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식품부가 내놓은 농협법 개정 입법예고안이 전반적인 농협개혁 논의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은 서대문역에 위치한 농협중앙회 전경.

국회차원에서 ‘농협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이 제기된 가운데 앞으로의 농협개혁이 어떤 방향을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위 구성을 요구한 전국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전국신임조합장협의회·농협조합장 정명회·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 등의 요구가 궁극적으로는 현행 농협중앙회 100% 출자 구조의 농협경제지주를 회원조합의 사업연합체로 전환하자는 것이라는 점에서 농협법 입법예고안을 둘러싼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 및 회원조합 간의 이견이 다시 전반적인 농협 개혁 논의로 확대되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와 여야 3당 의원 7명이 공동으로 주최한 농협법 입법예고안 평가토론회에서 만약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가 된다면 반드시 ‘언제까지 농협경제지주를 회원조합 중심의 사업연합회로 전환한다는 조항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농협개혁을 위한 특위’가 구성돼 운영될 경우 이번 농협법 개정 과정에서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국회토론회에서의 제기된 논점을 중심으로 앞으로 제기될 농협법 개정에 따른 주요 논제들을 짚어본다.

중앙회 “농협경제지주 이관 관련 조항만 손질” 입장
국회 특위 구성 움직임…농협개혁 전반 논의로 확대


#농협법 개정안 ‘입장차 뚜렷’

당초 농식품부가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을 때는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 및 회원조합이 보이는 입법예고안에 대한 입장차가 전부일 것처럼 보였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장의 경제사업에 대한 권한 삭제 및 이사회 호선제로 중앙회장 선출방식 전환 △비상임 조합장의 권한 삭제 및 조합에 대한 외부 상임감사제 도입 △132조 축산특례 삭제 △조합감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장관 보고 △조합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에 대한 자격 박탈 등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에 대해 회원조합을 비롯한 내부의견을 모은 농협중앙회는 ‘무리하다’는 입장을 내보이며, 이번 개정안에서는 ‘농협경제지주 이관에 따라 개정이 필요한 조항으로 농협법 개정을 진행하자’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농협개혁을 요구하는 단체와 정치권이 손을 맞잡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들은 농협법 개정 논의에 앞서 ‘농협경제지주가 현재의 회원조합과 농협중앙회 체제에서 적합하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강하게 제기됐고, 이를 논의하기 위한 국회차원의 특위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이 가세하면서 농협법 개정 입법예고안에서 논의 대상이 농협개혁 전반으로 옮아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농협경제지주, 회원조합과 경합 문제 두고 논란 여전
호선제 두고 대립각, 경제지주 바라보는 관점도 이견

#사업구조 개편 평가 여론


특위가 구성되면  앞으로의 논의의 방향은 농협경제지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논의는 결론적으로 ‘농협경제지주를 회원조합의 사업연합체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이 논제는 최근 열린 농협법 입법예고안 평가토론회에서도 박순연 농식품부 과장과 박진도 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가 설전을 벌인 부분이기도 하다. 박진도 상임공동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농협법 개정안 평가 토론회’에서농협중앙회장 호선제를 두고 농식품부가 내놓은 ‘외국 대부분의 협동조합이 중앙회장을 이사회 호선제로 뽑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단히 잘못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박 대표는 “농식품부가 호선제를 도입한 예로 든 네덜란드의 라보뱅크나 프랑스의 끄레디 아그리꼴, 그리고 독일의 협동조합금융그룹은 우리나라의 농협중앙회처럼 협동조합의 중앙회가 아니라 각 나라의 금융협동조합을 대표하는 조직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지역은행들이 상향식으로 출자해 설립한 연합회로 회원조합의 연합회 통제가 확실히 보장된 체제다. 전혀 다른 사례를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순연 과장은 토론회에서 “외국의 연합회 형태, 중앙회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경우 이사회 호선제가 일반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의 성격을 바라보는 이들의 관점이 얼마나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진도 대표는 ‘상향식 출자에 의한 연합조직, 회원조합의 연합조직에 대한 통제권, 이에 따른 경합사업의 방지가 가능한 외국의 품목연합회 상황과 우리나라의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박순연 과장은 이를 ‘비슷하기 때문에 호선제가 일반적’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한편, 총 14개 과수품목조합이 참여해 품목연합회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는 한국과수농협연합회의 회장 선출방식은 호선제가 아니다. 14개 조합장들이 각각 출자금에 비례해 1~3표의 표를 행사, 연합회장을 직선제로 선출하고 있다. 

