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고기 기준가격의 탕박등급제 전환이 추진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시행과 관련해 농가 손해를 우려하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돈조합에 이어 민간육가공업체를 대상으로 돼지고기 기준가격의 탕박등급제 전환이 추진되고 있지만 탕박 전환 과정에서 발생되는 가격 격차로 인해 제도 정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탕박등급제의 필요성과 가격정산방법, 업계 분위기를 살펴봤다.

박피 두수 전체 거래물량의 2%…기준가격 대표성 상실
양돈조합서 차액보전 방안 마련, 민간업체는 시행 신중
육류유통수출협회 "지연될 경우 국산돼지 경쟁력 흔들"


▲탕박 가격 전환, 왜 필요한가?=박피 두수의 지속적인 감소에 따라 박피가격이 도매시장 기준가격이 되기에는 대표성 및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정산기준을 박피에서 탕박등급제로 전환하는 문제가 논의돼 왔다. 최근 도매시장의 일일 박피 거래두수는 700~800두로, 전체 거래물량의 2%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박피보다 탕박가격이 낮아 가격 격차가 발생되는 것이 탕박등급제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탕박가격 정산방법은=민간업체와 거래 농가의 탕박등급제 실행은 농가와 육가공업체가 정산방법 전환으로 인해 상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현재 양돈조합에서 실시하는 것과 같이 기존 박피가격 정산과 동일한 수준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양돈조합에서 실시하고 있는 정산방법은 돼지도체 성별·등급별 정산이 원칙으로, 제주도 가격을 제외한 전국 성별·등급별 탕박평균가격에 지육중량을 곱한 금액을 농가에 지급하고 있다. 단, 박피가격 정산과 가격 격차가 발생될 경우 추가 정산을 해 주거나 장려금을 인상하는 등 차액 보전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등급별 정산이 어려운 업체는 일단 전국 탕박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한 지급율제로 정산을 하고, 점차 등급제로 전환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탕박 지급율 정산은 전국 탕박 기준가격(제주가격 제외)에 생체중을 곱하고 여기에 다시 지급율을 곱하는 방법으로 계산이 이뤄진다. 이 때 지급율은 업체가 시장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조정하면 된다.

▲업계 분위기는=지난해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와 대한한돈협회가 ‘돼지거래 기준가격 탕박전환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데 이어, 그 실행단계로 전국 7개 양돈조합과 ㈜농협목우촌이 ‘돼지가격 정산기준 탕박등급제 전환 협약식’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농협목우촌과 서울경기양돈농협, 도드람양돈농협이 현재 탕박등급제로 정산을 실시하고 있다. 강원양돈농협과 제주양돈농협은 이전부터 탕박 등급제를 적용해 왔으며, 나머지 양돈조합들도 시행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단계는 민간육가공업체와 거래 농가의 탕박등급제 전환. 그러나 박피가격과 탕박가격 간 발생되는 가격 격차가 농가 수익과 연결돼 있어 민간업체들이 탕박등급제 시행에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양돈조합에서는 농가에 대한 차액 보전 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으나 민간업체에서는 이를 시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탕박 전환이 민간업체까지 확대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탕박전환에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농가와의 마찰이 우려돼 실제 실행은 검토 중인 상태”라며 “다른 업체들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탕박 전환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은 생산자단체도 마찬가지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현재 박피가격과 탕박가격 간 격차가 심해 양돈조합에서도 탕박등급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민간육가공업체까지 서둘러 확대하기 보다는 농가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1년 정도 가격 형성 추이를 지켜본 후 결정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제주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탕박 평균가격을 계산하는 것은 1kg당 평균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맞지 않다”며 “평균가격 설정 시 제주지역 가격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돼지가격 정산기준의 탕박 전환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던 육류유통수출협회 측에선 업계 전체적인 탕박 전환이 지연될 경우 국내산 돼지고기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며 올해 안에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탕박과 박피 간 가격 격차도 돈육가격이 하락하는 가을시즌 부터는 줄어들어 1년을 평균으로 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육류유통수출협회 관계자는 “소비부진에도 돼지가격이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못해 수입육 대비 국내산 돼지고기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1년을 평균으로 보면 탕박과 박피 간 가격 격차도 크지 않은 만큼 장기적인 시각에서 모든 업계 관계자들이 돼지가격 정산기준 탕박전환 조기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는 “브랜드경영체 심사나 전국축산물품질평가 대상농가 선정 시 가·감점을 부여하고 육가공업체, 농가를 대상으로 한 각종 정책자금 지원 산정 기준에 포함시키는 등 탕박등급제 전환이 잘 이행되도록 탕박등급별 정산 실적을 정부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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