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년 새해가 밝았다.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는 올해는우리 농업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1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새해 영농을 설계하는 농업인들의 마음은 밝지가 않다. 새해에도농산물 소비위축 등 IMF한파로 인한 농업위기가 계속될 것이고 특히 오는연말부터 WTO 차기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농산물 수출국들의 강력한 시장개방압력이 우리 농업의 목을 죄어 올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업인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출범한 국민의 정부도 농업인들에게확실한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국민의 정부 농정이 농업인과 함께하는 농정, 현장 농정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역대정권과 차별성을 갖는 것이지만 핵심사안인 농가부채문제와 농정개혁이 농업인들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상호금융문제와 연대보증 및 파산문제, 유예기간과 이자율 문제 등 정부의 농가부채대책이 그렇고 이와 관련된 협동조합 개혁 역시 겉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서 말 수는 없다. 주변여건이 아무리 어려워도 농업은 계속 유지, 발전돼야 한다. 농업은 국가의 존속 및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때문이다. 따라서 새해에는 농업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농가부채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농정개혁의 완수를 위해 범정부적인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하겠다. 특히 21세기 농업·농촌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서는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이어야 한다. 사실 국민의 정부 농정이 아직까지 농업인들의 기대에못미치는 것은 경제정책의 입안자들이나 국민들의 농업·농촌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업계는 이제 농업이 먹거리 생산이라는 경제적 기능 뿐만 아니라 식량안보와 환경의 보전, 자연경관의 유지, 전통문화의 전승과 지역공동체의 유지 등 다양한 사회·문화·환경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우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전국민적공감대가 형성돼야만 정책적 지원과 비용지불이 가능한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의 농업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농업인들의 자구노력도 중요하다 하겠다. 정부에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것과 동시에 현재 농업위기의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농업경영에 배어있을 거품과 비효율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뼈를 깎는 경영혁신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위기를 극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21세기는 정보화시대다. 정보가 농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농사정보, 유통정보와 함께 농업외 정보까지 다양한 정보를신속히 입수하여 소득을 높이는데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함은 물론 세계각국의 농업정보도 습득하여 농산물 수입개방압력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붙기 시작한 농산물 수출에 대한 탄력을 올해는 더욱 단단히죄어 농업의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돼지고기, 토마토, 화훼 등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품목의 경우 수출이 전년보다 53%나 증가한 것은 우리 농업에 있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기묘년 새해 농업인들의 자구노력과 함께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그리고 농업의 중요성에 대한 범국민적 공감대 형성 등을 통해 21세기 농업·농촌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는 한 해를 만들자. 그래서 농업이 더 이상소외받지 않고 농업인이 당당한 경제주체로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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