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사)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지난 5월 2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에는 예년과 달리 뜨거운 쟁점이 많이 담겨 있어, 앞으로 어떻게 논의가 이뤄져 농협법이 개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농협법 개정은 농협조합장 직선제 전환 이후 1994년부터 지속된 농협개혁의 핵심요구였던 농협중앙회 신용사업-경제사업 분리를 경제사업 완전이관을 계기로 제도적으로 완결짓는 개정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쟁점은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관련 사업의 완전이관에 따른 중앙회 업무 및 권한의 조정, 둘째 중앙회장 호선제 도입, 셋째, 축경특례의 폐지, 넷째, 일선조합 조합원 정예화 및 임원 판매사업 의무화가 그것이다. 

농민조합원 실익 주나 따져봐야

어떤 제도든 정당하다고 평가받으려면 최종 고객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고, 제도의 최고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농협법 개정안을 정당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첫째, 농민조합원에게 도움이 되는 경제사업 완전이관에 기여하는가? 둘째, 농민조합원이 중심이 되는 협동조합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했는가? 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선 일선조합 조합원의 자격기준으로 경제사업 이용을 명문화하고, 조합 임원에 대해서는 특히 판매사업의 이용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경제사업을 이용하지 않은 조합원이 45만명이나 되고, 판매사업을 이용하지 않는 조합원은 170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은 농협이 농업생산자협동조합이라는 핵심적인 정체성에 비춰볼 때 아쉬운 점이다. 일단 환영하면서도 농협이 그동안 지역종합농협체계였다는 점을 감안하여 경제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에 대한 세부적인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경제사업 완전 이관을 위한 제도정비도 기대 이상이다. 경제사업활성화가 농민조합원에게 실익을 주려면 첫째, 농기자재 구매에서부터 소비지유통 판매 단계를 연결하는 협동조합적 계열화 사업체계의 확립, 둘째, 중앙회가 수행하는 정책사업과 경제관련 지원사업의 경제지주 이관, 셋째, 계열화체계에 따른 농민조합원, 일선조합, 경제지주 및 자회사와 중앙회의 수익배분 모델의 개발이란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번 농협법 개정에는 우선 정책사업과 경제관련 지원사업이 전반적으로 경제지주로 이관되는 것으로 방향이 잡혀 있다. 경제관련 정책사업과 지원사업을 위한 예산편성권이 경제지주로 넘어옴에 따라 중앙회의 권한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법에 담을 내용이 아닌 계열화 사업체계의 확립과 수익배분 방식의 결정은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협동조합 정체성 강화 확인을

최근 농식품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식자재 시장이나 온라인, 홈쇼핑 시장은 농산물과 축산물, 수산물이 통합적으로 구매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농업경제와 축산경제의 전략적인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농협경제사업 활성화 전체가 성공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농협경제지주의 사령탑을 투톱으로 가져가는 것은 지난 5년간의 경험을 평가해 볼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런 점에서 경제사업에 대해 투톱체제를 법으로 강제한 축산특례는 농축협 통합 당시의 상황적 판단에 의해 도입된 점은 있지만 현시점에서 평가할 때는 과잉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농협법에 있는 관련규정을 사업적 관점에 따라 농협이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이번 법개정을 농협경제지주의 회장의 권한이 크게 늘었다. 반면 농협경제지주에 대한 농민조합원의 경제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최근 조선해양산업의 부실화와 함께 대기업 구조조정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NH금융지주의 농민조합원에 대한 정보제공이나 견제력은 상당히 약한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농협경제지주도 이런 측면에서 농민조합원과 일선조합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연합회 체계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장기적으로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한다. 상호금융의 활성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근본적으로 연합회 체계 도입해야

하지만 이런 내년 2월말까지 개정된 농협법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 결론을 맺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2020년 농협의 경제사업활성화 계획이 완료되는 시점까지 근본적으로 연합회 체계가 도입될 수 있도록 원칙과 실무를 검토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논의의 결과에 따라 농협법을 재개정한다라는 향후 일정을 부칙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농협법은 워낙 많은 쟁점이 얽히고 설켜 있어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해도 농민조합원에게 실익을 주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평가기준을 가지고 차분하게 파악해 나간다면 지혜로운 결론을 함께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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