 유통체계 구축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업용 난연 스크린 수출경쟁력 강화=국내 농기계 및 농자재시장이 거의 정체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수출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출대상국의 수요에 맞춘 제품개발 및 생산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농기평은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부전(대표이사 박범순)이 추진한 ‘시설원예자재 수출 활성화를 위한 화염확산 억제 알루미늄 스크린 및 생산시스템 개발’을 지원했다. 또한, R&D지원의 성과로 화염확산을 억제하는 고품질 알루미늄 스크린 및 생산시스템을 개발하고, 독일수출도 성공했다.

 

알루미늄 스크린은 차광 및 보온을 통한 농산물의 상품성 향상, 에너지 절감 등을 위해 시설원예 분야에서 많이 사용하는 농자재. 그런데, 유럽의 경우 농업 또는 농작물재해와 관련된 민간보험이 발달해 있고, 보험사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농자재의 규격과 규정을 엄격하게 해놓았다. 또한 플라스틱이나 유리온실의 경우 화재원인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재산피해가 크기 때문에 화염의 확산을 억제시킬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한다.

제품개발 동기와 관련, 박범순 대표는 “16년 동안 알루미늄 스크린을 생산해왔는데, 국내시장이 정체돼 있어 어려움이 크다”며 “수출로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는데, 유럽은 난연성이 부여되지 않은 제품의 유통을 금지시켜놓았기 때문에 수출국 기준에 맞춰 준불연 이상의 난연성을 갖춘 제품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후 ㈜부전에서는 농식품R&D사업을 통해 알루미늄 스크린의 주재료인 폴리에스테르(PET)필름과 알루미늄 호일, 접착제, 직조사 등을 난연화하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화염확산 억제 알루미늄 스크린 개발로 국내 시설원예자재의 수출활성화 및 수입산에 대한 대체효과 증진도 기대된다. 수출의 경우 올해 이미 10만 달러의 난연 스크린을 유럽에 수출했고, 9월경에 10만 달러를 추가로 수출할 예정이다. 박범순 대표는 “농식품R&D지원이 없었다면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 수출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술력과 안정적 생산시스템을 바탕으로 연간 100만 달러 수출을 목표로 기술력 제고 및 시장개척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며 말을 맺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