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서 ‘OO원’으로 판매되는 효소 제품 하나는 1리터 한 병이 14만원이다. 흔히 4종복비로 불리는 보통의 영양제보다 최소 일곱 배에서 열 배 가량 비싼 것이다. 업체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70여종의 과실류, 곡류, 해조류 등을 3년 3개월 이상 저온 발효시킨 고급 기능성 영영제’라고 설명하고 있다.

효소제품 1리터에 60만원
업체서 부르는 게 값
농진청 등 관련기관 통제 손떼
대리점 등 유통비 50% 차지


그나마 최근에 가격을 내린 게 이 정도다. 4월 이전까지는 한 병에 18만원이었다고 한다. 청주시 옥산농협 판매기사 모씨는 “잘 안 팔려서 그런지 납품업자가 가격을 내렸다”며 “왜 값이 비싼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것보다도 더 비싼 게 있다. ‘OO효소’라는 제품이다. 1리터 한 병에 60만원가량 한다. 500㎖ 한 병이 33만원이다. 효소제품이라는 것과 일본에서 수입된다는 점에서 두 제품은 공통점이 있다.

이들 제품보다 싸지만 일반 영양제 보다 값이 비싼 제품은 여럿 있다. ‘OO아미노’란 제품은 500㎖ 한 병이 6만원이다. 광합성 촉진제 한 제품은 100㎖ 짜리가 3만원이나 한다. 애호박이나 방울토마토 등 하우스 작물에 사용하는 엽면시비용 영양제 한 제품은 400g 용량이 5만원이다.

영양제 가격은 화학농약 가격을 넘어선지 오래다. 농약 한 병이 보통 1만원선이라면 영양제는 최소 1만원에서 2만원 가량에 팔린다.   

문제는 가격에 대한 통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제품가격은 업체 자율이다. 농촌진흥청 등 관련기관에서는 가격통제를 하지 않는다. 업체는 제품의 보증성분만 표시하면 된다. 이러다보니 농민들 부담만 커진다.

청주시 옥산면에서 오이농사를 짓는 정모씨는 “한 작기에 보통 열 가지 영양제는 쓴다. 대부분 농민들이 제품을 잘 모른다. 추천해주면 쓰는데 오이값이라도 안 좋으면 적자”라고 말했다.

영양제 가격이 비싼 이유는 대리점 마진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농약사 마진을 최소 30% 이상 본다. 총판업자 마진 20% 정도를 감안하면 50%가 유통비용이다. 2만원 짜리 제품이라면 제조사가 반 값에 중간업자에 넘기는 셈이다. 이 때문에 ‘농약은 마진 없이 팔고 영양제에서 이익을 남긴다’는 말이 돌 정도다.

청주=이평진 기자 leep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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