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38년 역사상 처음으로 일선 조합장 출신인 정대근씨가 중앙회장에당선됐다. 정 회장의 당선은 마침내 농협의 대표자리를 주인인 농민의 몫으로 돌려 받은 것을 의미하며, 앞으로 농민 조합원 중심으로 농협 개혁이 진일보 할 것을 예고하는 중요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사실 그동안 농협중앙회장을 농민조합원의 대표인 일선 조합장이 맡는 아주 상식적인 일이 얼마나 어려웠는가. 그런 맥락에서 정 회장은 스스로 이번 당선이 38년 직원출신 신탁통치를 마감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첫걸음이요, 거듭 태어나고자 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규정, 진정 농민을 위한 대개혁에 착수하겠다고 거듭 천명하고 있다. 우리는 농민 조합원의 대표성을 가진 정 회장의 취임을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어려운 시기에 회장의 중임을 맡은 정 회장에게 중요한 몇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첫째는 어떠한 저항이 있더라도 약속대로 농민중심, 회원농협 중심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정 회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중앙회 조직과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그로 인한 혜택을 농민조합원과 회원농협에게 돌리겠다고 공약했다. 또한 도단위에서는 도를 대표하는 조합장이, 시·군단위에서는 시·군을대표하는 조합장이 명실공히 지역 농민조합원의 대표자로서 기능과 역할을수행토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공약은 향후 추진과정에서 기득권 세력의 심각한 저항을 초래할 수 있으나, 농민의 기대와 지지를 바탕으로 극복해 내야 한다. 다음으로는 농민단체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농업분야는 물론 온나라가 농협개혁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회장혼자 뛰어서는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다. 정 회장은 농민들과 조합장들의지지로 당선된 만큼 가장 믿을 수 있는 원군은 바로 이들이다. 특히 이들이제시하는 개혁안은 협동조합 개혁에 있어 기본적이고도 합리적인 사항이 많은 만큼 열린 마음으로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협동조합의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오늘 이러한 사태의 원인도 농협이 농민의 협동조합, 회원농협의 중앙회라는원칙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8선 조합장 경험의 협동조합 지도자로서, 농민조합원은 물론농협 임직원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일에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하여본인의 말처럼 다시는 ‘직원을 위한 농협’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한국 농업사에, 협동조합 역사에 개혁의 큰 발자취를 남길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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