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훼농가 다 죽이는 대책 없는 김영란법 시행 반대 집회’에 참석한 화훼인들이 피켓을 통해 그들의 간절함을 전달하고 있다.
▲ 집회에선 대한민국 꽃 산업이 죽었다는 의미에서 장례가 치러진 가운데 화훼농가들이 행진 중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3000여명 국회 앞서 ‘대한민국 꽃산업’ 장례 치러 
‘금품대상서 농축산물 제외’ 서명부에 서명 잇따라


마치 장례식장 같았다. 아니 화훼농가들에게는 6월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정문 앞 아스팔트 위가 장례식장이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 뜨겁게 달궈진 여의도 도심 길로 긴 상여행렬이 이어졌다. 이날 화훼인들은 ‘대한민국 꽃 산업’에 대한 장례를 치렀다.

차마 애지중지해가며 키웠던 꽃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듯 상여행렬이 지나가는 길거리에는 꽃들이 흩뿌려졌고 그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3000여명의 화훼인들이 드러누우며 그들의 답답한 마음을 표출했다. 상주 옷을 입은 화훼단체 대표들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 대한민국 화훼산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정녕 화훼산업을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보내려고 하는 것인가”, “어떻게 꽃을 뇌물로 볼 수 있는가” 등의 울분을 토해냈다.

상여가 떠나기 직전에는 ‘화훼농가 다 죽는다! 생존권 보장하라!’ 는 등의 조문 문구가 실린 근조화환이 빼곡히 들어선 가운데 ‘화훼농가 다 죽이는 대책 없는 김영란법 시행 반대 집회’가 진행됐다. 집회가 열리는 중간 중간 ‘청탁금지법 금품대상에서 농축산물 제외를 위한 서명부’가 돌며 화훼농가들이 간절한 그들의 마음을 펜으로 담아냈다.

이 자리엔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도읍 새누리당(부산 북구·강서구을) 의원과 같은 당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 신창현 더불어민주당(경기 의왕·과천) 의원 등 여야 의원과 더불어 유관단체 등이 참석해 화훼농가들에 힘을 보탰다.

최근 김영란법 시행과 농축수산업계의 영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김영란법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해달라는 취지의 토론회를 개최했고 여러 의원들이 법 개정안도 함께 제출했다”며 “이제 이 법이 시행되려면 3개월 남짓 남았는데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여러분도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김진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김영란법은 우리 농축수산인에게 필요 없는 법으로 이 법으로 인한 농업계의 직접 피해액만 1조원에 이른다”며 “이 법이 시행되면 화훼산업뿐만 아니라 농축수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우리 농업·농촌의 가치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화훼농가들의 뜻이 관철되도록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화훼농사 지어 10만원 받는 게 무슨 죄가 되느냐. 김영란법은 수입농축산물 소비촉진법이 될 것”이라며 “화훼농가들의 목소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축산단체들도 함께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홍기 한국농축산연합회 상임대표는 “이 자리에 모인 화훼농가분들을 보니 김영란법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농축산연합회에서도 각 조직별 단체들이 나서서 화훼업계의 간절한 바람을 사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 자리에선 농업계를 넘어 많은 단체들이 화훼농가들과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대학생들도 함께해 화훼농가들에게 큰 힘이 됐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꽃이 뇌물이라면 식물원은 뇌물 창고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로 화훼농민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김영란법 폐지에 600만 소상공인들도 뜻을 같이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준성 경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 학생회장은 “어머니들이 정성껏 키운 꽃으로 저희들이 배우고 인생의 꽃도 피울 수 있다”며 “어머니들의 간절한 바람이 국회에 들릴 수 있도록 저희들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국회 및 정부 상황은

국회 정무위서도 설전…새 국회 최대 쟁점으로
농식품부 금액기준 상향·적용시기 조정 등 건의


화훼농가들의 청탁금지법 반대 집회 등 일명 김영란법과 관련된 농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축산물 제외 및 금액기준 상향 등의 의견을 제출하는 등 정부와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농식품부가 농축산물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가운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청탁금지법을 두고 설전이 오갔다. 최근에는 아예 농업계의 입장을 담은 ‘청탁금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이렇게 ‘청탁금지법’이 20대 국회 초반, 최대 쟁점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농식품부는 6월 22일 권익위에 농식품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의 의견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국산 농축산물 수요감소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농축산물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고, 다만 현실적으로 제외가 어렵다면 금액기준 상향, 대상 차등적용 및 시행시기 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다. 농식품부는 “시행령 제정 동향에 따라 산업별 영향 최소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무위원회 업무현황보고에서 ‘청탁금지법’이 핵심화두로 제기됐다. 6월 27일 정무위원들과 국민권익위는 ‘청탁금지법’에 대한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간극을 좁히진 못했다.

김성원 새누리당(경기 동두천·연천) 의원은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가 투명사회, 신뢰사회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지만,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며 “무엇보다 농축수산물 소비침체로 농어촌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원은 농식품부와 권익위간 입장이 다른 점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농식품부에서 농업계의 요구에 대해서 정책적인 건의를 해본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권익위와 이견이 생기는 것”이라며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소지가 많은데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청탁금지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끝났기 때문에 여러 의견에 대해서 입장을 정립할 것 같다”고 애매모호하게 답했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일부 품목만을 제외하는 것은 현 단계에서는 형평성 차원에서 어렵다고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사실상 농업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종태 새누리당(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의원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은 청탁금지법 논란에 불을 지폈다. 6월 28일 접수된 이 개정안에는 ‘공직자 등이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의 기준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은 제외하도록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농업계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법률안으로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검토되도록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농해수위의 한 여당 관계자는 “김종태 의원의 법률안은 농업계에서는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고, 국민권익위에서는 발톱의 가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물론 가능성은 미약하지만, 관련법이 정무위원회에 상정된다면, 양측의 셈법은 또다시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농축산연합회·농협전국품목별연합회·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6월 28일에 성명서를 발표, “새로운 제도로 피해자가 단 한 사람일지라도 이를 해결해 주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농축산인들은 김영란법(청탁금지법)에서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제외해도 법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하며, 사회적 약자인 농축산업의 절규를 들었으면 국민권익 보호 차원에서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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