사업연합체·품목조합연합회 전환이 ‘농협개혁 핵심’
중앙회장 명예직 전환·축산특례 관련 논란 해소 가능


#사업연합체로 전환된다면

만약 회원조합의 100% 통제 하에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이 회원조합의 연합사업으로 전환될 경우 현 농협중앙회의 입지와 회장의 선출방식도 달라질 수 있고, 또 축산부문의 특례조항 존치 논란도 해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을 회원조합 사업연합체로 전환하자는 논제와 농협중앙회를 품목조합연합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제는 십 수 년을 끌고 온 농협중앙회의 개혁 화두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이미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의 회원조합 사업연합체로의 전환은 2012년 농협사업구조개편 논의 당시에, 품목조합연합회는 농·축협 통합 당시인 2000년과 이후 2004년 농협법의 전부개정 당시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당시의 논의들에서는 농협중앙회가 회원조합의 품목조합연합회나 사업연합체로 전환할 경우 실제 중앙회의 사업을 회원조합이 실효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협중앙회장은 ‘비상임 명예직으로 전환해도 관계없다’는 논의가 있었고, 축산부문에서도 농·축협 통합 당시 ‘통합 대신 품목연합회로의 전환을 요구했었다’는 점에서 이견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논의가 이 같은 방향으로 진전이 된다면 일단 농협중앙회장을 둘러 싼 논란과 132조 축산특례 삭제 논란은 정리가 가능해 보인다.

비상임조합장 권한 삭제 두고는 재검토 목소리 고조
“조합원이 직접 선출…권한·책임 없다는 건 말 안돼”


#비상임은 상임조합장으로

비상임조합장의 권한 삭제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이유는 조합원이 민의를 통해 뽑은 조합장이 조합사업에 대해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실제로는 경영을 총괄하는 상임이사의 선임권과 직원의 인사권을 행사하는 마당에 비상임이라는 직위 때문에 경영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법적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비상임인 경우 연임제한 규정이 없고, 또 중앙회 퇴직인사가 상임이사로 선출되면서 정년연장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유완식 고양축협 조합장은 “개정안은 자율권 침해가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이 뽑은 조합장이 가장 핵심사업인 교육지원사업과 경제사업을 집행을 할 수 없게 하고, 이를 상임이사가 하도록 했다. 그 이유가 전혀 이해가 안간다”고 말하는 한편, “조합원이 선출해 그 권한을 위임받은 조합장이 이를 바탕으로 조합사업 발전시키고 향상시키고 해야 할 상황에서 아무 권한도 책임도 없이 상임이사에 일임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박진도 상임공동대표도 이에 대해 “현행법의 비상임조합장과 상임이사 체제에 대한 조사연구를 선행해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비상임 조합장을 없애고 조합장에게 농협을 대표해 경영계획을 수립할 책임을 부여하되, 상임감사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임기를 보장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사업·판매사업 미이용 조합원 절반 이상이 고령농
도시조합 별도 규정 마련, 원로조합원 특례조항 필요

#정예화 하는 게 맞지만


이와 함께 조합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에 대한 정리조항에 대해서는 '조합원을 정예화 하는 것이 맞는 것이긴 하지만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식품부가 농협법 개정 입법예고안에 미이용 조합원의 제명조항을 넣은 이유는 실제 조합사업은 이용하지 않으면서 의사결정에는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때문이었다. 2014년을 기준으로 233만3000여명의 조합원 중 조합의 경제사업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이 45만명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사실 충격적이다. 여기에다 조합의 핵심경제사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판매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은 172만5000명이나 된다.

하지만 사업 미이용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경제사업 미이용자 44만9900여명 중 65세 이상이 20만6900여명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고, 또 172만5000여명의 판매사업 미이용자 중 절반 가까운 86만8400여명이 65세 이상 고령농이다.

이에 따라 현행 조합설립 기준 상의 조합원 숫자 기준을 낮추는 논의와 함께 농민조합원이 거의 없는 도시조합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합원 규정이 필요하며, 원로조합원에 대한 특례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품목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지역의 한 조합장은 “과거 조합의 발전단계에서 노력한 고령조합원들은 사실상 갈 곳이 없는데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사업을 이용하지 않는다면서 조합장 선거 때 마다 제명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제명이 능사가 아니라 일정부분 참정권을 제한하더라도 조합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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