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녀석이 부친상을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상가(喪家)를 찾았다. 지척의 거리인데도 도착시간이 밤 9시를 넘겼다. 젖소를 기르는직업의 나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새벽 5시부터 하루종일 소에만 매달려도 하루가 모자랄 판이다. 농민운동을 한다고 돌아다닐 때는 젖소가 많지 않았기에 아내 혼자서도관리가 가능했지만, 지구촌이 한 시장이 돼버린 지금 농업도 전업화가 되지않고는 소득도, 경쟁력도 기대하기 힘든 현실인데다 장남 녀석이 가업을 승계한다고 한국농업전문학교 축산과에 재학중이라 규모를 확장하고, 사육두수를 늘리다보니 젖소가 1백60두에 이르고, 착유두수만도 70두가 다된다. 더욱이 나와 내 아내 둘이서 관리를 하려고 하니 밤 9시가 넘어야 하루일과가끝난다. 10여년전 아버지 상을 당해 상복을 입고 착유실을 들락거려야 했으니, 나뿐만 아니라 젖소를 사육하는 거의 대부분의 농가가 공통으로 겪는 애로사항일 것이다. 이런 불편을 보완하기 위해 축협에서 운영하는 헬퍼 제도가있는데, 운용에 애로사항이 많다. 먼저 헬퍼 회원으로 가입하면 헬퍼를 이용하지 않았더라도 월 5만원의 기본료를 내야하고, 이용할 경우 사육두수별로 차이는 있지만, 하루 20만원의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농가에서 헬퍼 가입을 기피하고 있다. 또 헬퍼를 전문화시키려면 헬퍼가 젖소사육과 관련된 기술을 연마하고, 이를 직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충분한 소득이 보장되지 못해 이 역시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농가의 자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월 기본료를 지원하고 있으나, 지자체 예산으로는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농림부가 헬퍼제도를 농민 복지정책의 일순위로 꼽아 정책적, 자금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입력일자:99년10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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