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직장인들의 67.7%가 아침식사를 자주 거르고 있으며..” (1989년 9월)
“아침 굶는 것도 유행인가”(1996년 10월)
“아침 식사 거르지 마세요”(1997년 1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조간신문에서 나온 ‘아침밥’ 관련 보도 내용 및 기사의 제목이다. 최근 상황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우리 식생활이 ‘변한 게 없다’는 것이 아니라 ‘변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간편하게 아침밥을 대체하기 위한 식품들이 미디어 등을 통해 소개되고 있는 요즘이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아침밥 먹는 아침’을 맞고 싶어 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목표와 전략, 체계적인 실천 지침 등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게 지난 20년이 주는 교훈이다.

이런 차원에서 올해 4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각 부처의 식생활지침을 하나로 통합해 ‘국민 공통 식생활지침’을 제정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여기엔 ‘쌀·잡곡, 채소, 과일 등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자’, ‘아침밥을 꼭 먹자’, ‘덜 짜게, 덜 달게, 덜 기름지게 먹자’, ‘술자리를 피하자’, ‘과식을 피하고 활동량을 늘리자’, ‘음식은 위생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마련하자’, ‘우리 식재료를 활용한 식생활을 즐기자’,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횟수를 늘리자’ 등의 내용이 있다.

최근 이 식생활지침을 어떻게 확산시키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이냐에 대한 후속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목해야 할 시점은 이제부터다. 9개 지침 내용 모두가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겠지만,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출발선상에서 ‘우리 식재료를 활용한 식생활을 즐기자’는 내용이 보다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농업과의 연계성을 빼놓고 건강한 식생활을 논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 식생활지침이 우리 농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교육 및 영양학적 접근 등 기능적 역할로 그 한계가 규정돼 버릴 여지도 있다.

우리 식탁은 20년 전보다 풍성해졌다. 저렴하고 품질 좋은 수입 식재료도 늘었다. 수입산을 멀리 하자는 얘기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우리 식탁과 식생활에서 수입 식재료가 차지하는 자리가 넓어진 만큼 이 공간을 내어 준 우리 식재료의 자리가, 또 우리 농업의 가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과 더불어 시대 흐름에 부합한 식생활 여건이 식생활지침의 활용 방안 논의에 반영돼야 충분한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무엇이 중요한가?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면서)”라는 영화 ‘곡성’의 대사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국민 공통 식생활지침이 담고 있는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 영위’, ‘우리 농업과의 연계성 강화’ 등의 중요 지점을 놓치지 않고 이를 실질적인 정책 방안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많은 이들의 공감 속에서 널리 확산될 수 있는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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