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불안 키우는 수출전문온실단지, 문제는?

▲수출 전문 온실단지에서 생산된 토마토가 국내 시장에 대거 풀리고 있다. 사진은 가락시장 내 경매장에 쌓여있는 우일팜 토마토. 

정부는 수출 전문 온실단지를 추진하면서 농가에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우선 국내 시장에 주 출하되는 경우는 유예를 주는 기간에 한정될 뿐이고 그 이후엔 수출 전문화가 되지 않을시 페널티(제재)를 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농가들은 유예기간을 주는 것도 문제고 유예기간 이후에도 문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농가들은 왜 이런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인지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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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기간을 주는 것도 문제=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우일팜은 물론 앞으로 진행할 신축 수출전문 스마트팜도 2~3년간의 유예기간을 주고 이후에 통제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유예기간도 없어야 한다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현재도 내수가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 2~3년의 유예기간을 주는 것은 그 기간 동안 국내 시장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더욱이 우일팜에 대한 2~3년 유예기간 이후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출 전문 단지도 다시 2~3년 유예기간을 주면 적어도 5~6년간 계속해서 수출돼야할 물량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

이미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는 토마토 농가와 유통 종사자들은 적어도 수년이 될 이 유예기간에 들어오는 물량이 토마토 시장을 크게 흔들어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내 내수 시장은 이미 생산량과 소비량이 접점에 맞닿아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14년 토마토 생산량은 50만톤, 2015년엔 46만톤으로 추정된다. 2015년 기준 1인당 토마토 소비량이 8.8kg인 것을 감안하면 5160만 인구수 기준 45만4000여톤이라는 한 해 토마토 소비량이 나온다. 이미 생산량과 소비량이 접점이거나 오히려 생산량이 소비량을 넘어선 상황인 것이다.

시장 반입량이 조금만 늘어도 농산물 가격이 자주 폭락하는 국내 농산물 시장 구조상 수출 단지에서 일부 물량이나마 국내 시장으로 출하될 경우 국내 토마토 가격은 급격히 침체될 수밖에 없다. 최근 바닥세를 보이고 있는 토마토 시세도 이런 영향이라는 게 농가들의 주장이다. 더욱이 첨단 온실의 경우 일반 시설보다 생산·출하 회전 속도가 빠르고, 이들 업체는 ‘최첨단 유리온실’에서 생산됐다는 점과 ‘일본 등지에 수출된다’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강원도 춘천의 한 토마토 농민은 “우리 일반 비닐하우스 농가보다 유리온실이 회전 속도가 빠르고 생산량도 많게는 5배 이상이나 된다”며 “수출 전문 온실단지에서 생산된 물량이 수년간 국내 시장에 반입되면 국내 토마토 시장이 무너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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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기간 이후에도 문제=유예기간이 지난 후에도 농가들은 문제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토마토를 수출할 수 있는 주변국 시장이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토마토는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된다. 전량을 수출한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이 일본 내 토마토 생산량이 늘어 소비량에 맞춰지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 내 신선토마토 생산량은 2013년 출하량 기준 67만1200톤이다. 토마토 수출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일본에서 생식으로 소비할 수 있는 토마토 물량은 최대 70만톤 정도. 이미 일본 내 생산량으로 자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들어 생산에 들어간 우일팜의 수출 실적이 포함됐을 올해 5월 현재까지의 대 일본 토마토 수출량은 400톤으로 우일팜의 수출 실적이 포함되지 않았을 지난해 5월까지의 수출물량 400톤과 다르지 않다.

한 수출 전문 업체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토마토도 원산지 표시가 되고 있고, 자국 내 농산물을 최고로 인정하고 있기에 우리가 일본으로 수출량을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토마토 생산량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이외 주변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여건도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전 세계 토마토 생산량 1위 국가고 러시아도 11위 국가인 것이다. 결국 유예기간이 지나도 수출되지 못할 물량들이 대거 국내 시장에 풀릴 개연성이 크고, 이는 토마토 산업뿐만 아니라 시설작목 전체의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또한 페널티를 가한다 해도 실질적으로 단지가 사라지지 않는 한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농가와 유통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토마토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토마토는 세계적으로 소비가 많은 품목이지만 또 노지를 비롯해 비가림,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등 어디에서든 재배가 용이해 자급률이 높은 품목이기도 하다”며 “결국 토마토 수출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데 왜 정부에선 자꾸 수출 전문 유리온실을 짓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토마토 농가들이 무너지면 이는 단순히 토마토 하나의 품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작목전환으로 인한 파프리카, 딸기, 수박, 참외 등 타 시설 품목으로의 연쇄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는 당장 바닥세인 토마토 시세와 이로 인한 농가들의 고통을 직시해 소비 붐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온실 몇 개 더 짓는 것보다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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