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단지 정부 지원 불구 생산물량 중 수출비중 20%도 안돼
도매시장·유통업체 등 물량 풀려…농가 “우려가 현실로” 반발

정부 지원이 들어간 수출 전문 단지에서 생산된 토마토가 농가들의 우려대로 국내 시장 위주로 풀리고 있다. 관련 업체에선 2년이라는 유예기간 안에 일본 등 수출 시장 위주로 물량을 돌리겠다고 하지만 낮은 시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농가들은 유예기간이란 건 애초에 있었으면 안 되는 기간이었고, 이미 토마토 수출도 포화 상태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5월말 현재 토마토 산지 및 유통업체 등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 화옹간척지에 위치한 수출 전문 단지를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우일팜(주)에서 생산되는 토마토가 도매시장 및 대형마트 등 국내 시장으로 집중 출하되고 있다. 현재 우일팜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수출 비중은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화옹간척지의 수출단지는 2012년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등 정부 지원 속에 착공, 단지가 완공돼 지난해부터 재배에 들어간 수출 전문 첨단 유리온실 단지다. 당초엔 동부팜화옹이 단지를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대기업의 농업 생산 참여를 반대한 농민들의 여론에 밀려 동부팜화옹이 물러났고, 지난해 농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와의 업무협약으로 전기 공사와 차량 가스 충전 업체 계열사인 우일팜이 유리온실의 새 주인이 됐다. 단지는 규모가 10.5ha로 연중 5000톤의 토마토 생산이 가능하다. 농식품부는 이 유리온실을 기획할 당시 ‘첨단 유리온실 단지가 가동되면 고부가가치 농산물의 안정적 수출 공급 기반이 마련돼 미래 농식품산업의 발전모델이 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지난해 하반기부터 온실이 가동돼 생산된 물량은 대부분 내수 위주로 출하되고 있다.

농산물도매시장의 한 경매사는 “우일팜에서 생산되는 토마토가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은 물론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체에 대거 풀리고 있다”며 “현재 토마토 가격이 바닥세를 형성하고 있는 건 이런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지역의 한 토마토 재배 농민은 “우리가 애초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내수 시장이 무너지며 농가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우일팜 측은 현재는 유예기간이며 앞으로 수출시장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일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파종에 들어간 게 올 초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유통선을 발굴해야 하는 등의 과정으로 인해 현재 수출 비중은 17~18%선에 그치고 있지만 일본 바이어 및 수출업체들을 만나고 일본에서 원하는 크기와 품위가 나오도록 관련 수출 품종도 재배하고 있다”며 “내후년까지는 단지 설립 취지에 맞게 수출을 전문으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리온실 기획 당시부터 지금까지 농가들은 줄곧 수출보다는 국내 시장에 토마토가 풀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계속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 토마토 단체 대표는 “당장 토마토 시세가 무너지는데 농가들이 다 쓰러지고 난 뒤에 수출할 생각이냐”며 “또 일본 시장은 일본 내 생산량만으로도 거의 자급을 맞출 수 있어 2년 후에도 내수로 토마토가 풀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농산물은 조금만 생산이 늘어도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수출 물량이 국내 시장으로 출하되면 피해는 일반 농가들이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5월 가락시장 기준 토마토(일반) 평균 도매가격은 반입물량 증가로 6757원(5kg 상품)을 기록해 지난해 5월의 1만733원, 평년 5월의 1만1764원보다 턱없이 낮았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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