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 이목동에서 ‘잇츠허브’ 농장을 운영하는 박가영 대표가 재배 중인 허브를 선보이고 있다.

일주일에 3~4번 직접 트럭 몰고
서울 전역에 당일수확 상품 공급


“취미로 시작한 허브농사가 이제는 제 삶의 전부가 됐습니다.”

수원시 이목동에서 ‘잇츠허브’ 농장을 운영하는 박가영 대표(25)는 전직 알파인 스노우보드 선수였다. 박 대표는 20살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천직으로 여기던 알파인 스노우보드 선수생활을 하다 부상과 성적부진 등으로 운동을 그만두게 됐다. 선수생활을 접은 후 수원 학교로 돌아와 공부에 전념했지만 운동만 하던 탓에 공부도 길이 아니었다. 이에 고등학교 졸업 후 친언니가 있는 서울로 상경해 레스토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도자기 제조회사에도 취업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포기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홍대 주변 바에서 바텐더로 일을 하면서 민트허브를 처음 접하게 됐다. 박 대표는 “1년 정도 바에서 일을 하면서 상태가 불량한 민트가 섞여 있는 걸 종종 보고 신선한 것을 공급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바텐더 일을 그만두고 수원에 내려와 부모님께 허브 농사를 짓겠다고 하니 인근에 텃밭을 선뜻 내어 주셨다”고 말했다. 21살 어린 나이에 농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15평 땅에서 취미삼아 시작한 허브농사는 하면 할수록 박 대표 적성에 맞았다.

박 대표는 제대로 농사를 지어보겠다는 신념으로 한국농수산대학과 수원시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선진 허브농장 벤치마킹 등을 통해 재배기술 등을 습득하면서 고품질의 허브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농사짓는 거 보다 어려운 것이 판로였다. 서울 이태원, 청담동, 홍대 주변의 바를 찾아다니며 영업을 했다. 

박 대표는 “업체 사장들이 제가 키운 허브를 믿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러던 중 이태원의 한 바에 민트허브를 첫 납품했는데 품질과 신선도가 좋아 사장이 주위 업체까지 추천해 주면서 입소문을 타고 거래처를 많이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사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첫 계약을 한 후 판로확대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현재 ‘잇츠허브’ 농장은 재배면적이 15평에서 1000평으로 크게 늘었고 납품처만 해도 100여개에 이르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농장에는 레몬버베나, 바질, 로즈마리, 애플민트, 스피아민트, 라벤다 등 10여종의 허브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5년 만에 이룬 큰 성장은 끊임없는 노력의 결실이었다.

박 대표는 당일 수확한 허브를 신선하게 공급하기 위해 일주일에 3~4회 직접 트럭을 몰고 서울 전역을 다니며 납품한다. 특히 지금의 박 대표가 있기까지 부모님은 든든한 후원자였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도 운동선수 시절부터 허브농사를 지을 때까지 아낌없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는 부모님과 언니도 함께 허브농사를 거들고 있다. 아버지는 시설을, 어머니는 농사를, 언니는 디자인과 홈페이지를 관리해 주고 있어 가족 모두가 허브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남들보다 특별히 잘하는 게 없었는데, 우연히 농사를 접하고 제 속에 숨어있는 재능을 찾게 됐다”며 “몸은 고되지만 식물들을 키우는 것이 너무 좋고 제 손으로 직접 농사를 지어 소득을 얻게 돼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농사를 준비할 때 허브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어 초창기에 허브관련 책과 인터넷 등으로 재배방법을 배웠다. 하지만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는 그녀는 한국농수산대학 최고농업경영자과정, 수원시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꾸준히 교육받으며 허브티, 허브씨즈닝 등 다양한 가공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 대표는 “허브농장을 더 확대해 체험상품도 개발하고 신선하고 품질 좋은 허브를 이용한 가공공장도 갖출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문의:010-4432-3338

수원=이장희 기자 leej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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