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계가 제20대 국회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여성농업인육성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여성농업인 전담부서’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목표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이미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마련해 몇몇 국회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농업계 안팎에선 여성농업인 전담부서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당장 별도의 예산과 인력을 요구하는 전담부서 설치에 중앙정부가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담부서 관련규정 없어…'여성농업인육성법 개정' 선결과제
경기·충남등 13개 지자체 조례 있지만 상위법 없어 시행 못해 
농식품부는 "예산·조직 확대 등 부담…쉽지 않을 것" 부정적


▲가능성=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를 권고하는 여성농업인육성법 일부개정안은 2014년 12월 당시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법률안 심사소위에서 단 한 차례도 논의되지 못한 채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이수미 상임연구원은 최근 ‘19대 국회 여성농민 관련 입법현황과 20대 국회 정책과제’란 보고서를 통해 여성농업인들을 지원해 줄 전담부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수미 상임연구원은 “19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여성농업인 관련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경우 국가에서 이에 대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한 여성농업인육성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미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 특별법’과 시행령에는 전담부서 설치와 관련된 내용을 규정해 시행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선 여성농업인의 고충을 들어주고 복지·교육·육아 등으로 쪼개져 있는 여성농업인 업무를 도맡아 처리해줄 수 있는 전담부서 설치와 관련된 여성농업인육성법 개정안이 반드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이공계지원 특별법 제14조에는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지자체가 과학기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그 부서에 이공계인력을 배치하는 경우 우선하여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당수 지자체가 ‘여성농업인육성 지원조례’에 전담부서 관련 사항을 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현재 경기도와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도, 세종시, 군산시, 광양시, 함안군, 고창군, 강진군 등 13곳에선 전담부서 관련사항이 조례에 명시돼 있다. 

이수미 상임연구원은 “여러 지자체가 전담부서 관련 사항을 조례에 담고 있지만 상위법인 여성농업인육성법에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는 지자체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지역 여성농업인들의 뜻에 의해 만들어진 조례가 상위법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용지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성농업인육성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걸림돌=정부는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는 지자체의 행정기구 및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정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담부서 설치는 여성농업인육성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별도의 전담부서 설치에 따른 예산 및 인력확대도 정부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가 ‘양성평등 시대’에 역행한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여성농업인육성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에 여성농업인 전담부서 설치를 권고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예산과 조직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는 결코 아니다”면서 “공무원 입장에서 보면 여성농업인과 관련된 업무개발이 많이 안 된 상황이고, 양성평등 시대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전담부서 설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여성농업인 업무 자체가 분산돼 있는 상황에서 전담공무원이라도 둘 수 있다면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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