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억 달러 달성을 눈앞에 뒀던 굴 수출이 1년 만에 반토막 났다. 굴 수출의 현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선 50% 넘게 점유하고 있는 대일 시장 위주의 수출패턴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수산물 수출에서 눈에 띄는 품목이 있었다. 바로 굴이다. 경기 침체와 엔저 등의 여파로 수산물 전체 수출실적(6억1930만 달러)이 4.3% 하락한 가운데, 굴은 전년대비 45%의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이며 16년 만에 1억 달러(9586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출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정반대다. 올해 굴 수출실적은 작년 동기 대비 58% 감소한 2639만 달러(5월 누계)로 집계됐다. 불과 1년 만에 수출실적이 반토막 난 것. 수출길이 막힌 굴 수출농가 및 업체들은 재고 물량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5월까지 2639만달러…전년동기 대비 58% ↓
대일수출 확대 전망 빗나가…전년대비 77% 감소
중소 수출업체 재고 보관비 눈덩이 '처리 골머리'  

 

 

▲굴 1억 달러 수출, 반짝 특수에 그쳐=지난해 국산 굴 수출실적이 급상승하게 된 원인은 주 수출국인 일본에서 현지 굴 생산량이 감소해 우리 제품이 대체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전문가들과 수출업체들은 우리 굴의 대일 수출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오사카 지사는 지난해 6월 ‘한국산 굴 대일 수출 급증 사유’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2~3년간은 국산 굴의 대일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수입업체와 거래관계 유지와 굴 수출업체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한국수산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굴 수출통계에 따르면, 5월까지의 대일 굴 수출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77% 하락한 1074만 달러로 집계됐다. 높은 가격에 따른 소비침체가 원인이었다. 김신호 aT 도쿄지사 부장은 “물량 부족으로 현지 굴 가격이 예년보다 20% 정도 높게 형성됐다”며 “굴의 가격이 오르자 굴 소비가 줄었고 국내산 굴 수출에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수출된 우리 제품은 소진되지 못한 채 재고로 남았고 쇄도했던 바이어의 수입문의는 크게 줄었다.

좋지 않은 품질의 굴을 수출하면서 바이어들의 신뢰를 잃은 점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엄철규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 상무는 “사실 지난해 겨울에는 우리 굴의 작황도 썩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바이어의 갑작스런 물량 요구에 무리하게 수출물량을 맞추다 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이 종종 수출됐다”고 말했다. 높은 가격에 품질이 좋지 못한 제품이 납품되자 현지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됐고, 바이어들이 우리 굴 수입을 더욱 꺼리게 됐다. 엄 상무는 “무리하게 물량을 맞추기 위해 품질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한국 굴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아쉬워했다.

▲쌓여가는 재고에 커지는 수출업체 한숨=수출물량이 반짝 늘었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우리 중소 굴 수출업체 역시 재고 소진이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바이어들의 주문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해 올 초 채취한 굴로 대일 수출용 냉동굴 제품을 많이 생산해놨기 때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약 3101톤 정도의 재고가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대일 수출용 굴은 냉동제품이라 당장 수출하지 않아도 되지만, 냉동·냉장의 보관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업체들의 걱정이 크다. 굴 수출선도조직인 대일수산의 이영만 부사장은 “업체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냉동굴 100톤을 보관할 경우, 하루당 2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며 “여기에 출고 및 입고료, 하역비 등이 더해지게 되면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굴은 냉동제품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상품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점도 수출업체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엄철규 굴수하식수산업협동조합 상무는 “냉동굴은 6개월 정도 지나면 품질에는 이상이 없어도 해동 후 비린내가 심해지는 등 상품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헐값에 수출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공식품개발과 수출시장 다변화가 답=전문가들은 소비침체나 현지 작황 등 대외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 굴 수출을 꾸준히 증가시키려면, 간단하게 손질된 수준의 단순가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수출용 굴은 탈각시킨 굴을 단순히 냉동하는 냉동제품에 치우쳐 있고, 유통 판로도 식자재용으로 집중돼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리 굴의 소비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식자재뿐만 아니라 가정용 소비를 겨냥한 소포장 제품 개발,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맞춘 굴스낵, 굴스테이크, 굴소스 등 다양한 가공 제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훈제굴 개발로 일본 시장 위주로 형성돼 있는 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례로 대일수산은 중화권 수출 확대를 위해 건조굴, 훈제굴 생산시설을 구축해, 관련 제품의 수출량과 수출액을 50%까지 끌어올렸다. 덕분에 일본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전년과 비슷한 수출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기영 KMI 양식관측2팀 연구원은 “대일 굴 수출 의존도가 2012년 60.1%에서 2014년 47%로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일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수출 시장 다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hjki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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