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수산식품 전체 수출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과 중국, 미국 등 이른바 빅3 지역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기품목의 세대교체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과거에는 인삼·김치 등 우리만의 특색이 강한 상품들이 인기품목으로 각광 받았지만, 요즘은 웰빙과 안전성에 관심 많은 해외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현지 취향을 반영한 김스낵·영유아식품의 수요가 부쩍 늘어난 상황이다. 빅3 지역을 통해 인기품목의 변화 및 앞으로의 수출 활성화 방안을 알아본다.

한국색 강한 전통식품 주춤
수출액 김치 40%·인삼 20% ↓

웰빙 유행·현지화 성공 덕
조미김·고추장 등 성장 쑥쑥

정체품목, 신상품 발굴·홍보를
유망품목은 유통망 개척 필요 


▲한국적 특색 강한 품목 수출 감소=일본과 중국, 미국에서는 지리적·문화적인 인접성과 한류 영향, 높은 교민거주 비율 때문에 시장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그동안 공통적으로 김치·인삼·유자차 등 한국적인 특색이 강한 전통식품이 주력수출품목으로 각광받았다. 이들 품목이 크게 수출 강세를 나타냈던 4년 전인 2012년 빅3 지역에서 각 품목의 수출실적 및 비중을 살펴보면, 김치 8962만 달러(전체 수출비중의 85.6%/총 1억458만 달러, 당시 중국에 수출되지 않아 일본·미국만 포함), 인삼 8061만 달러(53.4%/1억5082만 달러), 유자차 3514만 달러(72.6%/4835만 달러)로 전체 수출비중에서 절반 이상을 웃돌거나 80%를 상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품목은 우리와 일본 간의 외교마찰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적인 영향 때문에 현지 수요가 감소하거나, 해외 식품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소비가 정체되는 등 예년만큼 주력 수출상품으로서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빅 3 지역에서 세 품목의 지난해 수출실적은 김치의 경우, 4999만 달러(전체 수출비중의 67.9%/총 7354만 달러), 인삼은 6230만 달러(40.2%/1억5500만 달러)에 그쳤고, 유자차는 3522만 달러(71%/4955만 달러)로 답보 상태다.

이에 우리 인삼과 유자차 등을 취급하는 중국의 대형 수입벤더인 한진식품 관계자는 “이들 품목은 교민과 한국에 관심 많은 현지인, 일부 중·고소득층 사이에서 여전히 인지도는 높다”면서도 “하지만 주력 소비계층 외에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제품 개발 및 홍보마케팅에 대한 노력은 미흡해 중국인들의 관심을 이전만큼 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기품목 변화 움직임=이렇듯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품목들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웰빙·안전성 등 최근 해외 식품 트렌드를 적절히 반영한 조미김과 고추장, 영유아식품, 들기름은 새로운 인기 수출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미김(김스낵 포함·마른김 제외)의 경우, 웰빙 바람을 타고 수출이 크게 늘어난 품목으로, 과거에는 교민과 우리 식문화에 관심 많은 일부 현지인을 대상으로 밥과 함께 먹는 반찬용 도시락 김 제품이 주로 공급됐다. 하지만 지금은 낮은 열량·풍부한 영양성분 등 웰빙스낵으로서의 장점이 부각되고 현지 취향에 맞는 김스낵이 꾸준히 개발되면서, 빅3 지역에서 조미김 수출은 2011년 9370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5900만 달러로 5년 사이에 70% 이상 급증했다.

고추장은 그동안 ‘한국의 전통장류’라는 인식이 강해 교민시장 위주로 소비됐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매운 음식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해, 수출업계가 매운 등급을 세분화하거나 튜브형 등 포장형태를 달리하고,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각양각색의 소스류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으로, 빅3 지역에서 우리 고추장 수출은 2011년 1521만 달러에서 매년 1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2914만 달러로 급상승했다.

영유아식품의 경우, 고품질을 선호하고 식품안전성에 민감한 중국 중·고소득층의 심리를 파고들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품목이다. 주로 조제분유·생우유를 비롯한 유제품과 영유아간식의 중국시장 진출이 활발한 편인데, 이 중 조제분유의 대중국 수출은 2011년 2749만 달러에서 지난해 1억302만 달러를 기록해 5년 만에 4배 가까이 급증하며 단기간에 효자품목으로 등극했다.

치매예방·피부미용 등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는 우리 들기름은 건강·미용에 관심 많은 일본 소비자들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좋은 예로서, 일본 매체를 활용한 홍보 및 마케팅 덕분에 대일 수출실적이 2011년 2만6800 달러에서 지난해 1230만 달러로 무려 600배 이상 급등하며 침체된 대일 수출에 활기를 불어넣은 유망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출 활성화 방안=전문가들은 수출이 정체된 기존의 주력품목은 현지 트렌드를 반영한 신상품 발굴과 소비계층을 세분화해 저변을 넓히는 것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이필형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중국지역본부장은 “중국에서 고가의 선물용으로 주로 소비됐던 인삼이 시진핑 정부의 부패척결 정책으로 큰 타격을 받은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고소득층이나 일반 서민 모두 건강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고급품 외에도 서민 취향을 고려한 중저가 제품 발굴 등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방식에 변화를 준다면 수출 확대는 충분하다”고 전했다.

aT 오사카지사 관계자는 “일본의 신기능식품표시제도를 활용해 우리 김치가 다른 경쟁제품보다 발효능력이 탁월한 점을 부각할 수 있는 프리미엄 상품을 개발하는 등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신상품을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의 대형 수입벤더인 자연나라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저칼로리·천연재료 등 영양표시에 관심이 높고, 간편함에 많은 점수를 주고 있다”며 “당분과 칼로리를 반으로 줄인 유자차, 포켓형 홍삼제품 등 소비계층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망품목의 경우, 수출이 더욱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신규 판로 개척 및 해당 수출국의 통관·검역 규정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표 aT LA지사장은 “미국 내 김스낵·고추장 등 우리 유망상품의 대중적인 인지도는 아직까지 교민과 현지 화교, 히스패닉 소비자 위주로 형성된 정도”라며 “주류 백인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형마트와 외식업체, 아마존을 비롯한 온라인·모바일 마켓으로 유통망을 개척한다면, 인지도는 물론 수출도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필형 본부장은 “중국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 중 하나가 식품안전인데, 그 중 영유아식품에 까다로운 규정을 많이 뒀다”며 “특히 조제분유는 올 하반기부터 업체당 세 개의 브랜드에 한해 각 브랜드 당 네 종류의 제품만 유통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박성은·김효진 기자 parks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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