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법 등 3개 법률에 분산 규정돼 있는 식품 표시·광고 규정을 하나로 통합하는 입법 움직임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현행 식품 표시·광고 관련 규정이 복잡하게 나눠져 식품업체와 소비자의 불편과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표시 규정을 통합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식품표시법’ 제정을 통해 식품 표시 사항을 정비하겠다는 것이 핵심 추진 배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일 오송 C&V센터에서 ‘식품표시법 제정안 입법 공청회’를 열고 입법안의 주요 내용을 발표하는 한편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식약처 표시관련규정 통합 추진에 공감 많은 반면
위헌소지 사전심의제 대신 ‘자율심의제’ 도입 두고
“소비자 건강 외면·무분별한 광고 남발 우려” 지적


▲주요 내용은=식약처가 밝힌 식품표시법 제정안의 기본 방향은 크게 3가지다. 키워드로 압축해 본다면 △통합화 △법적 근거 상향 △가독성 향상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식품의 종류에 따라 3개 법률과 4개 고시에 분산돼 있는 현행 식품 표시·광고 규정을 하나의 법령으로 묶어 관리하겠다는 부분이 ‘통합화’다. 현재 식품 표시의 경우 일반 식품은 식품위생법, 축산물은 축산물 위생관리법, 건강기능식품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등의 표시 기준을 따르고 있어 업무 효율성 저하 및 불필요한 비용 등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 과자(식품), 홍삼제품(건기식), 치즈(축산물)를 모두 제조하는 경우 제품별 표시기준을 각각 숙지해야 하는데, 앞으로는 하나의 법으로 통합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일반 표시기준과 영양표시, 나트륨 함량 비교 표시,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 관련 규정이 통합된다.

이와 함께 표시기준의 법적 근거를 상향하는 방침도 추진되고 있다. 현행 고시로 운영되고 있는 표시기준에 대해 앞으로 주요 내용은 법률에, 세부 사항은 총리령으로 상향하겠다는 것. 이기호 식약처 식품법령체계개편입법TF 사무관은 “현행 표시기준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표시·광고의 내용과 범위를 포괄적으로 고시에 위임했다는 논란이 상존하고 있다. 또 처벌기준은 법령으로, 그 대상 행위는 고시로 정하고 있어 행정다툼의 소지를 갖고 있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식품 표시의 가독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소비자의 불만사항이 많은 부분인 만큼 소비자 기준으로 중요 사항이나 필수 구입 정보는 용기·포장에 표시되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QR코드 등 새로운 방식을 활용하는 부분도 고려되고 있다.

▲업계 목소리는=이날 공청회에서 제정안의 입법 배경과 그 취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공감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일부 규정에 대해선 우려도 공존했다. 대표적인 것이 현재 특수용도식품과 건강기능식품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사전심의제를 위헌 소지 등을 이유로 폐지하는 대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하겠다고 밝힌 ‘자율심의제’다.

소비자 패널로 참석한 이수현 소비자시민모임 정책실장은 “자율심의제도가 사전 심의 없이 사후 관리를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소비자의 건강을 외면하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법 제정의 취지에도 맞지 않다”며 “사전심의 삭제는 재검토돼야 하며, 행정권이 개입하지 않는 사전심의의 운영적 측면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사전심의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 등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년 한국식품산업협회 부장도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될 경우 업체의 경쟁으로 인한 무분별한 광고가 남발할 것”이라며 “사전심의제도를 현행 유지하되 심의대상을 기능성에 대한 표시·광고로 명확하게 한정해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율심의제 운영을 위해 식품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는 자율심의기구를 구성한다는 식약처 방침에 대해 김지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자율심의기구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선 식약처와의 긴밀한 협조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며, 자율심의기구에서 심의 가이드라인이 사후모니터링에서 적발 시 사용하는 지침과 완전히 일치될 수 있는 많은 노력 또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식품 표시의 법적 근거 상향 부분과 관련해 이수현 정책실장은 “현행 식품 등의 표시기준 등 고시로서 식품표시제도가 관리되는 경우 소비자와 산업체,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해 고시 개정이 가능했다”며 “하지만 식품표시법이 제정된 후에는 일부 법 또는 시행령의 개정 절차가 복잡해 합리적인 표시·광고로의 개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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