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이 빠르면 이달 말 중국 수출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현지에서 국내업체 간 저가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국 내 유통망을 갖춘 대형식품업체가 OEM 물량을 공급 받아 삼계탕을 수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달 말 본격화 전망 속 국내 업체간 ‘물밑서 저가경쟁’
유통망 갖춘 대형식품업체는 OEM 공급에 군침 도마위 


삼계탕 첫 수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국내업체 간 과당경쟁이 국산 삼계탕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시장 안착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삼계탕 수출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한 유통업체가 국내 두 곳의 업체와 삼계탕 수출 관련 협의를 각각 진행하면서 가격을 저울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업계 한 관계자는 “A업체와 협상한 중국 바이어가 B업체에게 A업체 보다 낮은 가격을 요구하면서 삼계탕 수출이 시작되기도 전에 품질이 아닌 저가경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형식품업체인 C사는 최근 국내 수출작업장으로 지정된 D업체의 물량을 OEM(주문자위탁생산) 방식으로 공급 받아 중국 수출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작업장으로 지정된 5개 업체(하림, 참프레, 목우촌, 사조화인코리아, 교동식품) 보다 앞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수출길이 공식적으로 열리기도 전에 물밑에서 수출업체 간 과당경쟁이 진행되면서 삼계탕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자칫 저가·저품질 경쟁으로 수출시장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례들은 적지 않다. 김치의 경우 일본시장에서 국내업체 간 저가경쟁으로 소비자·바이어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수출물량이 크게 줄었다. 실제 대 일본 김치 수출물량은 2010년 2만4134톤이었지만 지난해 1만4819톤으로 38.6% 급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9월 ‘김치의 한·중 검역협상 동향과 수출 확대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농정포커스에서 “국내산 김치의 주요 수출국인 일본 시장도 국내 김치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본에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출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 간의 저가경쟁이 치열해지면 손해 보고 수출할 수 없는 만큼 결국 저품질의 닭으로 만들어진 삼계탕이 수출될 수 있다”며 “결국 한국산 삼계탕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하고 수출시장에서도 안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홍성현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은 “공동마케팅 지원 등 수출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저가경쟁·저품질 삼계탕을 수출하는 업체들의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수출이 가능한 5곳의 업체가 삼계를 C업체에 공급하지 않는다면 먼저 수출하는 것은 어렵다”며 “수출작업장을 중심으로 삼계탕을 수출하자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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