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산란계 농가들 사이에서 산란계 관련 업무에 전문성을 지닌 산란계협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양계협회 내 담당직원 한 명으로 현안대응 미흡 우려
일부 “산란계 업무 분리, 전문적 협회 필요” 주장 반면
“힘 분열되면 현안대응 더 어려워질 것” 진화 움직임도


지난 8일에 대전에서 열린 대한양계협회 채란분과위원회에서는 산란계협회 설립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회의에 참석한 한 농가에 따르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 건 아니지만, 일부 농가들이 산란계협회 설립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지부별로 의견 수렴을 하는 것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일부 농가들이 산란계협회 설립을 주장하는 이유는 ‘전문성’이다. 현재 산란계 관련 업무는 대한양계협회가 담당하고 있지만, 양계협회가 산란계 이외에도 육계, 종계 등의 업무도 수행하고 있으며, 산란계 담당 직원이 한명이기 때문에 현안 대응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올해 초부터 산란계 공급 과잉으로 인해 계란 가격이 낮게 유지되는 가운데 양계협회에서 산란계 감축이나 계란가격 상승을 위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이에 일부 산란계 농가를 중심으로 양계협회에서 산란계 업무를 분리해 전문적인 산란계 업무를 담당하는 산란계협회를 만들자는 주장이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이상호 채란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일부 산란계 농가에서 일본이나 미국처럼 전문 생산자 협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회원들의 의견을 더 수렴해 필요성이 발생하면 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면서 “하지만 현재까지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산란계 농가들 사이에서는 산란계협회 설립에 대해 조심스런 반응도 감지되고 있다. 산란계협회 설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급한 현안을 놓칠 수 있는 우려가 있고, 산란계협회에 양계협회가 수행하던 산란계 업무 이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집행부가 바뀐다면 업계에 혼란이 생겨 산업이 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지역의 한 산란계 농가는 “7월에 식약처에서 계란과 관련해 식품안전관리대책이 발표되는데, 업계가 산란계협회 구성에 신경을 쓴다면 이에 대응할 힘이 없어 산란계 산업이 퇴보할 것”이라며 “산란계협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충분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양계협회는 산란계협회 구성과 관련 내부진화에 나서고 있다. 양계협회 측은 현재의 채란분과위원회로도 산란계 관련 업무를 하는데 큰 무리가 없고, 협회가 분열되면 현안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오세을 양계협회 회장은 “산란계협회 설립 움직임은 양계 농가의 힘이 한 곳으로 집중되지 못하고 분산되는 격이기 때문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면서 “산업 발전과 분업화로 인해 자연적인 발생에 대해서는 막을 수 없지만, 일부의 편협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휩쓸려 가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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