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체 등급기준 보완(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 정구용 상지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던 종합토론에서 청중들은 정부가 시간을 두고 등급제 보완 방안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행 소도체 등급기준 보완을 위해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내놓은 소도체 등급기준 보완(안) 추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우 근내지방(마블링)이 건강에 해롭다는 부정적인 소비자 인식 확산 등에 대응하기 위해 등급제 보완을 추진했으나 지난 8일, 등급기준 보완(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축평원이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주최한 ‘소도체 등급기준 보완(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생산자는 물론 소비자단체에서까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여유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등급기준 보완을 추진하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소비자 “육색·지방색·성숙도 평가요소 더 구체화해야”
생산자 “마블링 외 평가기준 강화, 농가소득 낮출 것”


▲소도체 등급기준 보완(안) 내용은?=근내지방 함량 중심의 등급 평가 기준에서 근육표면의 조직감, 육색, 지방색 등 근내지방 이외의 평가항목 비중을 강화하고, 근내지방의 섬세함 정도를 반영해 굵은 지방은 등급하향, 섬세한 지방은 상향 조정해 전체적인 지방함량 감축 및 사료비 절감을 유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섬세함 정도의 경우 예를 들어 현재 1+ 등급의 소 도체라도 근내지방의 섬세함이 5개 등급(상2, 상1, 중, 하1, 하2)을 기준으로 ‘상’ 이상이면 1++로 상향되고, ‘하1’이나 ‘하2’를 받으면 1등급으로 하향 조정되는 식이다.

이밖에 1++, 1+, 1등급 등 서열식으로 돼 있는 등급 명칭을 쇠고기의 특징을 나타내는 명칭으로 변경, 소비자들이 구매 목적에 맞게 부위·등급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등급정보 이외에 영양정보와 같은 식육정보 제공을 강화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소비자단체 및 생산자단체 의견=이날 토론에서는 소비자 입장에서 등급제 개선을 주장하던 토론자들 대부분이 등급제 보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블링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해 왔던 유룡 전주MBC 기자는 “조직감 등의 평가 기준 강화가 소비자들의 웰빙 중심의 소비 패턴 및 한우 사육의 경제성과 부합되는 내용인지는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며 “마블링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해소와 장기 비육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없다면 지상파·공중파 방송의 공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이사는 “육색, 지방색, 성숙도 평가요소를 더 구체화해야 하고 섬세함과 조직감 구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마련도 필요하다”며 “축산농가 소득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 사육기간과 사료비 절감, 소비자가격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대한 실험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김언현 건국대 명예교수는 “마블링의 섬세함 반영은 일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인데 화우와 한우는 유전적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이 방안은 문제가 있다”면서 “섬세한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보다 생산자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만큼 이 고기를 소비자들이 외면할 경우 농가의 좌절감이 클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등급제 변경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피해를 걱정해왔던 생산자단체 및 축산 관련 전문가들도 축평원의 등급제 보완(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황엽 전국한우협회 전무는 “한우농가 입장에서 근내지방 이외의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도 없고 농가 소득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마블링 평가 방법 개선보다는 명칭개선, 한우에 대한 정보제공 강화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한우를 올바르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선태 경상대 교수는 “근내지방 이외 항목에 가중치를 두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성숙도 등은 농가의 사료급여에 따라 결정되지만 육색·조직감은 도축장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의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도축장이 잘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농가에서 지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방향은=축평원은 당초 이날 말까지 기본안 마련을 마무리한 후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기존 등급기준과 개선안을 시범 병행 운용하며 객관적인 검증을 하고, 2018년부터 등급기준 최종안을 확정 및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소비자 쪽과 생산자 쪽 전문가들 모두 축평원에서 제시한 소도체 등급기준 보완(안)에 대해 대부분 반대의 목소리를 나타내 축평원은 등급기준 보완(안) 추진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여러 의견수렴을 통해 등급제 보완(안)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과정을 거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등급제 마련 논의는 당초 계획보다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토론회를 지켜봤던 안용덕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토론회에서 나온 좋은 의견을 기초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오늘 토론회가 논의의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며 “소비자 트렌드를 보완하고 한우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심도 깊은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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