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보호장치 미흡…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속수무책

축산계열화를 통한 육계 생산량이 전체의 97%를 차지하고 있지만, 사육비 체불에 대한 위탁 사육 농가를 보호할 장치가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계열업체에 대한 처벌도 약하고, 피해 농가가 체불된 사육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양주에 위치한 육계계열업체 ‘명교’가 사육 농가들의 사육비를 체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농가에 따르면 농가 간 파악된 사육비 체불 현황은 총 50농가 중 약 20농가로, 농가마다 지난해 10월부터 사육비를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체불 중이다. 더구나 현재 명교 소속 사육 농가들이 2014년 부도난 청정계 소속이었기 때문에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고, 사육비 체불 장기화가 두려워 항의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농가는 “청정계가 부도나고 사육비를 받지 못한 농가들이 명교에서 위탁사육을 시작했는데, 명교측이 청정계가 부도날 때처럼 어음 돌려막기와 사육비 체불 등의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법적 처벌이 약해 계열업체는 이를 악용하고, 농가만 피해를 이중으로 입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봉진 명교 대표는 “공급 과잉으로 육계 가격이 좋지 않다보니 사육비를 지급하지 못했다”면서 “현재 미지급된 사육비는 농가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적은 1억원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축산계열화사업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에 계열업체는 위탁사육농가에 가축 출하 후 25일 이내에 사육비를 지급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해당 지자체가 1회 200만원, 2회 400만원, 3회 이상 800만원의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농가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계열화사업법에 대해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농식품부는 사육비를 체불한 계열업체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 기조가 규제 완화인데,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곧 규제 강화가 되기 때문에 처벌을 강화할 수 없다”면서 “현재 계열업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조사 중에 있고, 불공정 사례가 나타나면 해당 지자체를 통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생산자 단체는 정부가 나서서 사육비를 체불한 계열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농가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재홍 양계협회 부장은 “청정계 부도 이후 피해 농가 구제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계열화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의 의무가 있는 농식품부가 처벌을 강화하고, 피해 농가 구제 방안을 마련하는 등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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