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승용 농진청 차장

요즘 TV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 기술이다. 외부에서 집 안의 보일러 온도를 조절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에어컨을 켜 시원하게 할 수도 있다. 깜빡 잊고 켜놓고 나온 가스레인지나 전등을 휴대전화로 끄기도 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모습이 점차 일상이 되고 있다. 모두 손 안의 인터넷, 스마트 기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트 기술이 농업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인식을 깨는 전환점이 되면서 스마트 기술 분야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 그리고 미래 농업 기술을 대변하는 키워드로 스마트 기술을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적 농사환경 관리로 성과 속속

농업에 스마트 기술을 실현한 것이 바로 스마트팜이다. 이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 없이 농사 환경과 상태를 관측해 제어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작물이 자라는 환경을 점검해 적정하게 유지 관리할 수 있는 농업 형태를 말한다. 또한, 계량화·객관화한 정보를 농업 생산과 유통, 소비, 농촌 생활에 적용해 보다 지능화되고 효율을 높인 시스템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 향상을 지향한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농촌진흥청도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 개발을 목표로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시설원예 분야의 비닐하우스에 적용 가능한 1세대 스마트팜 모델을 개발한 데 이어 제각각이던 온실용 ICT 기기 22종의 규격을 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토마토·딸기·국화 등 시설 작물의 생육과 가축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최적의 환경 관리 기술도 개발했다. 

아울러, 영농 현장에서는 스마트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한 맞춤형 생산·경영 관리 기술 상담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한 예로, 전남 화순의 토마토 농장에서는 생육 단계마다 자동으로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정밀 제어가 가능해졌다. 그 결과, 수량은 40% 늘고 에너지 사용량은 35% 줄었으며 편리성은 4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인들의 시선도 긍정적이다. 시설채소 7대 품목인 토마토, 딸기, 수박, 참외, 오이, 풋고추, 상추 주산지의 133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5명은 스마트팜을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편리하고 노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과 여가 시간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이유로 꼽았다. 또, 스마트팜에 대해 알고 있을수록, 재배 경력이 짧을수록 도입 의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농가 시각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마트팜의 개념과 영농 활용 가치, 성공 사례 등을 알릴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민 절반 "스마트팜 도입 의향 있다"

이제는 개발한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의 확산에 주목해야 할 때다. 농촌진흥청은 먼저, 핵심 요소 기술 개발로 농업의 스마트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영상 분석을 통한 토마토 생육 정보 계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식물체의 굵기, 길이, 꽃의 개수 등을 자동 측정함으로써 사람이 하는 것보다 효율은 30%, 생산성은 15% 높일 수 있었다. 이 같은 융합형 핵심 기술 개발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2018년까지 생체·생육 정보 계측을 기반으로 하는 정밀 관리 기술과 인공지능·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을 융합한 스마트팜 핵심 기반 기술 개발을 확대해 나간다.

또한, 스마트팜으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산성 향상 모델도 연구하고 있다. 최적의 생육 관리가 가능한 모델과 이를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생산성은 높이고 관리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 사용량은 줄이기 위해서다. 지난해 토마토에 이어 올해는 딸기와 파프리카, 버섯, 2017년에는 참외, 국화, 돼지, 오리에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계획이다.

농지 한계 극복·경쟁력 향상 첫걸음

더불어, 개발 모델의 실용화를 위한 연구와 현장 실증도 확대한다. 간편형으로 편이성을 높인 1세대 모델(2016)에 지능을 더해 생산성을 높인 2세대 모델(2018), 수출과 상업화를 위한 3세대 모델(2020)까지 연구의 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또한 단계별 교육을 통한 전문가 육성과 현장 기술 지원단 운영, 신기술 시범사업 확대 등 스마트팜 기술 확산에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농지 규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술 집약적 차세대 농업생산시스템으로서 한국형 스마트 팜 기술 개발은 그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농업인들이 보다 편리하게 영농할 수 있도록, 또 우리나라 농업 기술 수준을 세계의 눈높이에 이르는 그날까지 농촌진흥청이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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