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지방도매시장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책으로 상장예외 품목 지정이 검토되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발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사진은 지방의 한 도매시장으로 본문 기사와 관련 없음.

최근 일부 지방도매시장의 불법행위 적발에 대한 임기응변식 대책이 자칫 도매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지방도매시장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중앙정부 차원의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부산광역시의 엄궁농산물도매시장과 광주광역시의 각화·서부농산물도매시장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돼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개선대책이 마련 중에 있다.<본보 6월 10일자 5면 참조> 그러나 이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대책이 자칫 도매시장 발전을 저해하거나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 불법행위 이뤄진 품목 ‘상장예외’로 전환 검토
“자칫 도매시장 발전 저해, 역행할 수도” 우려 고조
면밀한 실태조사, 중앙정부 차원의 개선방안 마련을


▲무엇이 문제인가=광주광역시 감사위원회는 서부도매시장의 경우 중도매인이 출하자로부터 위탁받은 쪽파를 일부만 상장거래하고 나머지는 도매시장에 하역하지 않은 채 외부로 임의 반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중도매인이 직접 수탁을 하지 못하는 현행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하 농안법)을 위반한 것이다. 현행 농안법에는 중도매인은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한 농수산물 외의 농수산물은 거래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따라서 중도매인이 출하자로부터 위탁을 받는 자체가 불법이다. 여기에 일부를 상장거래하고 나머지는 외부로 임의 반출한 것은 일종의 기록상장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기록상장 역시 불법이다.

이 사안에는 중도매인이 출하주로부터 직접 수탁을 했다는 불법이 우선돼 있지만 기록상장 과정에서 해당 도매법인이나 경매사가 이를 인지했느냐도 문제다. 만약 도매시장법인이나 해당 경매사가 이를 인지했다면 중도매인의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묵인했다는 결론이 성립된다. 이에 따라 도매시장법인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서부도매시장의 사례를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번 불법행위의 이면에 다른 목적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바로 불법이 이뤄진 품목을 상장예외 품목으로 돌리기 위함이라는 것. 현행 농안법 시행규칙 제27조에 따르면 도매시장 개설자는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열어 도매시장법인이 상장하지 않은 농산물을 거래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이 예외조항을 이용해 해당 품목을 상장예외 품목으로 지정을 받기 위해서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A 도매시장법인의 관계자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과거 가락시장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 초반에 발생한 일이다. 지금으로부터 길게는 20년 전의 일이 현재 발생하고 있는 것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시장 개설자와 유통주체의 역할은=이번 사태를 두고 도매시장 종사자들은 물론 학계에서도 시장 개설권자의 역할과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당 품목에 이와 유사한 불법행위가 반복될 경우 개설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상장예외 품목의 지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광역시 감사위원회는 감사결과에 대한 조치로 상장예외 거래제도 도입검토 등의 업무 개선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농산물 유통업계는 시장 개설자가 상장예외 품목 지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개설자 입장에서는 상장예외 품목을 확대하면 골치 아픈 불법문제도 해결되고 시장사용료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쉬운 해결방법일 수 있지만 불법을 합법으로 해결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상장예외 품목의 확대는 자칫 제2, 제3의 선의의 출하자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것.

B 도매법인의 관계자는 “관리사무소의 입장에서는 불법행위가 자꾸 불거져 골치가 아프다는 핑계로 가장 손쉬운 방법 가운데 하나인 상장예외 품목 지정을 검토할 수도 있지만 불법을 합법으로 용인해 주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따른 도매법인의 관계자는 “현행 농안법에는 정가·수의매매 등 경매제를 보완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이 있다”면서 “상장예외 품목 지정은 사실 시장에서는 그 취지가 상실된 측면이 적지 않은데 이를 해결의 방법으로 삼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도매시장에서 발생하는 불법 및 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시장 개설자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함께 도매시장법인들의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불법과 탈법 적발을 개설자에게 전적으로 맡기기 보다는 법인들 스스로가 감시자가 돼 정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A 도매법인 관계자는 “도매시장법인들도 수집기능 강화를 위한 계획을 마련해 개설자에게 제출하는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함과 동시에 합동단속반을 꾸려 불법거래를 감시·감독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며 “이처럼 시장의 불공정행위를 정화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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