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유난히도 우리 농업인들에게 악재가 겹친 한 해였다. 연대보증으로 인한 연쇄도산 및 몇 차례의 태풍과 폭우로 인한 농작물 황폐화가 IMF시대 우리 농업을 지키고자 발버둥 쳐왔던 우리 농업인의 의욕을 꺾고 말은 것이다. 특히 연말쯤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WTO 차기협상을 눈앞에 두고,농업인들은 불안감에 잠을 못이루고 있다. 정부당국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쌀만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진실로 믿고 있는 농업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쌀농사를 보호하겠다는 말은 많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적장치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필자는 올 해 양곡유통위원회 위원의 한사람으로서 우리 농업회생을 위한, 아니 적어도 국민의가장 기본적 먹거리인 쌀산업 보호를 위한 몇 가지 입장을 밝혀 두고싶다. 먼저, 양곡유통위원회의 회의가 다각적인 농업여건을 다루는 종합적회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까지는 추곡수매가와 수매량에국한된 회의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직접지불제는 내년부터 당장 실시해야 하며 이번 양곡유통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돼야 한다. 쌀산업은 단순히 식량안보 차원을뛰어 넘어 환경보전과 홍수방지 등 사회공익적 기능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 보상받지 못하는 공익적 기능에 대해서 정부는 당연히 사회적,국가적 보상을 책임져야 할 것이며 이것만이 쌀농사를 살리고 쌀자급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것을 밝혀둔다. 마지막으로, 연대보증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쌀농가들의 입장을고려한 수매가 및 수매량이 결정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많은 농가들이 벼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작목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쌀산업 발전을 위한 최대 걸림돌이 선진 농업강대국의 요구인쌀수입개방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연대보증 피해 등 내적인 문제로 쌀농사를 포기하거나, 앞으로 도중하차해야 할 쌀농가가 적지 않다는 실상을 우려하는 이는 그리많지 않은 것 같다. 이들 농가들의 예상되는 피해와 우려를 해결하지않고 어떻게 우리 쌀 자급도 확립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입력일자:99년10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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