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다문화학생 비중 도시의 3배 “다문화 수용성 높일 교육 필요”

학령기(7~18세) 다문화자녀의 증가세는 농어촌지역에서 뚜렷하게 감지된다. 다문화학생 상당수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지만, 전체 학생 수를 고려하면 농어촌지역 다문화학생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다문화자녀 교육정책이 농어촌지역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지역아동센터 등의 사례를 통해 농어촌 다문화자녀의 실태를 살펴본다.
 

 

■ 급증하는 농어촌 다문화학생

농어촌다문화 학생 3만명 육박
수용성 키울 수업·교과과정 개발해야
농식품부는 교육 지원 수수방관
연구용역 없고 통계조차 파악안돼


농어촌지역의 다문화학생 급증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국제결혼 장려정책에 힘입어 2000년대 전후로 한국에 시집온 이민여성 상당수가 농어촌에서 가정을 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09년 ‘농촌다문화 후계세대 육성방안에 관한 연구’를 근거로, 2020년 19세미만 농가인구의 49%가 다문화자녀로 구성될 것이란 전망치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 국제결혼 증가 추세가 한풀 꺾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자녀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농어촌지역 다문화학생 수는 2011년 1만4391명에서 2013년 1만9674명, 2015년 2만8662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다문화학생이 차지하는 비중도 농어촌지역이 도시지역보다 훨씬 높다. 2014년 기준 도시지역 전체 학생은 530만4579명이며, 이중 다문화학생은 4만4263명(0.83%)으로 조사됐다. 농어촌지역의 경우 전체학생 98만1213명 대비 다문화학생은 2만3541명(2.39%)으로, 도시지역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오미란 지역고용정책연구원 전문위원은 “최근 다문화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다문화정책에서도 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농어촌지역에서 다문화학생 비중이 높은 학교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우선 이들 농어촌학교를 대상으로 다문화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수업이나 교과과정 개발 등 여러 부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문화아이들은 특별대우를 원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떤 게 차별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어떠한 상황과 태도에서 차별을 느꼈고, 교육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한 연구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농어촌지역의 다문화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앞장서서 지원해야 할 농식품부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2009년 이후 다문화자녀 지원과 관련된 연구용역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한 바 없으며, 현재 농어촌지역 다문화학생 통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 다문화와 공존하는 교육정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장수지역아동센터 이선미 센터장(오른쪽 두 번째)과 직원들, 그리고 ‘행복을 일구는 장수교육네트워크’ 박진희 사무국장(왼쪽 첫 번째).

■ 현장사례 <1> 장수지역아동센터
“한국문화로 흡수보다 공존하는 법 고민”

다문화아이들만 대상인 교육은
낙인효과 등 부작용 초래
화목한 가정 조성 지원도 함께


지역아동센터는 학교와 집의 중간 위치에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선생님 혹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간식을 먹으며 못다 한 공부를 한다. 학교가 끝났지만 집에 가도 아무도 없는 아이들을 위한 ‘사회적 가정’인 셈이다. 문화와 교육, 정서지원, 지역사회 연계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전국에 4000개가 넘는 지역아동센터가 있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농어촌에서 지역아동센터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한다. 전북 장수지역아동센터도 마찬가지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다문화자녀들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현재 장수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은 26명이며, 이중 다문화자녀가 10명에 이른다.

이선미(49) 센터장은 “장수지역은 20년 전부터 결혼이주여성이 오기 시작해 지금은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예전만큼 다문화에 배타적인 분위기는 느끼기 어렵다”며 “다문화가정 중에선 자녀교육에 욕심을 갖고 있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에 언어발달이나 학업이 뒤처지는 친구들은 많지 않고, 오히려 조손가정 아이들이 더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언어와 관련된 교육보다는 다문화를 인정하고 공존할 수 있는 교육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이 센터장의 생각이다. 그는 “예전에 인근의 한 초등학교가 다문화연구학교로 지정된 적이 있는데, 다문화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낙인효과’ 등 부작용을 초래한 적이 있다”며 “이는 다문화 교육에 대한 이해부족에 따른 것으로, 이제는 한국문화로 흡수하는 것이 아닌 다문화와 공존할 수 있는 교육적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다문화가정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요구된다. 결혼이민여성과 한국인 남편과의 문화적 차이와 세대차이 등으로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높고, 아내로서 온전한 지위를 얻지 못하는 경우 자녀교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건강한 가정환경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책적 도움이 필요하다”며 “아이만 놓고 접근하는 것보다는 부부관계 상담 등 다문화가정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이 다문화자녀 교육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문화자녀를 대상으로 한 이중언어 교육도 출발점은 건강한가정이란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최근에는 학교에서 모국어를 가르치는 등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이민여성들이 많지만, 여전히 집밖에 잘 나오지 못하는 이민여성들도 있다”며 “이민여성들이 가정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한국문화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게 되면 언어사용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고 이는 이중언어 교육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 이중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가정환경이 중요하다. 사진은 2014년 함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열린 다문화학생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참가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현장사례 <2> 함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민여성 정착단계부터 자녀교육 고려를”

학령기 접어들며 가정불화 양상 변화
가정 내 이중언어 부정적 시선 개선
몇 가구 혜택 등 양적인 접근 벗어나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한국어교육은 물론 가족교육·상담·문화 프로그램 등 다문화가족이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담당한다. 여성가족부 산하로 전국 217개 센터가 운영 중이며, 함평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함평다가센터)는 다문화자녀 교육과 관련해 우수사례로 손꼽히는 곳이다.

전남 함평의 다문화가정은 약 290가구. 함평의 전체 인구수가 약 3만5000명이란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함평다가센터는 다문화가정을 일일이 방문하면서 가정 내 상황을 파악하고 맞춤형 도움을 준다. 특히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일찍 파악하고, 이중언어 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기영(48) 센터장은 “아무래도 시골이다보니 남편이나 시부모님들이 이중언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소수언어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며 “이중언어는 단순히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가정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직접 가정을 방문해 이중언어의 필요성을 각인시키고 설득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가부와 교육부 등 정부 정책사업은 물론 교육청과 연계해 이중언어 가정환경 만들기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다문화가정 내의 인식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김 센터장은 “다문화자녀들 중에는 똑똑한 아이들이 많다”며 “이중언어 우수사례를 동영상으로 찍어 공유하고 있는데, 축제 때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를 보고 나면 남편들이 더 시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최근 학령기 다문화자녀들이 늘면서 가정불화의 형태도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엄마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거나 자녀교육과 관련된 생각차이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학령기 자녀들이 늘어나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로 느껴진다”며 “이제는 다문화가정 몇 가구가 혜택을 봤다는 식의 양적인 접근 보다는 서비스 질, 특히 자녀교육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김 센터장은 결혼이민여성의 초기정착 단계부터 자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다문화자녀들이 자폐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민여성의 우울증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낯선 한국땅에 온 산모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집밖에도 못나가게 하는 경우 우울증이 심해져 태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며 “병원과 연계하거나 발달치료 선생님을 다가센터에 배치해 이 같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치료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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