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간 경쟁으로 계란가격 하락·수직계열화 우려
“산란업계에 대기업 진출만 부채질한 셈” 비난도


하림이 본격적으로 계란유통업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산란계 사육 농가들은 하림의 계란산업 진출이 계란가격 하락과 수직계열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이어온 계란유통협회와 하림 간 ‘하림의 계란 유통업 진출’을 주제로 한 자율조정회의가 최근 진출을 허용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이번 합의로 전남 및 경남·북 등 일부 지역의 중소마트에만 계란 유통을 해오던 하림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에 등급란(비등급란 제외)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하림이 계란유통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없던 이유는 지난 2015년 12월 계란유통업이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의를 통한 대기업의 사업철수 또는 확장 자제가 이뤄진다. 선정 이전에 계란유통업계에 진출해 있던 CJ제일제당과 풀무원, 오뚜기 3개사는 계란유통협회와 합의로, 전통시장과 소형 슈퍼마켓을 제외한 대형마트 등에서 ‘등급란’만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하림은 2013년 계란유통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기간 중에 업계에 진출했기 때문에 조정대상에서 제외됐다.

산란계 사육 농가들은 하림이 계란유통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업체들 간 가격경쟁으로 계란 가격이 하락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국내 육계 시장과 같이 시장점유율 선점을 위해 계란 가격을 낮출 것이 분명하다는 반응이다.

경기도의 한 산란계 농가는 “산란계 업계에 진출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가격 결정권이 기업 쪽으로 넘어가 결국 과점 시장이 된다”면서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더 얻기 위해 계란 가격을 낮춰 결국 산란계 농가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산란계 업계의 수직계열화가 가속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업들이 생산원가를 낮추기 위해 수직계열화를 도입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계란유통협회가 하림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번 합의를 해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결국 산란계 업계에 대기업 진출만 부채질한 셈”이라면서 “기업들은 계란 판매가격을 낮추려 산란계 업계에 수직계열화를 도입할 것이고, 이는 곧 농가의 종속화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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